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2 화. 꿈을 향해 살아가야 할까.
제 212 화. 꿈을 향해 살아가야 할까.
백리해(百里奚)는 두씨(杜氏) 부인과 아들 백리시(百里視)를 만나,
모여 살기 위해, 모아둔 돈을 어린아이들에게 서슴없이 내주었다.
내 가족은 어떻게 찾아야 할 것인가?
그러나 이제 노비가 된 내 신세가 아니냐?
이제 만난들 무어라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여보. 두씨(杜氏) 부인. 정말 면목이 없구려.
아들 백리시(百里視)야. 너무나 미안하구나.
백리해(百里奚)는 가슴속에 만감이 서린 체 고향인 우 나라를 떠나
진(晉)나라 강성(絳城)으로 잉신(媵臣)이 되어 따라가고 있다.
백리해(百里奚)가 어떤 사람인가?
찢어지게 가난하여 처자식도 먹여 살리지 못하게 되자
출세하여 잘 살게 해주겠다며 헤어져 숱한 고생과
굶주림 속에 거지가 되기도 하지 않았나?
다행히 건숙(蹇叔)을 만나 그의 추천으로,
우(虞)나라 재상 궁지기(宮之奇)를 만나,
고향인 우(虞) 나라에서 대부 벼슬을 하였으나
그러나 끝내 가족은 찾아내지 못하였다.
너무나 어렵게 살았으므로 주지교(舟之僑)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편히 살 수 있으련만, 몸에 밴 충심(衷心)과 의리를 저버리지
않으려, 우공(虞公) 곁에 끝까지 남아 정성을 다하였다.
사람에게 운명이란 것이 있는 걸까.
운명을 쳐다보면서 따라갈 수 있는 걸까.
새로운 운명이라는 것도 있다고 하더라.
나 스스로 새로운 운명을 찾아낼 수 있을까.
운명은 개척하는 것이라 하지 않는가.
새롭게 개척하며 열심히 살아보자. 어떻게?
겪어내기 힘든 어려움을 시련이라 한다.
시련은 왜 찾아오는 것일까?
다가온 시련을 견뎌내며 넘어가야 할 것인가.
아니면 포기하고 현실에 그저 따라가야 하는가.
운명은 정말 있는 걸까?
현재의 이 어려운 운명을 이겨낼
새로운 운명이 정말 있기나 한 걸까.
춘추시대(春秋時代)에는 이웃 나라와 전쟁을 피하며, 위태로울 때,
서로 돕고자 하는 정략결혼(政略結婚)이 많았었다.
제후국 간의 혼례에 따라, 시집가는 공주에게는 따르는 사람이
많았다. 잉첩(媵妾), 잉신(媵臣). 잉녀(媵女)의 제도였다.
잉첩(媵妾)은 시집간 공주에게 왕자가 생기지
않거나, 갑자기 죽었을 때를 대비하여,
여자 형제를 여럿 딸려 보내는 것을 말한다.
잉신(媵臣)은 시집가는 공주를 따라가 시중을 드는
남자를 높여 부르는 이름이나 사실은 노비(奴婢)다.
잉녀(媵女)는 잉신(媵臣) 처럼 따라가 시중을 드는
여자들을 말하나, 역시 노비(奴婢) 이다.
백리해(百里奚)가 살았던 춘추시대(春秋時代)는 제(齊). 진(晉).
진(秦). 정(鄭), 송(宋). 초(楚), 등이 서로 패공(覇公)이 되겠다며,
서로 각축을 벌이던 시대였으므로 백성의 삶은 몹시도 고달팠다.
죽을 끓이는 것이오.
수제비이지요.
여보(女寶). 미안하오.
이제 겨우 걸으려는 우리 아들마저
굶겨서는 안 되는데. 정말 미안하구려.
내가 돈을 벌지 못하니
고생하는 모습에 눈물이 나는구려.
우리 처지가 이렇게 어려운 걸 알면서도
헤쳐 나가질 못하니 정말 미안하구려.
당신(當身)이 어떻게 해볼 수가 없나요.
내. 내일도 일찍 나가보리다.
무작정(無酌定) 나가면 어떡해요.
일자리를 알아보고 나가야지요.
백리해(百里奚)는 불운하여 나이 서른이 넘어서야, 서당 훈장님의
딸인 두씨(杜氏)를 부인으로 맞이하여 아들 백리시(百里視)를
낳았으므로, 어려운 가정 형편이 더욱 어려워지게 되었다.
생활의 여유란 무엇인가?
생활을 꾸려나가는 재화(財貨)가 있어
살아가는데 걱정이 적다는 뜻일 것이다.
가난(家難)이란 무엇인가?
궁핍하다거나 빈곤하다는 말로, 가진 것이
너무 적어 쪼들리며, 어렵게 사는 것이리라.
결혼하여 부부가 되면 남편 되는 사람은 품이라도 팔아서라도,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의무(義務)를 지니게 된다.
남편은 열심히 돈을 벌어 아내에게 주며
아내는 집안 살림을 꾸려나가며
아이를 낳아 잘 키워 집안을 번창시킨다.
돈을 벌고 싶지 않은 남편이 어디 있으랴. 그러나 그 시대나 자기
주변의 환경에 따라 자기 힘으로 벌지 못하는 남편도 있으리라.
