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9 화. 멀리서 보답이 오는가.
제 219 화. 멀리서 보답이 오는가.
백리해(百里奚). 그분은 참으로 어진 분이옵니다.
사리가 분명하고 일 처리가 깨끗하여
모든 사람이 현자라 불렀습니다.
그분은 인자한 분으로 자기 몸보다
불쌍한 사람을 먼저 돕는다고 합니다.
나라가 망하여도 우공(虞公)이 불쌍하다며
항상 우공(虞公)을 떠받들고 있다가
진(晉) 나라의 미움을 사서, 멀리 쫓아내려
잉신(媵臣)으로 뽑았다고 합니다.
너는 어찌 그리 소상하게 아느냐?
너는 우는 것이냐 ?
무슨 사연이 있기에 그리 우는 것이냐?
저에게는 두 동생이 있었사옵니다.
그분이 저의 두 동생을 살려 주시었습니다.
동생 둘을 살려주다니 무슨 말이냐?
난순(欒順)은 눈물을 뚝뚝 떨어트리다가 겨우 가다듬었으며,
백리해가 베풀어준 은혜를 목희(穆姬)에게 소상히 말씀드렸다.
호, 그래. 그런 사연이 있었구나!
자신이 그렇게 어려운 지경에 닥치고 있음에도
자기 재산을 서슴없이 모두 털어 베풀다니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로구나!
그래. 동생들은 만나보았느냐?
아닙니다. 하도 멀어 찾아보지 못하였습니다.
멀다고 하지만 찾을 수가 없었겠구나.
내 힘자라는 데로 도와주마!
그래. 그분이 어디로 갔느냐?
그렇게 점잖은 분이 도망갈 줄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였나이다.
목희(穆姬)는 백소아(百素蛾)와 난순(欒順)에게서 들은 이야기
모두를 빠짐없이 진목공(秦穆公)에게 자상히 이야기하여 주었다.
부부 사이란 같이 오래 살다 보면,
말을 안 해도 서로 마음이 통하여 서로 믿게 되니,
백 년 이상을 해로(偕老) 하는 모양이다.
불교의 경전인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에 나오는 이야기로, 사람의
말뜻을 꼭 경전(經典)으로 전하여 주지 않아도,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여진다. 라는 이심전심 (以心傳心)이라는 글이 나온다.
인연(因緣) 이란, 말은 구잡비유경(舊雜譬喩經)에서 나온다.
인연(因緣)
인연으로 왔다가 인연으로 간다.
인연은 우리 일생과 같이 간다.
찾아오는 인연과 떠나가는 인연
두 인연 속에 우리는 살아가는지 모른다.
인연이란, 만남일 것이다.
수많은 사람 중에 만나는 사람
만나야 할 사람과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선연(善緣) 이요
나쁜 사람을 만나는 것은 악연(惡緣) 이라니
그러나 선연(善緣)으로 악연(惡緣)이 따라오고
그러나 악연(惡緣)으로 선연(善緣)이 따라오고
선연(善緣)과 악연(惡緣)이 서로 이어져 오가니
어쩌면 우리는 두 인연 속에서 살아가는지 모른다.
떠나가는 인연이 있으면
다가오며 찾아주는 인연도 있으니
우리는 그렇게 새로운 인연을 만나기 위해
살아가는지 모를 일이다.
좋은 인연과 좋은 사람만 만나며 살아가려
우리는 모진 풍파를 견뎌내며
참고 살아내는지 모를 일이다.
법정(法頂) 스님의 무설전(無說殿)에서 사랑하는 사람은 못 만나
괴롭고, 미워하는 사람은 만나서 괴롭다고 하였다.
만나고 못 만나고를 마음대로 할 수 없으니
만나는 인연은 따로 있다고 하는 모양이다.
우리는 새로운 인연을 만나려 살아가며
인연 따라 세월도 흘러가나 보다.
진목공(秦穆公)은 옛날 혼례 때의 잉신첩(媵臣牒)을 찾아오라 하여,
명단(名單)을 살펴보니 백리해(百里奚)의 이름이 뚜렷이 나온다.
공자 칩(縶)은 과인의 혼사를 성사했으니
잉신첩에 나오는 백리해를 알겠는가?
백리해는 본시 우(虞) 나라 중대부(重大夫)였으나
우리 진(秦) 나라에 오는 중에 도망쳤다고 합니다.
중대부(重大夫)였던 사람을 잉신(媵臣)으로
뽑아 보내다니, 쯧쯧 도망칠 만도 하겠구나!
백리해(百里奚)는 어떤 사람인가?
신은 백리해를 잘 모르오니 진(晉) 나라 사람이었던
공손지(公孫枝)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나이다.
그대 공손지(公孫枝)는 백리해(百里奚)를 아는가?
