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101∼200회)

제 144 화. 말로써 나라를 굴복시키나.

서 휴 2023. 6. 3. 13:43

144 . 말로써 나라를 굴복시키나

 

       이윽고 영척(寧戚)이 들어와 송환공(宋桓公)에게

       공손히 절을 올렸으나, 송환공은 그대로 앉아

       있을 뿐 아무런 답례(答禮)도 하지 않는다.

 

영척(寧戚)은 오만한 송환공(宋桓公)의 태도와 좌우로 시위하고

있는 무장 군사들을 보고는별안간 탄식의 말을 토해내고 만다.

 

       위태롭구나 송나라여

       (나라가 위태롭다니 무슨 말인가?

 

       과인의 지위가 왕실에서 상공(上公)에 이르렀고

       다른 나라들이 모두 우리 송()을 두려워하는데

       (나라가 무엇이 그리 위태롭단 말이냐?

 

       군후(君侯)께서는 스스로 생각하시기에

       옛날의 주공(周公()과 비교하시어

       어느 쪽이 더 어질다고 생각하시나이까?

 

       허 어주공(周公()은 성인(聖人이시오

       우리 시조(始祖)이신 그분과 비교할 바가 되겠는가?

 

       () 나라는 주공(周公(시절에 가장 왕성했다.

       그 시절의 천하는 태평가(太平歌)를 불렀으며

       모든 오랑캐는 복종하였다.

 

       그렇사옵니다. 그러함에도 주공(周公()계서는

       토포악발(吐哺握髮)을 하시었나이다.

       (토할 토먹을 포쥘 악터럭 발)

   

       어진 선비가 오면 식사(食事)를 하다가도

       세 번이나 먹던 것을 뱉어내고 뛰어나가셨고

 

       목욕하다가도 즉시 중단하시며,

       머리의 두발(頭髮)을 손으로 움켜잡고,

       세 번이나 뛰어나갔사옵니다

 

       이 모두 현인을 잃을까두려워하여

       행하신 모습으로 길이 알려져 있사옵니다

 

       하온데오늘날 송(나라는 어떠하시나이까?

       2대째나 주군을 죽이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제 막 송후(宋侯)께서 즉위하시어

       이제 옛 법을 이어받고자 애쓰는 중이 아닙니까?

 

정곡(正鵠)을 찔러대는 영척의 말에 송환공은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지면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고 있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목을 빼 어진 사람들이

       모여들기를 기다려야 하고어진 선비가 오면

       몸을 낮추어 그들을 맞이해야 하거늘

 

       송후(宋侯)께서는 오히려 자신을 자랑하고 뽐내며

       멀리서 온 나그네를 멸시하고 있사옵니다

       그런 송후(宋侯)께 어찌 충언이 들어가겠나이까?

 

       충언(忠言)이 들어가지 않는 그러한 나라들은,

       모두 혼란을 거듭하였기에

       신은위태롭지 않은 나라를 보지 못하였나이다.

 

영척의 말을 듣는 순간 송환공(宋桓公)은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것

같았으며그는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

 

       과인(寡人)이 보위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아

       군자(君子)의 가르침을 별로 받지 못하였소이다.

       선생께서는 과인의 실수를 용서하시오

 

대숙피(戴叔皮)는 송환공(宋桓公)이 영척(寧戚)의 말에 감동하는

것을 보고연신 옷 띠인 신()을 들고 감언이설에 넘어가지

말라며 흔들었으나그러나 송환공은 아예 대숙피 쪽은 돌아볼

생각도 하지 않으면서영척(寧戚)을 뚫어지게 보며 묻고 있다.

 

       선생은 과인에게 무엇을 가르쳐주시겠소?

       송후(宋侯께옵서는 왕실이 동쪽인 낙양(洛陽)으로

       천도(遷都한 후에 왕실이 그 권위를 잃게 되니,

 

       이에 모든 제후의 마음도 각기 흩어져어느덧

       군신의 구별이 없어진 바를 잘 아실 것이옵니다.

 

       그리하여 오늘날에는 서슴없이 자기의 군주를 죽이고

       군주의 자리를 빼앗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사옵니다.

 

       이에 제환공(齊桓公)께서 왕실의 명을 받아

       여러 제후(諸侯) 들과 동맹을 맺어가며

       왕실을 일으키려 하는 것이옵니다.

 

       그때 군후(君侯)께서도 참석하시어여러 제후로부터

       군위(君位)를 확실하게 인정받지 않았사옵니까?

 

영척(寧戚)의 말 뜻을 알아들은 송환공은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으나영척은 모르는 척하면서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그러하온데 군후께서는 아무런 이유 없이

       회맹에 탈퇴하시고 동맹을 배신하셨습니다.

 

       이는 곧 왕께서 내리신 군위를 스스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고 무엇이겠나이까?