옛날의 단순한 환경에서는 일자리가 많지 않았을 것이니,
능력이 있어 취직하고 싶어도, 품을 팔고 싶어도,
몇 가지일 외에는 일자리가 없었을 것이며
더구나 논과 밭이 없는 사람은 더욱 어려웠을 것이다.
가슴은 남보다 큰 남자가 되어, 큰 뜻을 품고 있으니,
아무리 고생하더라도, 자기 뜻을 펼칠 곳을 찾으려
마음을 정착하지 못하고 있으니, 책만을 읽을 것이다.
가난에서 벗어나기가 쉬운 일이 아니며, 더구나 가난 속에서
자기의 뜻을 펼쳐 이뤄낸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가족을 먹여 살리지 못하여
굶주리는 지경이 되면 어떻게 될까?
운명(運命)에 맡기는 수밖에 없을까?
옛날이나 지금이나 어려운 가정형편에
하고 싶은 일을 중도에 포기하며
좌절하는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을까?
그렇지만 가난을 하나의 시련으로 여기며,
자기 뜻을 끝내 이뤄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백리해(百里奚)가 서역(西域)에 가까운 완(宛) 지역 사람이라고
하는바, 완(宛) 지역은 둔황(敦煌) 지역에 가까운 곳으로 짐작되며,
티베트 쪽으로, 황하(黃河)의 서쪽 끝에 있는 변방 지역일 것이다.
할아버지 대에 완(宛) 땅에서 이곳 우(虞) 나라
미루나무 골에 이사와 백리해(百里奚)가 태어났으나,
불행히도 부모님은 일찍 돌아가시었다.
백리해(百里奚)는 어릴 때부터 일찍 깨우쳐있었다.
혼자인 할머니 손에 어렵게 자라다가 17세 때에
할머니마저 돌아가시자, 고아(孤兒)가 되었다.
다행히 마을 서당(書堂)의 두씨(杜氏) 훈장님이 똑똑한 백리해를
거두어 주고, 서른이 넘어서야 아끼던 자기 딸과 결혼까지 시켰다.
두씨(杜氏) 부인은 거문고를 잘 타며 견우(牽牛)와 직녀(織女)의
애절한 사랑 노래, 홍두사(紅豆詞)를 잘 부르는 정숙한 아내였으나,
서로 간에 밥벌이를 하지 못하니, 아들 백리시百里視를 낳고
나서는 더욱 어려워져 굶어 죽을 판이다.
어머니. 저 왔어요.
그래. 여기 이거 가져가거라.
농사지을 땅도 없고, 아버지가 훈장(訓長) 일만을
하고 있으니, 살림 살기가 빠듯하구나.
백리해(百里奚)가 나아가 벼슬이라도 하면 좋으련만
우리 모두 살기가 무척이나 어렵구나.
어머니, 미안해요. 어머니. 주신 것 아껴먹을게요.
서당(書堂)의 운영도 여의찮다 보니, 돈벌이 없는 신혼부부로서
처가의 큰 도움을 받지 못하니, 살기가 어려워 가난에 시달린다.
백리해는 세상에 나가 벼슬 길에 오르고 싶으나, 과거시험이 없을
때였으므로, 찾아갈 연줄도 없고, 처자식을 남겨두고 떠날 수도
없어 망설이며, 차일피일(此日彼日) 시간만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당신(堂身)의 뛰어남도 알아요.
나는 당신(堂身)의 큰 포부도 알아요.
나는 당신(堂身)을 믿어요.
당신은 천하를 움직일 만한 큰 재능을 가지고 있어요.
세상에 나아가 벼슬길을 알아보고, 큰 뜻을 펼쳐
성공하여 나를 불러주면 얼마나 좋겠어요.
가난에 시달려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처자식을 끼고만 있으면 어떡하자는 거예요.
어차피 생활비를 벌지 못하나?
그러나 굶어 죽을 수는 없는 거지요.
어린 아들 백리시(百里視)와 어떻게 하던
기어이 살아내며 기다릴 테니
더는 살림 걱정하지 말고 집을 나가세요!
두씨(杜氏)는 백리해(百里奚)가 천하 경영의 큰 생각을 하고 있음을
일찍부터 알고 있었으므로, 가슴속에 담겨있던 생각을 토로하며,
어렵게 사느니 벼슬을 구하여 불러달라며 애원하게 된다.
여보(女寶). 부부는 헤어지는 게 아니라 하오.
어떻게 하던 같이 살며 해결해봅시다.
古之聖賢 未遇之時 鄙賤之事 不恥爲之.
(고지성현 미우지시 비천지사 불치위지.)
옛날의 성현(聖賢)도 때를 만나지 못하면, 비천한
일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있소.
내 비록 뛰어나지는 않으나
물불 안 가리고 일자릴 알아보겠소이다.
내 어린 아들과 착한 부인을
이 어려운 고생 판에 남겨두고 떠나라니,
여보(女寶).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소.
여보(女寶). 어깨를 들먹이며 우는 거요.
울고 싶어 웁니까?
당신(堂身)과 사랑만으로 살 수가 없는 거지요.
살기가 어렵다고 집에 매달려 있으면
어찌 뜻을 이룰 수가 있으며
가족은 무슨 희망을 품고 살겠어요?
예나 지금이나, 가정의 생활비를 가장이 벌어오지 못하면
부부간의 사랑도 야속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은가 보다.
제 213 회. 꿈을 향해 집을 떠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