주공, 백리해(百里奚)는 어질고 현명한 사람입니다.
그는 우공(虞公)에게 간해도 소용없는 줄 알고
더 간하지 않았으니 그의 지혜를 알만하며
괵(虢) 나라 장수였던 주지(교舟之僑)가
진(晉) 나라의 대부가 되어 같이 일하자며
진(晉)의 대부 자리를 권할 때도 백리해는 거절하면서,
망한 나라의 우공(虞公)을 섬기고 있었으니
그의 충성심과 의리를 알 수 있습니다.
백리해는 천하를 경영할 재주와 능력을 지녔으나
다만 불운하였을 따름입니다.
백리해(百里奚)가 그런 정도의 사람이었던가?
지금이라도 그를 찾을 수가 있겠는가?
주공, 백리해는 큰 나라에 숨어 있을 것입니다
큰 나라는 제(齊) 나라와 초(楚) 나라입니다.
제(齊) 나라는 너무 멀어 가까운 초(楚) 나라에
숨어 있을 것으로 짐작이 되옵니다.
주공, 지금이라도 초(楚) 나라에 사람을 풀어본다면
혹시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초(楚) 나라가 수천 리가 넓은데
그 넓은 곳에서 어떻게 찾아낸단 말이오?
주공, 그것은 운(運)에 맡길 수밖에 없나이다.
주공, 만일 백리해(百里奚)를 찾아만 내시면
하늘이 주공께 복을 내리시는 것이며
못 찾아내시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진목공(秦穆公)은 공손지(公孫枝)의 말에 크게 감격하여, 중신들
앞에서, 백리해(百里奚)를 찾아내겠다고 큰소리로 공언하게 되었다.
내 기어이 백리해(百里奚)를 찾아내
내 사람으로 만들고야 말리라!
많은 세작(細作)을 초(楚) 나라에 풀어라.!
백리해(百里奚)를 꼭 찾아내야 한다.
찾아내는 사람에게 후한 상을 내리리라!
이때 백리해(百里奚)는 완성(宛城)에서 소를 키우다가 이제는 동해
목장에서 말을 키우며, 초(楚)에 머문 지도 벌써 10년이 되어가고
있다는 걸 깨달으며 조용히 살며 달빛을 보고 있었다.
안에 목사(牧師) 임, 계십니까.
아니 팽손(彭孫) 장수께서 어떤 일이십니까.
목사(牧師)께서 새러 오신 이후로
동해 목장이 여러 가지로 좋아졌습니다.
체계적으로 운영도 잘하시고,
아는 지식도 많으시니,
말들이 몰라보게 윤기가 흐릅니다.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그저 열심히 할 따름입니다.
동해 목장을 지켜주는 장수 팽손(彭孫)이 언제나 존댓말을 쓰니,
장수가 존댓말 쓰기는 백리해(百里奚)가 처음이라고 쑥덕인다.
영성 (郢城)에 계시는 대부 성득신(成得臣) 장수에게
좋은 말을 보내고자 하는데
다섯 필(匹) 만 잘 골라주셔야겠습니다.
성득신(成得臣)은 영윤(令尹)인 투곡어토(鬪穀於菟)의 동생이므로,
이곳 동해 목장을 지키는 장수는 초성왕(楚成王)에게 발탁되어야만
부임하는 좋은 곳이므로, 장수 팽손(彭孫)도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
말(馬)은 목이 길고 귀는 곧추서있으며,
목의 갈기 부분인 기갑부(鬐甲部)가 높고
등과 허리는 짧으며
궁둥이 부분인 미근부(尾根部)가 높으므로
사람이 올라타기에 아주 적합하다.
털의 색깔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위모(葦毛) 라는 털은 태어날 때 갈색이나
흑색이었다가, 자라면서 백색으로 변한다.
체형이 잘 빠지고 말갈기가 아름다우며
잘 훈련이 된 말을 타고 다니는 사람은
그 지위가 더욱 높여 보이는 시대였다.
백리해(百里奚)는 일과를 마치면, 별빛을 헤아리고, 하늘의 운세를
살펴보다 자리에 들며, 이른 새벽에 어렴풋이 밝은 햇빛을 보게 된다.
백리해는 사는 집 현관문이 조금 열리며, 밝은 햇빛이 스며들어오자,
누가 왔나 하며 일어서다가 꿈인 걸 알게 되자, 의구심이 생긴다.
참, 이상도 하구나!
손도 대지 않은 현관문이 왜 열리는 것일까?
밝은 햇빛은 무엇이며, 무슨 뜻의 꿈일까?
혹시 반가운 손님이 오는 건 아닌가?
새로운 인연(因緣)이 다가온다는 것일까?
알 수 없구나! 알 수가 없어!
제 220 화. 선견지명은 예지능력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