제 224 화. 가느냐. 마느냐가 문제로다.
제 224 화. 가느냐. 마느냐가 문제로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나는 그만한 능력이 없을뿐더러, 몸도 늙어
세상일에 관심을 버린 지 오래입니다.
돌아가시거든 안부나 잘 전해주시오.
아니 됩니다. 선생께서 가지 않으신다면
백리해(百里奚) 선생도 진(秦) 나라를 떠날 것입니다.
건숙(蹇叔)이 길게 탄식하고 있는데, 그때 동자(童子)가 들어와
좌중(座中)을 향하여 큰소리로 외치는 것이다.
사슴 다리가 멋있게 잘 익었습니다.
그러하냐. 어서 저녁상을 차려보아라.
새로 빚은 술통도 가져오고
자, 우리는 모두 빙 둘러앉읍시다.
붉게 잘 익은 사슴 다리를 안주(按酒) 삼아, 잔마다 가득 술을
따르니, 명록촌(鳴鹿村)의 술 향기가 초당(草堂)을 가득 메우며,
모두가 조용히 취하게 되자, 건숙(蹇叔)은 일어서 조용히 나간다.
이 공자 칩(縶)이, 다시 말씀을 올리겠습니다.
우리 군주께선 건숙(蹇叔) 선생을 모시고 싶은
마음이, 농사철의 심한 가뭄에 한줄기 비를
기다리는 심정과 같사옵니다.
잘 헤아려 주십시오.
알겠소이다. 먼저 일어나니 맛있게들 드시오.
그러나 공지 칩(縶)은 마음 편하게 밥도, 술잔도 들지 못하며,
어떻게 하면 건숙(蹇叔)의 마음을 돌릴까만을 고심하게 되었다.
두 노인도 무어라 말하지 않으며, 술잔을 비우고 일어서려 하자,
공자 칩(縶)이 따라 일어나며, 두 노인에게 부탁의 말씀을 올린다.
두 분 노인께서 한 말씀을 올리시어
저를 도와주신다면 얼마나 고맙겠습니까.
우리는 귀인(貴人)이 여기에 온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듯합니다.
이만 집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두 노인도 돌아가고, 공자 칩(縶)은 초당에(草堂)에서 잠을 자려
눕게 되었으나, 혹시 건숙(蹇叔)이 같이 가지 않는다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잠을 이룰 수 없어 설치게 되었다.
한밤중이었다. 건숙(蹇叔)은 뜰에 나와 서성이는 것이다.
한동안 달을 바라보다가 한동안 하늘의 별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서서는 지난날의 회포(懷抱)에 젖어 긴 숨을 내쉬었다.
지난 10여 년간 정을 쏟으며 같이 살았던
그렇게 아끼던 마음의 동생이 그리워지는구나.
그때 갑자기 길게 흐르는 밝은 유성(流星)을 보며, 건숙(蹇叔)은
무엇을 생각하는지 한동안 서 있기만 하다가, 들어가 잠을 청했다.
아침이 되었소이다.
여기 술통을 메고 왔소이다.
이웃집 두 노인 임, 정말 고맙습니다.
우리 주공께서 모(苗) 심은 논이 쩍쩍 갈라져
몹시 단비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건숙(蹇叔) 선생 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렇소. 진(秦) 나라가 이렇듯 우리 선생을 존중하니
빈 걸음으로 돌아가게 할 수는 없지요.
이때 건숙(蹇叔)이 초당에 들어와 모두를 앉게 하며, 자기의 마음을
털어놓는 듯이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여러분. 모두 다 앉아주시오.
내 아우가 큰 뜻을 품고 있음에도
아직 시험조차 해보지 못하고 있음이라
20년 만에 이제야 자기를 알아주는
훌륭한 군주를 만났다 하나?
나로 인하여 그 뜻을 이루지 못한다면
내 어찌 나의 도리를 다한다 할 수 있겠소.
내 어찌 돕지 않을 수가 있겠소이까.
내 아우를 위해 가기는 하겠으나
오래지 않아 내 아우가 자리 잡힌다면
나는 다시 이곳 명록촌(鳴鹿村)에 돌아와
지금처럼 농사를 지으며 함께 살게 될 것이오.
건병(蹇丙) 아. 모두 앞에다 술잔을 놓고
술통을 들어 잔에 술을 채워라.
자, 여러분. 모두 술잔을 듭시다.
공자 칩(縶)이 무릎 꿇으며, 술잔을 높이 들어 건숙(蹇叔)에게
예(禮)를 올리니, 모두 일어나 다 같이 건배(乾杯)를 하게 된다.
공자 칩(縶)은 가져온 두 수레의 예물을 모옥(茅屋) 마당에
모두 펼쳐놓으며, 품목이 적힌 장부(帳簿)에 맞추어,
건병(蹇丙)에게 두 수레의 예물을 모두 건너게 된다.
어 유, 참 빛깔이 곱 기도하는구나.
저게 다 뭐야. 많기도 하구나.
저게 다 비단(緋緞) 이란 거야.
저건 또 뭐야. 어 유.
이웃 노인들과 이웃집 부녀자와 아이들까지 모여들어 처음 보는
예물을 신기한 듯 감탄하며 모두 쳐다보는 것이다.
