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201∼300회)

제 213 화. 먼 꿈을 향해 떠나가는가.

서 휴 2023. 7. 12. 04:03

213 . 먼 꿈을 향해 떠나가는가

 

       이건 당신(堂身)이 갈아입을 옷가지에요.

       이건 기장 쌀을 볶은 것이며

       이건 칡뿌리를 말린 것이지요.

       목이 마를 때 꼭꼭 씹으세요.

 

       부엌에서 뭐를 만드는 거요.

       한 마리뿐인 씨암탉을 잡았지요.

 

       그래도 그렇지. 부엌 문짝을 뜯어 불을 때다니

       한겨울 생각은 하지 않는 거요.

 

       아무 땔감도 없는데 겨울 걱정은 그때 해야지요.

       나의 정성이라 생각하시고, 멀리 떠나야 할

       당신(堂身)이 맛있게 먹어두어야지요.

 

       . 상을 차려왔으니 앉으세요.

       옆집에서 기장 쌀과 조를 꿔와 밥을 했지요.

 

       어서 드세요. . 울려고 해요.

       눈물을 떨어트려선 아니 되지요.

 

       이 밥상은 행운의 밥상이 돼야 해요.

       당신(堂身)은 눈물을 떨어트려선 아니 됩니다.

       이별의 밥상이 되어선 아니 되는 거지요.

 

       . 조금만 입을 벌리세요.

       아니요. 내가 먹으리다.

       한 숟갈이라도 웃으며 자셔보세요.

 

       목이 메어 더는 못 먹겠소.

       험한 세상. 아무것도 없이 떠나는 당신(堂身),

       이 한 끼라도 배불리 먹어두셔야 해요?

 

남편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려 마련한 씨암탉과 노란 좁쌀밥이

차마 넘어가랴 만은, 남편의 앞날에 행운이 오기를 바라며,

두씨(杜氏)의 사랑하는 마음이 밥상으로 차려 나왔다.

 

이별이 아니라, 행운의 밥상이어야 한다며, 백리해의 손을 잡고

떠먹이려 애를 쓰면서, 이렇게 헤어지면 언제 만날지 모르는

애달픈 이별을 앞에 두고 두 사람은 맛있게 먹었을까?

 

       그렇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들 백리시(百里視) 만이

       처음 보는 진수성찬(珍羞盛饌)에 눈망울 굴리며

       마음껏 배를 채웠으리라

 

두씨(杜氏) 부인은 밥상 앞에서 보이지 않는 훗날을 기약하고자,

백리해(百里奚)의 손을 꼭 부여잡고 또 잡으며 눈물 흘리고 만다.

 

       苟富貴 勿相忘 (구부귀 물상망)

       부귀해지더라도 서로를 잊지 않는다.

 

       구차할 구(). 부유할 부(). 귀할 귀().

       하지 말 물(). 서로 상(). 잊을 망().

 

       훗날 귀하신 몸이 되면 잊지 마소서.

       이 몸을 꼭 찾아주실 수가 있겠는지요?

 

       내가 어이 잊을 수가 있겠소?

       내가 꼭 우리 가족을 찾아와 행복을 주리다.

       어느 곳에서 성공하던 제일 먼저 연락할 것이오.

 

두씨(杜氏) 부인은 떠나가는 남편과 기약 없는 이별을 하게 되며,

뒷모습에 멀리까지 손을 흔들고 차가운 빈방에 돌아와 어린 아들

백리시(百里視)를 붙들고 얼마나 울었을까.

 

백리해(百里奚)는 두씨(杜氏) 부인이 눈물로 흔들어주는 손길을

바라보다, 이슬 맺힌 몸으로 고향인 미루나무 골을 떠나게 된다.

 

       참아내야 한다. 견뎌내야 한다.

       참고 견뎌내지 않으면

 

       어찌 큰 지혜(智慧)를 얻을 수 있겠는가.

       어찌 큰일을 할 수 있겠는가.

 

       이제 넓은 세상으로 나가 보자.

       이제 홀로 세상을 헤쳐 나가는 고난 속에서

       터득한 지식과 경험을 쌓아

       세상을 이끄는 지혜(智慧)로 성숙시켜보리라.

 

       내 생각이 반드시 옳지마는 아니할 것이며

       아무리 좋은 생각도 상대가 받아주지 않으면

       아무 쓸모 없는 생각이 되고 말 것이다.

 

       어떤 지혜든 모두 다 쓰이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배려하는 마음이 앞서야 받아들여질 것이다.

 

       배려하는 마음이 없는 지혜는 진정한 지혜가 아니거나

       더욱 성숙시켜야 할 지혜가 아니겠는가.

 

       공부하여 얻는 지혜(智慧) 보다,

       견디며 닦아서 얻는 지혜(智慧)가 더 나으며

 

       참으며 닦아서 얻은 지혜(智慧)

       세상 경영의 지혜(智慧)로 성숙시켜보리라.

 

       세상의 흐름에 가볍게 휩쓸리거나

       자신의 이익에 매달려서는 아니 된다.

