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9 화. 화의로 전쟁을 피하라.
제 139 화. 화의로 전쟁을 피하라.
노장공(魯莊公)은 북행(北杏)의 회맹(會盟)에 참석하지 않은 것을
몹시 후회하게 되면서, 조례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게 되었다.
우리 노군(魯軍)은 달아나고,
수(遂) 나라가 항복하고 촉(蜀) 땅까지 뺏기다니,
5년 사이에 제(齊) 나라가 너무나 달라졌도다.
이제 제(齊) 나라가 정말 겁이 나는구나!
제(齊) 나라를 맹주로 인정해야 한단 말인가?
어서들 말해보시오?
주공, 신 경보(慶父) 이옵니다!
주공께서는 안심하시옵소서.
제(齊)가 비록 수(遂)를 항복시켰다고 하나
그것은 조귀(曹劌) 장수가 방심해서입니다.
신이 군사들을 수습하여 성 밖으로 나가
제군을 모조리 우리 영토 밖으로 쫓아내겠습니다.
주공, 신 시백(施伯) 이옵니다.
신은 제(齊)와 싸워서는 아니 된다고 생각합니다.
싸워서는 아니 되다니요?
그렇다면 달리 좋은 계책이라도 있다는 것이오?
우리가 제(齊) 나라와 싸워서는 아니 되는
세 가지 이유가 있사옵니다.
세 가지 이유가 있다니 어서 말해 보시 오?
주공, 신 시백(施伯)이 아뢰겠나이다.
주공, 신이 일찍이 말씀드린 바와 같이
관중(管仲)은 천하의 기재(奇才) 이옵니다.
그가 제(齊) 나라 정사를 맡은 지 5년이 지났습니다.
그가 그동안 다른 나라의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은 것은
제(齊) 나라 내정을 안정시키기 위해서이며
바깥일에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었습니다.
이제부터 관중이 본격적으로 나라 밖의 일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이것은 곧 제(齊)의 내정을 안정시켰으며
군사를 강하게 길러놓았다는 뜻이 되옵니다.
이번 박(博) 땅의 전투가 바로 그 증거입니다.
관중(管仲)이 지휘하는 군대는 다른 사람이
지휘하는 군대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주공, 상대가 강할 때는 싸움을 피해야 하나이다.
이것이 제(齊) 나라와 싸워 이롭지 못한
첫 번째 이유가 됩니다!
두 번째 이유는 무엇이오?
노장공의 물음에 시백은 조금도 머뭇거림 없이 자기가 관중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던 바를 조리 있게 펼쳐나가기 시작했다.
이번 북행(北杏) 회맹은 비록 제환공이 소집한 것이나
왕실을 공경하고 왕실의 명예를 높이자는데
그 명분을 앞세우고 있으며
소집령 또한 왕명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이번에 우리 노나라가
북행(北杏) 회합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주왕(周王)의 명을 어긴 것이나 다름이 없사옵니다.
제(齊)가 당당하게 우리를 침범할 수 있는 것도,
바로 그러한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었나이다.
주공, 허물은 우리에게 있나이다.
이것이 제(齊) 나라와 싸워서 이롭지 못한
두 번째 이유가 됩니다.
지난날 주공께서는 제환공과 쓸데없는 다툼을
피하고자 규(糾) 공자를 죽이고, 관중(管仲)을
함거에 실어 돌려보낸 바도 있습니다.
또한, 주공께서는 왕희(王姬) 공주의 혼사를
주장(主掌) 하시어 제환공에게 출가시켰나이다.
제환공을 위하여 왕실과 제(齊) 간의 혼사를
주재한 그 모든 것이 주공의 공로가 되어있사옵니다.
이제 제(齊)와 싸움을 벌인다는 것은 지난날의 이러한
공로를 모두 물거품으로 만드는 일이 되옵니다.
주공, 어찌하여 지난 공을 없애가면서
새로이 원수를 맺으려 하시나이까?
이것이 제(齊)와 싸워서 이롭지 못한
세 번째 이유가 되겠나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정할 방책은 단 하나뿐입니다.
제(齊)와 강화를 맺고 동맹을 청하는 길입니다.
그리하면 우리는 굳이 싸우지 않아도 제군(齊軍)을
우리 영토 밖으로 물러나게 할 수 있나이다.
싸워선 안 된다는 시백(施伯)의 논리 정연한 말에 노장공을 비롯한
모든 대부는 입을 다문 채 아무도 반론을 펴지 못했다.
반론보다 시백(施伯)의 말에 동조하는 사람이 많았으며, 다만
노장공의 뜻이 어떠한지를 몰라 서로 눈치만 보고 있을 뿐으로
그들이 서로 망설이고 있을 그때 시종(侍從)이 들어온다.
주공. 제환공으로부터 서신이 왔나이다.
