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5 화. 내 손으로 아내를 바치는가.
제 135 화. 내 손으로 아내를 바치는가.
초문왕(楚文王)은 대연(大宴)을 아쉽게 끝내고 홀로 잠을 자는데
아름다운 식규(息嬀)의 모습이 아른거려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다음날 답례한다는 명분으로 관사(館舍)에서 잔치를 베풀었다.
대왕께선 안녕히 주무시었습니까?.
어제는 고마웠소. 자 답례의 잔을 받으시오!
식후(息侯)는 어제저녁에 자기 부인을 바라보는 초문왕(楚文王)의
음흉스러운 눈빛을 보고는, 불안한 마음으로 겨우 앉게 되었다.
어제저녁 군부인의 술을 한 잔도 받지 못하여
못내 아쉬우며 지금도 그 마음이 남아 있소!
식후(息侯)! 은인을 이렇게 푸대접해도 되겠소?
지금이라도 좋소! 부인을 불러내어
내게 술 한 잔 직접 따르게 해보시오?
대왕이시여, 본시 식(息) 나라의 예법에
술자리에 부인은 나올 수 없게 되어있습니다.
대왕께서는 이 점을 헤아려주십시오!
식후(息侯)야! 방금 무어라고 하였느냐!
너는 계집을 위하여 채(蔡) 나라를 배반하더니
이제는 교묘한 말로 나를 속이려 드는구나!
너희들은 무얼 하느냐?
당장 이 배은망덕한 자를 끌어내도록 하라!
식후(息侯)가 뭐라 변명할 틈도 없는 사이에 초(楚) 나라 군사들이
달려 나와 잔치 자리를 에워싸더니, 장수 투단(鬪丹)이 성큼성큼
다가와 식후(息侯)의 손과 몸을 묶어버리고 끌어내는 것이다.
뭘 망설이느냐!
내당(內堂)에서 식규(息嬀)를 끌어내라!
투단(鬪丹) 장수는 군사를 거느리고 식궁(息宮)에 쳐들어가 내당을
살폈으나 보이지 않자, 여기저기 식규(息嬀)를 찾으러 돌아다닌다.
내가 못된 승냥이를 끌어들이다니
내가 누구를 원망하리오.
아. 이 모든 게 나의 불찰이로다.
식규(息嬀)는 관사(館舍)의 연회장에서 변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초(楚) 나라 군사들이 식궁息宮에 쳐들어오자,
모든 걸 깨달으며 체념하고서는 우물 속으로 몸을 던진다.
군 부인은 잠깐만 참으시오!
군 부인은 식후(息侯)의 목숨은 생각지 않으시오?
사셔야만 식후(息侯)도 구할 수 있고
원한도 갚을 수 있소이다.
죽어버리면 누가 식후(息侯)를 구하겠소!
식규(息嬀)는 우물에 몸을 던졌으나 투단(鬪丹)의 긴 창에 걸려, 겨우
떨어지지 않았으며, 고개를 푹 숙이고 부르르 떨고 서 있게 된다.
왕이시여. 여기 대령하였나이다.
어허허. 이리 올라오시오.
아름다운 여인은 안심하시오.
내 식후(息侯)를 죽이지 않을 것이오.
식(息) 나라의 종묘(宗廟)도 영원히 지켜 주리다.
내 말만 잘 들어주시오?
초문왕은 너무 좋아하며 갖은 말로 위로를 하면서 관사(館舍)에서
자기 부인으로 삼아버렸고, 다음 날 함께 초(楚) 나라로 돌아갔다.
어쩜 저리 어여쁠 수가 있을까?
아아, 한 송이 불그레한 복숭아 꽃이야!
초(楚) 나라 사람들은 식규(息嬀)의 아름다움에 모두가 도취되면서
복숭아꽃처럼 아름답다며 도화(桃花) 부인이라 부르기 시작한다.
오늘날에도 한양부(漢陽府) 성(城) 밖에는
도화동(桃花洞) 이라는 곳이 있으며,
그곳에 도화부인(桃花夫人)의 사당(祠堂)이 있다.
초문왕은 식(息) 나라를 초(楚 )나라에 병합시켰으며 식후(息侯)를
여수(汝水) 땅에 살게 하며, 종묘(宗廟)의 신위(神位)만을 모시도록
어느 한가한 지역에 열가구만(十家之邑)을 가지게 하였다.
