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1 화. 운명인가, 한때의 시련인가.
제 211 화. 운명인가, 한때의 시련인가.
진헌공(晉獻公)은 첫딸 백희(伯姬)를 진나라로 시집보내는 중요한
일이었기에 신중 하자, 태사(太卸) 소(蘇)와 태복(太卜) 곽언(郭偃)은
서로 자기 점괘(占卦)가 맞는다며 언성을 높이면서 주장하였다.
옛말에 거북점이 산가지 점에 우선한다고 했노라!
거북점에 대길이라고 하니 어찌 의심하겠는가?
소문에 듣자 하니 진목공(秦穆公)이 패기도 있어.
진(秦) 나라가 점점 강해진다고 하오.
진(秦)과 혼인을 맺으면 서쪽이 편안해질 것이니
그들의 청혼(請婚)을 받아들이는 게 좋겠도다.
진(晉)과 진(秦)은 서로 이웃하고 있었으므로, 서로의 이익을 위해
동맹처럼 가까이할 필요성이 있을 때였다. 진헌공은 청혼을
흔쾌히 승낙하였고, 공자 칩(縶)은 청혼 승낙을 받아 돌아간다.
공자 칩(縶)이 진(晉) 나라를 벗어나기 전에 밭을 가는
한 농부를 만나는데 몸집이 유별(有別)히 크며
얼굴빛이 붉은 사과와 같고,
콧수염은 교룡(蛟龍)처럼 굵게 틀어 올렸으며,
보통사람 보다 서너 배나 큰 쇠스랑을 들어 올려
흙을 찍으며 밭을 매고 있었다.
큰 쇠스랑을 들어 밭을 찍으니, 엄청 깊게 파이며,
많은 흙이 앞으로 쏟아져 나오는 걸 보아
저자는 보통사람의 서너 배나 되는 힘이 있으며
소보다 훨씬 나은 건장한 장사로 보였다.
공자 칩(縶)은 대단한 힘을 가진 장수 감임을 알아보았으며,
가까이 다가가 사람 된 모습을 살펴가며 말을 걸게 되었다.
댁의 성씨가 어찌 되시오?
성은 공손(公孫)이며 이름은 지(枝)라하고
자를 자상(子桑)이라 하오.
우리 진(晉) 나라 주공의 먼 일가 벌이 됩니다.
그대는 인재가 분명한데 세상에 나가 출세할 수
있으련만, 어찌하여 농사만 짓고 있는 것이오?
뛰어나다고는 하나, 아무도 천거해주지 않으니
열심히 농사만 짓고 있을 따름입니다.
나는 진(秦)나라 중대부(重大夫)로 있소이다.
나와 같이 진(秦) 나라에서 살면 어떻겠소?
남아(男兒)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충성을 다 하다가 죽을 수도 있다고 하였습니다.
저의 앞날을 진정으로 돌봐주신다면
기꺼이 신명을 바쳐 충실히 임하겠습니다.
공자 칩(縶)은 귀국하면서 공손지公(孫枝)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 무술에 뛰어나면서 박식하여, 지장(智將) 감으로 인정하게
되었으므로, 더욱 자신감을 가지고 진목공(秦穆公)에게 추천한다.
주공, 진헌공은 청혼을 쾌히 승낙하였나이다.
수고가 많았소. 옆에 있는 자는 누구요?
공손지(公孫枝)라는 사람으로
지장(智將) 감으로 보여 같이 왔나이다.
진목공(秦穆公)은 공손지(公孫枝)를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몇 가지를
물어보자, 그가 폭넓은 지식으로 대답하자, 지식을 겸비하였다는
걸 알게 되었으며 또한, 몸집도 크면서 훌륭한 장수 감으로 인정 하게
되는바 서슴없이 대부 벼슬을 주었다.
이들 공자칩(公子縶)과 공손지(公孫枝)는 훗날
백리해(百里奚)와 평생의 깊은 인연을 맺게 되며
진(秦)나라를 강대국으로 일으키는 역할을 맡게 된다.
진목공(秦穆公)은 예포(禮布)로써 푸른빛과 붉은빛의 비단들과
많은 예물을, 공자 칩(縶)을 시켜 진(晉) 나라로 가져가게 하였다.
시(施) 야. 백희(伯姬)가 시집을 가는데 어찌하면 좋으냐?
군부인(君夫人). 덕(德)을 쌓을 좋은 기회가 되옵니다.
백희(伯姬)는 세자 신생(申生)의 친여동생이 오며
더구나 생모가 없어 가군(賈君)이 키워줬으므로
정성을 다해주시면, 백희(伯姬) 공주는 섭섭한 마음을
풀게 될 것이며 또한, 군부인의 덕망(德望)이
소문날 것으로, 백성들이 우러러보게 될 것이옵니다.
진헌공은 여희(驪姬)의 말을 들어 큰딸 백희(伯姬)의 혼수품을
화려하게 많이 준비시켰으며, 혼사 행렬에 대해서도 신경 썼다.
잉신(媵臣)과 잉녀(媵女) 들은 다 뽑았는가?
주공. 모든 준비가 끝나 있습니다.
대부 이극(里克)이 답변하고 나니, 이때 주지교(舟之僑)가 한발
앞서 나아가며, 진헌공(晉獻公)에게 신중하게 아뢰기 시작한다.
주공. 백리해(百里奚)에게 진(晉)나라 벼슬을 권했으나
무슨 마음에선지 간단히 거절하는 걸 보아
그 속을 알 수 없는 자이므로, 이번 기회에
잉신(媵臣)으로 보내는 것이 좋을 듯 하나이다.
백리해(百里奚)를 다들 현자(賢者)라 부르는데
어찌 잉신(媵臣)으로 보낼 수 있겠는가?