으음. 어서 읽어 보아라.
노후(魯侯)는 읽어 보시 오!
제(齊)와 노(魯)는 모두 왕실을 섬기는 형제의 나라요.
그런데 노후(魯侯)는 어찌하여 이번 북행(北杏) 모임에
불참하여 왕명을 어기는 죄를 범하였소이까?
과인은 왕실을 대행하는 몸으로 그 까닭을 묻는 것이오.
만일 노후(魯侯)께서 이해할 만한 답을 보내지 않는다면
노(魯)가 두 마음을 품은 것으로 알고, 그에 합당한
조치를 하지 않을 수 없소이다.
위압적인 글이로구나!
과인에게 치욕과 두려움을 주려 하는구나!
몸을 굽혀 제齊 나라 뜻에 동참할 것인가?
아니면 전쟁할 각오로 싸워야 할 것인가?
신료들은 어서 말해 보시 오!
제환공은 고모인 문강(文姜)에게도 같은 내용의 편지를 보내 놓고
노장공(魯莊公)에게 양단간에 결정을 내리도록 촉구하게 하였다.
어마마마, 어서 오십시오.
주공. 노(魯)와 제(齊)는 예전부터 혼인해온 사이입니다.
어서. 화친(和親)의 편지를 제(齊)에 보내시오.
주공, 어미 말을 들어야 평화롭게 삽니다.
어마마마, 알겠나이다.
노장공은 생모인 문강(文姜)의 말에 어쩔 수 없이 따르게 되며
시백(施伯)에게 답서를 쓰게 하여 동맹을 맺자는 뜻을 전하게 된다.
제환공(齊桓公)에게 답하나이다.
과인이 원래 병이 있어 북행 땅 회맹에 참석하지
못한 것을 이제 군후께서 왕명으로 꾸짖으니
과인인들 어찌 허물을 알지 못하겠습니까?
그러나 성하(城下)에서 무릎을 꿇는 것은
과인이 실로 백성들 앞에 부끄러운 일이며
또한, 어찌 조상들을 대할 수 있겠습니까?
군후께서 일단 국경 밖으로 물러나시면
과인은 분부대로 복종하겠습니다!
3백 년 전에 일찍이 주공 단(但)은, 아들 백금(伯禽)이 다스리는
노(魯)와 태공망(太公望)이 다스리는 제(齊)의 정책을 비교하여
보고는, 노(魯)가 제(齊)를 이기지 못할 것을 예언한 바 있었다.
그 예언이 맞는 듯 제(齊)와 노(魯) 간의
동맹 회담은 말이 동맹의 회담일 뿐
실제로는 항복이나 마찬가지였다.
노장공은 먼저 사자를 보내 제환공에게 사죄했으며,
제환공도 사자를 보내 동맹 날짜를 통보하였다.
제환공(齊桓公)은 노장공(魯莊公)의 답서를 받고 대단히 기뻐했다.
또한, 머물고 있던 제군(齊軍)을 수(遂)에서 깨끗이 물러나게 했다.
올해 가을에 회담하도록 합시다.
회담 장소는 제(齊) 땅인 가(柯) 땅으로 정합니다.
그해 가을이 되자, 노장공(魯莊公)은 회담 장소인 제(齊) 나라의
가(柯) 땅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신료(臣僚)를 모두 불러 모았다.
누가 과인과 함께 가(柯) 땅에 가겠는가?
왜 말들이 없소!
주공, 신 조말(曺沫) 이옵니다.
신이 주공을 모시고 가겠나이다.
조말(曺沫)이 가는 건 내키지 않소!
그대는 제군(齊軍)에게 세 번이나 패한 장수가 아니오?
제(齊) 나라 사람들이 그대를 보고 비웃지 않겠는가?
주공. 세 번 패한 것이 너무 부끄러워
신이 꼭 가려고 하는 것이옵니다!
이번에 가서 단 한 번으로 전날에 당한
치욕(恥辱)을 갚아주고 돌아올 작정입니다.
그대는 어떻게 치욕(恥辱)을 갚을 작정인가?
주공. 그것은 신에게 맡겨주십시오.
이번 회담 자체가 우리 노(魯) 나라로서는
또 한 번 패한 것이나 다름없도다.
그대가 무슨 수로 치욕(恥辱)을 갚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다른 대책이 없으니 어쩔 수가 없구나!
조말(曺沫)은 같이 가도록 준비하라!
노장공(魯莊公)은 아무래도 조말(曺沫)을 믿지 못하여 망설였으나,
할 수 없이 데리고 제(齊) 나라를 향해 출발하여 가(柯) 땅으로 갔다.
제환공(齊桓公)은 이미 가(柯) 땅에 제단을 쌓아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제 140 화. 사람 됨됨이를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