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201∼300회)

제 221 화. 사람의 진가가 나타나는가.

서 휴 2023. 7. 14. 17:45

64. 밝아지는 운명

 

 221 사람의 진가가 나타나는가.

 

        목사(牧師임은 진(나라에 가기만하면

        죽을 것이 온대, 죽기 전에 목욕(沐浴이라도

        꼭 한번 시켜드리고자 하옵니다.

 

        죽을 사람을 섬기는 성의가 대단하구나.

        군사들은 감시를 철저히 하고

        성희(成僖)의 소원을 들어주도록 하라

 

성희(成僖)의 정성에 군사들과 장수 투진(鬪軫)도 감명을 받게 되어

백리해도 비록 함거(轞車속이지만 편한 마음으로 실려 가는 것이다.

 

        성희(成僖짐은 잘 챙겨왔느냐

        챙겨놓으신 짐을 다 가지고 나왔습니다.

 

        잘했다계속 수고하여야 한다.

        눈치껏 잘하겠습니다.

 

백리해(百里奚)가 떠날 준비를 하여 놓았었다니어떻게 이렇게

잡혀갈 줄을 미리 알고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단 말인가.

 

        내가 도둑질을 하였다니

        내가 사람을 죽였다고 나를 잡아가다니

 

        그렇다손 치더라도 도둑놈 하나를 잡아가려고

        이 먼 초(나라까지 높은 사람을 보낼 리가 있겠는가

 

        그렇다면(나라에서 나를 찾는 것이리라

        이는 내가 필요하여 잡아가는 것이리라.

        필시 중용(重用하려는 뜻이 있을 것이다

 

        (나라는 어떤 곳일까.

        진목공(秦穆公)은 어떤 사람일까.

        이제 나이는 얼마나 되었을까.

 

백리해는 십여 년 전 진()의 공주 백희(伯姬)가 진(나라로

시집가는 대열에 잉신(媵臣)으로 따라가던 때를 생각하여 본다.

 

      (나라는 황하(黃河서쪽 산악지역의 나라로

      필시 중히 쓰려고 나를 잡아가는 것이리라.

 

      진목공(秦穆公)은 도량이 넓고 속이 깊은 사람일까.

      여자나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닐까.

      좋다한번 만나사람 됨됨이를 알아보자.

 

백리해(百里奚)은 집의 현관문(玄關門)이 스르르 열리며 이른 아침

햇살이 반짝 스며들어오던 꿈을 생각해본다.

     

      무슨 뜻일까

      기왕에 들어오는 햇빛이 한 번에

      왕창 들어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조금 들어오다니조금씩 풀린다는 뜻일까.

      왜 그리더디게 풀리게 하려는 걸까.

      어떤 다른 뜻이 숨어 있는 것일까.

 

양금택목(良禽擇木이라는 말이 있다.

좋은(()는 나무()를 가려(앉는다.

 

       良禽擇木而棲 賢臣擇主而事

       (량금택목이처 현신택주이사)

 

어진 새는 나무를 가려 깃들고현명한 사람은 훌륭한 군주를

가려내 섬긴다는 말로 널리 쓰인다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나라 애공(哀公편에 공자(孔子)의 말에서 나온다.

 

      유능한 신하가 어질지 못한 군주 밑에서

      일하는 것을 안타까이 생각하여,

 

      어질고 능력 있는 군주 밑으로 들어와, 자기의 뜻을

      펼쳐보라고 권하는 장면에서 많이 인용되는 말이다.

 

백리해(百里奚)가 우(나라 우공(虞公)에게 몸을 의지하려 할 때

건숙(蹇叔)이 한 말이며또한 진(나라의 주지교(舟之僑)가 같이

일해보자며(나라의 대부 벼슬자리를 권할 때도 한 말이었다.

 

         희망(希望)

 

      세월은 쉼 없이 흘러만 가는구나.

      떠도는 사이에 세월만 지나갔구나.

 

      내 살아가는 인생길이

      모은 것 없이 이렇게 지나가며

      허송세월이 되었다는 것인가?

 

      갈고 닦으며 기다리고 기다려 보아도

      내 생을 걸고 바라는 희망의 때는

      이리 쉽게 찾아오질 않으니

 

      하늘을 바라보며 물어보아도

      하늘은 희망을 말하여 주지 않누나.

 

      어두운 하늘의 별빛을 보며

      밤하늘의 달빛을 보며

      별빛에 달빛에 내 모습 비춰보며

 

      아 하. 그래, 그렇도다.

      언젠가는 나의 기회가 오긴 올 거야.

 

      나는 이렇게 외치며

      지금까지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요즘처럼 살아가기 힘들 때 급한 마음에 믿을 수 없는 사람의

그럴듯한 말을 덥석 믿고 쉽게 따라가면얼마 못 가 헤어지게

되며피해를 볼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백리해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진() 나라의 국경에

       다다르게 되자, ()의 공손지(公孫枝)가 기다리며

       초()의 장수 투진(鬪軫)에게 죄인을 받았다는

       증표(證票)를 주며죄인의 함거를 넘겨받는다.