 

       참고 견뎌내며 마음을 억누르며

       내 마음의 순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

 

       내 마음은 아무리 어려움 속에서도

       내 곁의 사람을 이해하면서 도우며

       옳은 길을 가도록 이끌어주어야 한다.

 

세상을 이해하는 마음은 응당 그런 마음이어야 하며, 물론 성공도

나 혼자만의 지혜나 힘만으로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나를 등용할 사람도 잘 만나야 하듯

       나의 아랫사람도 잘 만나야 한다.

 

       앞으로의 나의 모든 운명은

       나의 마음과 행동거지에 달렸으리라.

 

       나는 나의 의지로 성공을 하여야 한다.

       그러나 어찌 나의 의지만으로 되겠는가.

 

요즘도 생활고에 헤어지는 부부도 있을 것이며 또 헤어지려

갈등하는 부부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사는 모습이 다 그런 것 같다. 이럴 때는 두씨(杜氏)

백리해(百里奚)의 사는 모습을 비교하여보면 어떨까.

      처자식을 지키려 허송세월하지 마시고
       뜻을 이룰  있는 길을 찾아가십시오

가정만을 지키려 망설이던 백리해(百里奚) 두씨(杜氏부인의 

과감한 권유에, 어느 나라든 벼슬길에 오르러 떠나게 되었다.

      어느 나라가 좋겠는가.
     이제 겨우 세력을 키우려는 진()나라는 아니고
      ()과 송()과 노()는 뜻은 있으나 작은 나라이고 
      아니 된다면멀지만 (나라까지 가보자

백리해(百里奚) 기원전 690년경에서 680년경인 10 년간 뜻을
이루지 못하며 당시  산다는  (나라까지 가게 된다.

       당시 (나라는 제양공(齊襄公시절이며  
      과거제도가 없을 때라특출하게 이름을 날리어
      아주 유명해지거나높은 사람의 추천을 받아야 
      벼슬을  수가 있는 시대였다.

백리해(百里奚)는 알아주는 사람도천거해주는 사람도 없었으며,

애써도 줄을 타지 못하여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게 되자

미관말직(微官末職)의 작은 벼슬도 구하지 못한다.

더구나 가져온 여윳돈도 기댈 곳도 없는 신세가 되고 보니수년간
떠돌아다니며먹을  찾아 (나라의 논밭이 많다는 ()
땅까지 흘러들어와 마침내 처참한 거지가 되어 떠돌게 되었다.

      몹시 배가 고픕니다.
      먹을  조금만 주십시오.

      멀쩡한 사람이 일도  하고
       얻어먹으러 다니는 거요.
        데나 가보시오.

      배가 몹시 고픕니다.
      먹을  조금만 주십시오.

      이리 들어와 보시 ?
      아니들어오라 하셨습니까
      괜찮소어서 들어와 보시 .

      얻어먹으러 다닐 사람 같지는 않은데
      어떻게 이리 어려운 지경이 되었소.

      한마디로 어찌 설명하겠습니까?
      밥이라도 한술 주시면 고맙게 먹고 일어서겠습니다.

      몹시 배가 고픈 모양이구려.
      여보밥상  차려오구려.

      밥상 받아보기는 수년 만에 처음입니다.
      정말 고맙게 먹겠습니다.

      고향은 어디요.
      (나라에서 왔습니다.
       곳에서 왔구려.

      벼슬자리를 알아보러  거요.
      그렇습니다만 어찌 아시는지요.

      거지로  팔자는 아닌  같구려.
      마땅히 머물 곳이나 있소?

      떠돌아다니는 몸이 어찌 머물 곳이 있겠습니까?
      떠돌아다니지 말고 이곳에 있어 보면 어떻겠소?

      저를 받아주시겠다구요?
      누추한 몸이 어떻게 머물 수가 있겠습니까?

      괜찮소넉넉하진 않으나
      머물며 우리같이 앞날을 생각해 봅시다.

막역지우(莫逆之友라는 말이 있다.
없을 (). 거스를 (). 어조사 ().  ().

     마음이 어긋나거나 거스르지 않는 막역어심(莫逆於心) 
     서로를 알아보고 친해져 벗이 되었다는 
     수상여위우(遂相與爲友)에서 친한 벗()을 뜻하는 
     막역지우(莫逆之友)라는 말이 생겨난다.

본래의 뜻은 하늘과 땅의 이치를 깨닫게 되어현실을 초월하며
너그러운 마음으로  깊은 사귐을 뜻하였으나세월이 흐르며
서로 아주 친해지게  친구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게 된다.

      간담상조(肝膽相照) 라는 말도 있다.
      서로에게 간과 쓸개를 비춰 보일 정도로
      숨기는  하나도 없는 ()이란 뜻이다.

      토진간담(吐盡肝膽)은 간과 쓸개를  토해내듯 

      서로의 마음을 숨김없이  털어놓는 벗()이다.

관상을   알고세상일에 밝은 건숙(蹇叔) 백리해(百里奚)
불러들여 이야기를 나누며백리해가 범상치 않은 인물이며

 꿈을 이루려 헤매는 것을 알게 되고둘인 서로 마음이 통하여 

의형제를 맺으며   위인 건숙(蹇叔) 형이 되었다.


214 . 평생의 인연을 만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