주공, 현자(賢者)를 우공(虞公) 곁에 두면 불안하오니,
차라리 먼 진(秦) 나라로 보내어
우공(虞公)과 떨어지게 하는 것이, 장차
우환(憂患)을 없애는 상책이라 생각하옵니다.
백리해(百里奚)가 그런 사람으로 보였단 말이오?
우리 사람이 되지 못할 바에는 그렇게 하시오!
주지교에게 밉보인 백리해는 안타깝게 추방당하는 신세가 되어,
진(秦) 나라로 시집가는 백희(伯姬)의 잉신(媵臣)으로 뽑히게
되었으며, 하루아침에 노비(奴婢)가 되고 말았다.
천하를 건질 수 있는 꿈을 향하여 오랜 시간
갈고 닦으며 참고 기다리며 살아왔건만
절벽에 다다라 길을 잃은 듯 어려운 고비가
서럽게 찾아와 애달프게 넘어가라 하는 것인가?
어쩌다 내 인생이 이렇게 몰락하게 되었는가?
내 운명이 이렇게 기구하단 말인가?
내 인생의 꿈을 인제 와서!
이렇게 멈춰야만 한다는 말인가?
내 큰 뜻을 펴보지도 못하고 이 늙은 몸으로
남의 종이 되다니, 내 참으로 서럽고 한심하도다!
백리해는 잉신으로 떠나기 위해 우공(虞公)에게 작별 인사를 드린다.
이 세상에 진심으로 자기를 위해주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우공(虞公)은 모든 게 어리석은 자기 탓이라 하며. 백리해의 두
손을 부여잡고 놓지 못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뚝뚝 떨어트린다.
주공. 너무 슬피 울지 마소서.
주공. 건강히 오래오래 사셔야 합니다.
좋은 기회가 오면 꼭 한번 찾아주길 바라오.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이것뿐이오!
어려운 먼 길, 탈 없이 잘 가시오.
우공(虞公)은 이제야 어리석음에서 벗어났는가? 그러나 이미 모두
지나간 과거사가 아닌가? 과거를 불러본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저는 어떻게 하여야 합니까?
요세(繇勢)야. 나는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하나?
너는 우공(虞公)을 마지막까지 잘 모셔야 한다.
사람이란, 나쁠 때가 있으면
좋을 때도 찾아온다고 하였느니라!
우리가 좋은 운명으로 만났으니
다시 만날 좋은 날이 찾아오면 좋겠구나!
백리해(百里奚)가 우공(虞公)과 이별하자, 요세(繇勢)는 작별인사차
백리해(百里奚)를 따라오고 있다.
잉신(媵臣)의 첩(牒)에 적혀 있는 이름에 따라
옛 우(虞)와 괵(虢) 나라 사람 중에 징발된 사람들은
진(晉) 나라의 강성(絳城)까지 가야 하며,
진(晉) 나라의 잉신(媵臣)과 잉녀(媵女) 들과 합해져,
진(秦) 나라로 떠나는 혼례 행렬에 따라가야 한다.
집합 장소에 하나둘 모여드는데, 잉녀(媵女) 하나가 어린 동생들과
같이 오며, 어린 동생들이 잉녀(媵女)의 치마를 붙들고 울부짖는다.
누나. 어디가? 왜 가는 거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해! 누구와 같이 살아?
애들아. 돌아가거라!
여기는 애들이 오는 곳이 아니란다!
진군(晉軍)의 군사가 고함을 지르자, 어린 꼬마들은 잉녀(媵女)의
치맛자락을 더욱 부여잡으며 더욱 서럽게 울부짖는다.
아이를 돌봐줄 부모가 없는 것이오?
얼마 전 하양관(下陽館) 싸움에서 돌아가셨습니다.
이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는 것이오?
일가친척도 아무도 없습니다.
참으로 딱하고 어려운 형편이구먼!
요세(繇勢)야. 이리 가까이 오너라!
이걸 가지고 내 고향인 미루(美柳)나무 골에
이 아이들을 데려가 잘 맡기고
아저씨 아주머니에게 잘 보살펴 주도록 부탁하여라.
그리고 이 아이들이 다 자라나 성인이 되거든.
언젠가, 내 좋은 소식이 들려오면
내게 보내도 좋다고 말씀드려라!
백리해(百里奚)가 봇짐에서 물건을 꺼내 요세(繇勢)에게 쥐어주며
수고를 부탁하자, 요세(繇勢)는 깜짝 놀라며 받지 않으려 하였다.
나리. 이 귀한 금덩어리를 이렇게나 주십니까?
장차 나리는 어떻게 사시려 하옵니까?
자라나는 목숨보다 더 귀한 게 어디 있겠느냐?
아이들이 많이 어려, 십여 년을 족히 돌봐주려면
논밭을 몇 마지기 사야 할 거야
서당(書堂)도 보내주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미루나무 골에 가서 잘 부탁드리고
시간 나는 데로 틈틈이 잘 살펴보아라.
동생들아. 나는 멀리 갔다 곧 올 테니
이 아저씨를 따라가 잘 살면서 기다려야 한다.
잉녀(媵女)는 울면서 동생들을 전송하였으며, 요세가 우는 아이들을
데리고 떠나가자, 잉녀(媵女)는 무릎을 꿇으며 큰절을 올린다.
소녀. 괵(虢)나라에서 온 난순(欒順) 이옵니다
나리.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는지요?
괜찮네. 살다 보면 어려움이 따를 때가 있다네!
이제부터 우리는 많은 고생을 하게 될 거야!
자, 이제 더 울지 말고 어서 일어나거라.
제 212 화. 먼 꿈을 향해 살아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