초문왕의 무자비한 조치에 식후(息侯)는 분한 마음을
참아내지 못하고, 약소국의 설음을 크게 탄식하면서
살다가 끝내 화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로써 식(息) 나라는 그렇게 사라지고 만다.
이는 색마(色魔)에 관한 이야기이며 시기심과 복수심으로 나라가
망해버리는 역사적 사실을 한 예로써 가르쳐 준다.
동주(東周) 시대가 열리면서 처음으로
패업(覇業)의 야망을 품었던 정장공(鄭莊公)이
자신의 꿈을 실현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었다.
그 후 여러 제후국에서 반역사건이 일어나며 어려운
시기를 겪다가, 약 20년 여년 만에 제(齊) 나라에서
제환공(齊桓公)이 나타나 등장하게 된다.
이때가 제환공(齊桓公)이 자기를 죽이려 활을 쏘았던 관중(管仲)을
과감하게 재상으로 등용하여 어느덧 5년이 지나가는 그 해였다.
관중(管仲)은 재상직에 오르자마자, 제(齊) 나라의
법과 행정을 쇄신하면서 국정 전반에 일대 혁신을
일으켰으며, 오르지 내정에만 심혈을 기울였다.
또한, 백성들도 모두 즐겁게 생업에 종사하게
되면서, 한층 더 살기좋은 나라가 되었다.
관중(管仲)이 재상에 오른 지 불과 5년이 지나자, 제(齊) 나라의
모든 분야가 활발하게 돌아가며, 더한층 탄탄한 나라가 되었다.
이때 채애공(蔡哀公)이 초(楚) 나라의 포로가 되었으며
큰 가마솥에 삶아 죽게 되었다가 겨우 풀려났다는 것과
또한, 식(息) 나라가 멸망하였다는 소식은 중원(中原)에
널리 퍼져나가며 제(齊) 나라까지도 전해졌다.
다음 해는 주희왕(周僖王) 원년으로, 제환공(齊桓公) 6년 차이며,
기원전 681년으로 새해 설날을 맞이하게 되었다.
제환공(齊桓公)은 신년 조례에서 신료들로부터 하례(賀禮)를 받고
나자, 이제 국력이 강해졌으므로 나라 밖의 일을 해도 되겠다는
결심할 그때, 초(楚) 나라에 관한 이야기가 들려온 것이다.
형만(荊蠻)인 초(楚)나라가 저리 강해져
중원을 넘본다니 큰일이지 않겠소?
형만(荊蠻)이 중원으로 진출한다면!
중원 나라들이 두려움과 위기감을 가질 것이오.
신료들은 어찌 생각하시오?
형만(荊蠻)이 중원(中原)을 어지럽히기 전에.
먼저 다스려놔야 하지 않겠소?
형만(荊蠻)을 확실하게 다스려놔야!
장차 중원이 편안해질 것이 분명하며
또한, 나의 패업을 이룰 수 있지 않겠소?
주공, 초(楚) 나라의 중원(中原) 진출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제후들의 힘을 합해야 하옵니다!
중보(仲父)는 어찌 생각하시오?
주공, 그렇사옵니다.
초(楚) 나라를 치려면 먼저 제후국 들을 연합시켜
초군(楚軍)을 능가하는 힘이 있어야 하옵니다.
주공, 제후국을 연합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제후들의
마음을 뭉쳐지게 하여야 하옵는데,
그동안 주공께서 제후국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었던
바이므로 이제는 연합이 가능 하옵니다.
그 말이 옳소! 중보(仲父)의 가르침을 받아
국정을 쇄신하여 백성들이 예의를 알게 되었고,
군사와 군비도 또한 많이 충족되었소.
이제 천하의 패권(覇權)을 잡아야 하지 않겠소?
주공. 아직도 여러 제후국 중에
우리 제(齊) 나라보다 강한 나라가 많사옵니다.
남으로는 초(楚) 나라가 있고
서로는 진(秦) 나라가 있으며
북으로는 진(晉) 나라가 있사옵니다.
그들은 각기 영웅으로 자처하고 있으나
천자이신 주왕(周王)을 받들 줄 모르고 있어.
아직 천하의 패권(覇權)을 꿈꾸지 못하고 있나이다.
주공, 기왕이면 제후들이 무조건 따를 수 있는
힘과 덕을 갖춘 강력한 군주가 되시옵소서!
주공, 이제 제군(齊軍)을 정비하여 앞세우고
천하를 향해 힘차게 나가실 때가 되었나이다!
제 136 화. 군주의 자세는 어떠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