아들. 건병(蹇叔) 아.
동네 사람들에게 예물을 나누어주어라.
아끼지 말도록 하여라.
여러분. 나는 다시 돌아올 것이오.
언제나처럼 부지런히 농사를 지으시고
집안일도 논밭도 거칠게 만들면
아니 됨을 유념하셔야 합니다.
두 노인께서는 내가 없는 사이에
내 집과 가솔家率 들을 잘 보살펴주시오.
건숙(蹇叔)이 집안 살림을 잘 꾸려나가는 것이 사람의 도리(道理)
라며 힘주어 말하고 나자, 공자 칩(縶)이 건병(蹇丙)을 칭찬한다.
건숙(蹇叔) 어른, 건병(蹇丙)도 동행하고 싶습니다.
그래 건병(蹇丙)아, 너도 같이 가겠느냐.
예. 아버님 넓은 세상에 나가고 싶습니다.
이윽고 공자 칩(縶)이 건숙(蹇叔), 건병(蹇丙) 부자와 함께 송(宋)
나라 명록촌(鳴鹿村)에서 출발하자, 두 노인과 동네 사람 모두가
멀리까지 따라 나오며, 손을 흔들어 열렬히 환송하는 것이다.
금란지교(金蘭之交)
쇠(金)와 같이 단단하고 난(蘭)처럼 품위 있는
사귐을 금란지교(金蘭之交)라 한다네.
한 사람의 힘은 미약하나?
두 사람의 마음이 뭉쳐지면 단단한 쇠(金)라도 자르고
난(蘭) 같은 향기가 풍겨 사람을 감동하게 한다네.
이런 친구가 하나만 있어도 행복한 사람이라며
어느 사람은 친구를 사귈 때마다
조심스레 장부에 올리고
정성스레 향을 피워 조상(祖上)에 고했다 하네.
진정한 친구는 자기보다 친구를 먼저 생각하니
같이 있으면 든든하여, 큰일을
도모할 마음이 한데 모인다고 하여
사람들은 누구나 금란지교(金蘭之交) 같은
친구를 갖기를 원하며
언제나 갖고 싶어 살피며 살아가고 있다네.
친구와 주고받는 것을 따지며 사귀는
보통 사람들은 서로 마음이 뭉쳐진 듯하나?
마음속 깊이 난蘭의 향기가 깊게 배질 않아
얼마 안 가 돌아서거나 싸우기도 한다고 하네.
二人同心, 其利斷金, 同心之言, 其臭如蘭
(이인동심 기리단금 동심지언 기취여란)
두 사람이 마음을 같이하면,
그 예리함이 쇠를 자를 수 있고
마음을 같이 하는 말은 그 향기가 난초의 향과 같다.
라는 뜻에서 금란지교 金蘭之交라는 말이 생겨난다.
금란지교(金蘭之交)에 관한 이야기는 주역(周易)을 삼경(三經)의
하나로 보아, 역경(易經) 이라고도 하며, 이에 덧붙여 설명하는
글인 계사(繫辭)에도 나온다.
건숙蹇叔은 내색하지는 않으려 하였으나
새로운 결의가 나타났으며
건병(蹇丙)은 처음으로 출사(出仕)하므로
젊은 포부와 푸른 꿈에 부풀게 된다.
건병(蹇丙)은 아버지의 수레를 몰고, 다 같이 객잔(客棧)에서 잠을
자며, 이른 새벽에 일어나, 진(秦) 나라의 옹성(雍城)으로 달려간다.
주공. 신 공지 칩(縶) 이옵니다.
건숙(蹇叔) 선생이 옹성(雍城) 밖에 당도하였습니다.
그의 아들 건병(蹇丙)도 장수 감이라 함께 왔습니다.
참으로 잘하셨소. 너무나 고생이 많았소.
백리해 선생을 빨리 부르도록 하시오.
백리해(百里奚)와 건숙(蹇叔), 의형제 두 사람은 거의 2십여 년 만에
만난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함께 옹성(雍城)으로 들어갔다.
백리해(百里奚)가 건숙(蹇叔)을 모시고 진(秦) 나라 옹성(雍城)의
궁실(宮室)로 들어가자, 진목공(秦穆公)은 당하(堂下)까지
내려왔으며 극진히 환영하면서 정중히 모시고 들어갔다.
건숙(蹇叔) 선생. 어서 오십시오.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어려운 걸음으로 이렇게 와 주시어 너무나 고맙습니다.
건숙(蹇叔) 선생. 어서 안으로 드십시오.
부족한 사람을 이렇게 환영하여 주시어 고맙습니다.
건숙(蹇叔)은 진목공(秦穆公)을 보자, 젊으면서도 건장하고 의지도
다부지며, 포용력도 있음을 먼저 알아보았다.
진목공(秦穆公)은 20살 약관(弱冠)의 나이가 지나가, 자기의 뜻을
세울 수 있다는 30살의 입지(立志)도 이미 넘어, 이제 35세에
이르렀으니, 패기가 왕성하고 신념이 가득 차 있었다.
제 225 화. 오고 대부는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