 

(나라의 장수 투진(鬪軫)과 군사들은 성희(成僖)가 정성껏

뒷바라지하여준 성의(誠意)에 정이 들어 무척 아쉽게 바라본다.

 

      성희(成僖너는 어쩌겠느냐

      우리와 함께 돌아가자

      저는 목사(牧師임을 끝까지 따라가겠습니다.

 

      이 젊은이는 누구인가

      목사(牧師임을 모시는 목부(牧夫성희(成僖이옵니다.

 

함거(轞車)를 인솔하고 온 장수 투진(鬪軫)과 초(나라 군사들이

멀리 가자공손지가 진(나라 군사들에게 조용히 명령을 내린다.

 

      함거(轞車)를 조심스레 열어라.

      잘 모시어야 한다.

 

백리해(百里奚)는 함거에서 나오자 결박이 풀리며일어나자마자

커다랗게 기지개를 켜고다리와 무릎을 활짝 펴보며 흔들어본다.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저는 진(나라 대부 공손지(公孫枝)라 합니다.

     

      저 백리해(百里奚) 마중 나와 주시어

      고맙게 생각합니다.

 

      우리 주공께서는 선생님을 만나고자

      오랫동안 기다리고 계시옵니다.

 

      우리 진(나라는 산악지대가 많아 척박(瘠薄하며

      융족(戎族들의 등쌀에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아무쪼록 진(나라를 일으켜 세우는데

      많은 힘을 보태어 주십시오.

 

공손지(公孫枝)는 진목공(秦穆公)이 바라는 바를 이야기하여 주게

되며, 둘은 옛 친구를 만난 듯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게 되었고,

성희(成僖) 이제 마음을 놓고 짐 실은 말을 끌며 뒤따라간다.

 

      백리해는 진목공이 그런 정도의 군주라면

      큰일을 도모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공손지의 안내를 받아 옹성(雍城)에 도착한다.

 

진목공은 백리해가 당도(當到했다는 전갈을 받고는 큰 기대를

걸면서 정청(政廳)으로 달려나갔으나그러나 거기에는 백발에

볼품없게 서 있는 한 노인을 보며크게 실망을 하고 만다.

 

      나이가 몇이나 되었소이까.

      이제 70살입니다.

      아깝구려너무 많이 늙었소이다.

 

진목공(秦穆公)은 그렇게 기다리던 백리해(百里奚)가 백발의 힘없는

늙은이로 보였으므로대업(大業)을 도모하기 힘들겠다고 생각하면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눈길을 돌리고 마는 것이다.

 

진목공은 혈기가 왕성한 약 35세이고백리해의 나이는 70이나

되었으니너무 많은 나이를 탓할 수가 있었으리라이를 눈치챈

백리해(百里奚)는 이미 짐작한 바라며 힘차게 말을 시작한다.

 

       날아가는 새를 잡고, 사나운 맹수(猛獸) 맞서

       싸우라 하신다면, ()은 분명 늙었습니다.

 

      하오나앉아서 나랏일을 맡아보라 하신다면

      ()은 아직 젊은 나이 옵니다.

 

      일찍이 태공망(太公望이신 강태공(姜太公)

      위수(渭水강가의 반계(磻溪)에서 곧은

      낚싯바늘로 낚시하며 세월을 보내고 있었을 때

 

      주문왕(周文王)은 여든 살이나 된 강태공(姜太公)

      재상 중에 으뜸이라는 상보(上父)로 삼아,

      함께 주 나라를 일으켜 세우고,

      마침내 천하를 통일하였습니다.

 

      신을 그때의 강태공(姜太公)과 비교하신다면

      신은 아직도 열 살이나 젊은 나이입니다.

 

      사람을 어찌 겉모양으로 판단이 되겠습니까.

      사람의 능력이 어찌 겉모습에 나타나겠습니까.

 

백리해百里奚의 말에 그의 비범함을 눈치챈 진목공秦穆公

그의 말을 깊이 음미하다가그제야 실수하였음을 깨닫고는 

자세를 가다듬으며 정중히 사과하는 것이다.

 

       허,  정말 그렇습니다.

       과인(寡人)의 경솔함을 용서하여 주시 오.

 

       (나라로 도망간 신의 죄를 물으시겠다면

       신은 그 죄를 달게 받겠습니다.

 

       아니 오선생을 불러들인 것은

       선생의 도움과 지도를 받고자 함이오.

 

       우리 진(나라는 융적(戎賊)들 사이에 끼어

       중원과 교류를 맺지 못하는 어려운 실정이오.

 

       나는 포부가 작지 않아 고심하여 오던 중에

       선생의 명성을 듣게 되어 어렵게 모셨으니

       나의 뜻을 이룰 수 있도록 지도하여 주시 오.

 

 222 짐이 가벼워야 먼 길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