 

       당연히 왕실에서 크게 진노하신 것이며

       이에 이번에 특별히 왕사군까지 보내시며

       (나라를 토벌하라 하셨나이다.

 

       송후(宋侯)께서는 한순간의 실수로 왕실의 군대와

       싸우게 되는 불충을 저지르게 된 것입니다.

 

       아직 송(나라가 왕사군과 싸우지는 않았지만

       이미 승패를 가름할 수 있겠나이다.

 

       허 어그렇다면 과인은 어떻게 해야 하겠소?

       신의 생각으로는 망설이지 마시고,

       즉시 예물을 바친 후제환공(齊桓公)

       회담하시어, 다시 동맹을 맺으셔야 하옵니다.

 

       그러하시면 위로는 주(왕실의 신하로서

       예의를 잃지 않은 것이며아래로는

       여러 제후와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사옵니다.

 

       이렇게 하시면 창칼을 사용하지 않고도

       (나라를 오래도록 안정되게 할 수 있나이다.

 

       그대 영척(寧戚)의 말이 옳소

       내가 한때 실수로 회맹에서 탈퇴하였으나

       그동안 한창 후회하고 있었던 참이오

 

       다만 제환공(齊桓公)이 내가 바치는 예물을

       받아줄지 그것이 걱정일 따름이오?

 

       염려치마시옵소서.

       (나라는 회맹에 참석조차 하지 않았건만

       동맹을 맺은 후에 빼앗긴 땅을 되돌려 받았나이다.

 

       이로 보아 제환공(齊桓公)은 지나간 일을

       끝까지 미워하는 성격이 아니옵니다.

 

       군후께서는 아무 염려치마시옵고 예물을 보내시

       반드시 화친을 맺을 수가 있겠나이다.

 

       예물로는 무엇이 좋겠소?

       제환공(齊桓公)이 어찌 귀한 보물을 바라고

       여기까지 군사를 이끌고 왔겠나이까?

 

       저의 주공께서는 오로지 송후(宋侯)의 마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옵니다.

 

       가치를 따지지 마시고소박한 것으로

       보내시어도 아무 상관이 없겠나이다.

 

       영척(寧戚) 그렇게 해도 괜찮겠소?

       오늘 그대에게 정말 좋은 말을 들었소이다

       그대 덕분에 이제 내 마음이 편안해졌소

 

그때 대숙피도 역시 영척의 말에 스스로 감명받으며 부끄러움을

느끼면서 송환공에게 조용히 대답을 올리게 된다.

 

       대부 대숙피(戴叔皮)는 어찌 생각하시오?

       주공신도 영척의 말이 옳다고 생각하나이다.

       주공그리하시옵소서

 

송환공은 대숙피 마저 동의하자 얼굴을 활짝 펴게 되며, 그 즉시

제환공에게 사자를 보내 사죄하면서 동맹 맺기를 청하였다.

 

       (나라 사자는 들으시오

       (나라 문제는 왕실의 명에 따를 뿐이라

       어찌 과인이 맘대로 할 수 있으리오?

 

       이는 반드시 왕실 대부 선백(單伯)

       주왕께 아뢴 후에 결정할 수 있을 것이오

 

제환공은 노(나라를 동맹국으로 끌어들인 데 이어영척이

세 치 혀로 송환공(宋桓公)의 심금을 울리며 굴복시키게 하였다.

 

이런 일로 인하여 제환공의 위세는 더욱 천하에 떨치게 되었으며,

제환공은 본국으로 돌아와서 좀 쉬고 난 뒤에의논할 일이 있어.

곧바로 관중(管仲)을 찾아가게 된다.

 

       중보(仲父)는 무얼 하시오?

       어 허영척(寧戚)도 같이 있었소이까?

 

       주공어서 오십시오

       다 같이 중원(中原)의 지도를 보고 있었나이다.

 

       주공이제 남은 것은 정()과 초(뿐입니다.

       반드시 초(나라를 꺾어 놔야 천하가 태평하게

       되옵는데먼저 정(나라가 문제이옵니다.

 

       (왕실이 동쪽 낙양(洛陽)으로 천도한 후에

        나라보다 강한 나라가 없었사옵니다.

 

       정무공(鄭武公때는 동괵(東虢)을 병합시켰고

       정장공(鄭莊公때는 왕실이 이끄는

       왕사군(王師軍마저 격파시켰나이다.

 

       그런 정(나라가 지금은 안타깝게 둘로 갈라져

       골육상잔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나이다.

 

       주공께서 중원(中原)의 진정한 패자(覇者)

       되시길 원하신다면 반드시 정(나라의

       내분을 해결해주지 않으면 아니 되옵니다.

 

       과인도 정(나라가 중원의 중추국(中樞國)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그래서 항상 고심해 왔소.

 

       하지만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그 계책이

       서지 않아 답답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었소.

 

 145 지극정성에 하늘도 감명 받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