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8 화. 인덕은 베풂에서 나오는가.
제 218 화. 인덕은 베풂에서 나오는가.
6개 주(廄)는 모두 병거 54승이므로 이에 해당하는 말은 전부
216마리가 되며 융마(戎馬)를 사용하게 된다. 여기에 교대시킬
예비 말을 합한다면 아마도 432마리가 훨씬 넘을 것이다.
1군은 24주(廄)이며 병거 216승이 되므로 말의 수요는 모두
864마리가 되며, 교대시킬 예비 말을 보태면 최소한 1,900마리
이상이 될 것이며, 여기에 별도로 기마 부대 등의 수요가 따른다.
기마 부대는 군사마다 예비 말을 가지고 다니며,
장수, 부장, 연락병들도 개별적으로 말을 탄다.
왕실의 천자는 12개의 주(廄)를 둘 수 있으며,
제후국에는 6개의 주(廄)를 두게 하였으며,
천자가 인정한 가(家)에는 4개의 주(廄)까지만 두게 했다.
그러나 이러한 엄격한 제한은 시대가 변하여 인구가 많아지면서,
또한, 전쟁의 규모가 커지다 보니, 전혀 지켜지지 않게 되었다.
목 부장님, 우린 언제까지 동해 목장에 있는 겁니까?
성희(成僖)야, 이제는 목사(牧師)임이라고 불러야 한다.
소 목장은 목부장(牧夫長) 이었잖습니까?
사람은 맡은 직책에 따라 명칭이 달라진단다!
언제까지 있기는? 그렇게 오래가지는 않을 것 같다.
글쎄, 한 10년 안에 변화가 있지 않겠느냐?
몽고(Mongolia)가 한창 말을 많이 키우면서 팔 때는 전국적으로
2천여만 마리 이상을 키웠다고, 어느 학자분의 조사에서 나온다.
나라마다 충분한 말의 숫자를 유지하는 일은
국책 사업으로 그 나라의 국부(國富)를 보여 주게 된다.
우리나라 기록에 따르면 고려 시대에는 160여 군데,
신라 시대에는 174군데의 말 목장이 있었으며,
조선 시대 초반에만 해도 200여 개 존재했고,
종사하는 인원도 9천 명을 넘겼다고 한다.
지금도 제주(濟州)에서 2,500여 두를 키우고 있으니
한창 전성기(全盛期)에는 몇 마리나 키웠을까?
아마 칠팔천이나 1만여 마리를 키웠을 것 같다.
동해 목장은 7천여 마리의 말을 키우며, 용도에 따라 철저한 훈련을
시켜, 봄가을에 필요한 곳으로 내보내는 곳이라, 200여 명의 목부가
종사하며, 이런 목장을 지키려 군사들도 주둔하고 있었다.
동해 목장이 7천 마리씩이나 키워도 모자라,
귀족이나 지역유지들은 작은 목장을 가지고,
직접 말을 키워 사용하고 있었다.
분야별로 일을 맡은 사람들이 말(馬)들을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키워내며 훈련을 시키면서, 나라에서 지정하는 곳으로 내보낸다.
말은 11개월 만에 새끼를 1마리 낳고
6개월이면 젖을 떼며, 4년이면 다 자란다.
앞니와 윗니로 풀을 잘게 뜯으며,
어금니로 잘근잘근 씹어 넘기게 되면,
25m나 되는 하나의 긴 위장(胃腸)이
천천히 소화를 시켜 나간다.
긴 목과 튀어나온 둥근 눈은 높이 달려있어,
180도까지 두루 살필 수 있으며,
신경계가 발달 되어 본능적으로 예민하다.
후각과 청각이 사람보다 예민하면서,
지능이 70~80 이상으로 높은 편이라.
사람의 신호를 잘 맞추는 분별력이 있기는 하나,
성질이 급하여 다루기가 매우 힘들어
매일 반복적인 훈련을 시켜야 한다.
말은 원래 겁이 많은 동물이나, 사람과 유대감(紐帶感)이 깊어져
믿을 수 있는 주인과 함께라면, 호랑이와도 싸우는 용맹성을
지녔기에 험한 전쟁을 수행할 수가 있다.
말의 어깨높이는 보통 150~163cm이나
한혈마는 약 2m이며, 20년에서 25년을 살며
조랑말은 더 오래 산다고 한다.
말발굽은 달리기 좋도록 V자 홈이 있어.
말발굽에 쇠(鐵)인 편자를 붙여주어야!
말발굽이 잘 유지되며 오래 달릴 수가 있다.
네 다리는 길고 튼튼할 뿐만 아니라,
위험이 따를 때는 엄청난 뒷발질에
짐승이나 사람도 죽을 수 있다.
목 뒤로 뻣뻣한 털이 많아 갈기를 이루며
눈에 닿으려는 날 파리나 빗물을 튕겨낸다.
긴 꼬리는 말총이라는 털이 나 있으며
이를 휘둘러 달려드는 파리 등을 쫓아낸다.
말은 마방(馬房)에 오래 갇혀 있으면 답답해하고
속박받는 것을 싫어하며 화를 잘 낸다.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아래위 이빨을 부딪쳐
소리를 내며, 벽을 물어뜯는 버릇이 나온다.
백리해(百里奚)는 목부(牧夫)들의 우두머리인 목사(牧師)가 되어,
잘 모르는 일이나, 이해가 가지 않는 일들은, 잘 아는 사람에게
스스럼없이 물어보며, 서로 믿고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를 만드니,
서로서로 사이가 좋아지면서 운영 질서가 잡혀 나갔다.
체계 있게 운영하니, 사람들은 힘이 드나 즐거워하고
말들은 건강해지니 훈련도 잘 받게 된다.
목부(牧夫)들이 부지런히 움직이며, 여유 시간에 밭도 조성하여,
기장 쌀과 귀리를 가꾸어 종사자들의 양식을 도와주며, 짚은 잘
모아 보관하면서, 비오는 날이나 겨울을 대비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인근 동내에 내려가 동내의 어려움을 도와주기도 하였다.
때로는 완성(宛城) 성주에게서 받은 돈으로
성실하면서도 몹시 어려운 집에 송아지를
사주며 키우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이 소들이 커서 새끼를 낳으면 이웃에게
나눠주게 하면서 서로 협동하게 하니
마을 사람들과 깊은 정이 들며 유대감이 깊어졌다.
백리해(百里奚)는 이처럼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하며, 비록 작은
성과라도 하나씩 열심히 실적을 쌓아나가는 성실한 사람이었다.
절차탁마(切磋琢磨)라는 말이 있다.
끊을 절(切). 갈 차(磋). 다듬을 탁(琢). 갈 마(磨)로
자기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끊임없이 갈고 닦아야 한다는 뜻이리라.
백리해(百里奚)가 잉신(媵臣)이 되어, 할 수 없이 우(虞) 나라를
떠나게 되자, 우공(虞公)은 궁벽한 한촌(寒村)에 유배되었으며,
할 일 없이 흐르는 산천을 바라보다가 쓸쓸히 죽어가게 되었다.
장계(狀啓)가 올라왔다고 하였느냐?
우공(虞公)이 죽었다고 하옵니다.
진헌공(晉獻公)은 장계가 올라오자, 옛날의 가도멸괵(假道滅虢)
때를 생각하며, 측은한 연민(憐憫)의 정으로 후하게 묻어주라 하자,
한 시인이 지은 노래에 사람들이 따라 부르며 멀리 퍼져나갔다.
우공(虞公) 이여. 내 형제의 입술을 없애면
내 이빨이 시릴 줄 왜 몰랐는가.
우공(虞公) 이여.
부귀영화를 탐하여 형제가 망할 길을 빌려주다니
나도 따라 망할 줄 왜 몰랐는가.
그대는 부귀영화를 탐하였지만
부귀도 입술도 이빨도 다 없어지니
궁벽한 한촌에 외로이 떠돌다가
먼저 보낸 형제들을 뒤따라가는구나.
슬프다. 우공(虞公) 이여.
왜. 궁지기(宮之奇)의 말을 듣지 않았던가.
뒤늦게나마 백리해의 말을 들었어야 할 것을
아 아, 슬프구나, 우공(虞公) 이여.
백리해(百里奚)가 곁에 있었던들
어찌 이리 쓸쓸히 죽어가게 하였으랴.
지난날 우공(虞公)과 괵공(虢公)이 허욕을 부리다, 진헌공(晉獻公)의
속임수에 걸려들어 망하게 되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의 내력과
가도멸괵(假道滅虢)의 사연이 노래로 불러 퍼지게 되었다.
전쟁이 잦을 때라 백성들의 고달프고 애처로운
마음이 눈물과 함께 어우러지며,
마음과 마음이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더욱더 멀리
퍼져나가며 진(秦) 나라에도 알려지게 되었다.
진목공(秦穆公)도 백성들이 부르는 노래를 전해 들으며, 노래
속에 나오는 백리해(百里奚)가 누구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세월은 참으로 빠르게 지나간 것이다.
백리해(百里奚)가 잉신(媵臣)으로 뽑혔다가
초(楚) 나라로 도망온 지가 벌써 십 년이나 된다.
진목공(秦穆公)과 백희(伯姬)가 혼인한 지도
십 년이 되었을 때이었다.
진(晉) 나라에서 시집온 백희(伯姬)는 진목공(秦穆公)의 아내라는
뜻으로 목희(穆姬)라 불리고 있었다.
현명한 목희(穆姬)가 진목공(秦穆公)을 잘 내조하니,
둘의 사랑과 믿음은 더욱 두터워져 있었다.
백소아(百素蛾)는 목희(穆姬)가 시집올 때, 괵(虢) 나라에서 징발된
잉녀(媵女) 출신으로 항상 목희(穆姬)를 받들고 있었으며, 상냥하고
성실하여 수족처럼 움직여 주는 어여쁘고 똑똑한 시녀였다.
목희(穆姬)는 고향이 진(晉) 나라이기에 진(晉)에서 흘러들어온
우공(虞公)의 노래를 듣게 되며, 백소아(百素蛾)를 불러 물어본다.
백소아(百素蛾)는 혹여 백리해(百里奚)를 아느냐?
너와 같은 백씨(白氏)이니 친척이 되는 건 아닌가?
같은 성씨이긴 하오나, 친척은 아니 오며
이야길 많이 들어 알고 있사옵니다!
아는 데로 이야길 하여 보아라.?
자세한 것은 난순(欒順)이 더 잘 압니다!
난순(欒順) 이는 누구인가?
저와 같은 괵(虢) 나라 잉녀(媵女) 출신입니다.
난순(欒順) 이는 어디 있느냐?
바느질하는 침방(針房)에 있나이다.
그래. 어서 불러보아라.
부르셨사옵니까? 저. 난순(欒順) 이옵니다.
앉게나, 백리해(百里奚)는 어떤 사람인가?
자세히 말해보아라.
난순(欒順)은 지난날의 이야기에 대하여 갑작스러운 질문을 받자,
매우 당황하다가 목희(穆姬)를 바라보며 먼저 눈물을 글썽였다.
제 219 화. 멀리서 베풂의 보답이 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