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5 화. 시간과 기회의 싸움인가.
제 125 화. 시간과 기회의 싸움인가.
아니, 제(齊) 나라가 벌써 쳐들어온단 말이냐?
주공. 어제 막 출동하였다 하옵니다.
제(齊) 나라가 나를 이렇듯 심하게 기만하다니
제환공(齊桓公) 이란 자가 나를 가벼이 보는구나.
우리 노군의 준비는 어떻게 돼가는가?
군사의 징발과 치중의 준비는 어떻게 되었는가?
시백(施伯)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주공, 우리 준비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옵니다.
준비가 덜 되어 우리 상황이 매우 불리하옵니다.
준비가 덜 됐다고 가만히 있어야만 하겠소?
어떻게 하면 제(齊) 나라를 혼내 줄 수 있겠는가?
주공, 신이 추천할 사람이 있나이다.
이 사람을 기용할 수만 있다면
제(齊) 나라의 침공을 물리칠 수 있사옵니다.
그 사람은 어떠한 사람이오?
성이 조(曹)이며 이름은 말(沫)이라 합니다.
동평(東平) 이란, 궁벽한 고을에 은거하고 있사온데
아직 출사하지 않고 있나이다.
그 사람은 진실로 뛰어난 병술가(兵術家)이면서
힘이 장사로써 훌륭한 장수이기에
재상의 재목이라 할 수 있나이다.
그렇게 훌륭하다면 왜 진작에 동평(東平)으로 가서
조말(曺沫) 선생을 모셔오지 않은 거요?
어서 모시고 오도록 하시오!
노장공은 즉시 조말(曺沫) 선생을 데려오라 명하자, 이에 시백은
동평(東平) 땅으로 찾아간다. 두 사람은 평소 친하였으므로
서로 반가이 인사를 나누자마자 농담부터 시작한다.
나랏일에 바쁘신 상경 나리! 시백께서
이 누추한 초가(草家)에 웬일로 오시었소?
조말(曺沫) 선생. 노장공(魯莊公)께서 부르십니다.
무슨 일로 부르신 답니까?
제(齊) 나라가 쳐들어오는데 좋은 계책이 없겠소?
고기 먹는 사람도 계책(計策)을 못 내는데
어찌 콩잎 먹고 사는 사람에게서
그렇게 귀중한 계책(計策)을 구하는 것이오?
콩잎 먹는 사람이 계책(計策)을 내야!
장차 고기를 콩잎에 싸 먹을 수 있지 않겠소?
자. 어서 일어나십시오!
허 어, 꼭 가야 하겠소?
아니, 안 가면 언제 뜻을 펼칠 수가 있겠소?
시백은 오지 않겠다는 조말을 설득하여 알현시키니, 성급한
노장공은 지금 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조급하게 물어본다.
조말(曺沫) 선생. 어서 오시 오.
어떤 계책으로 제군(齊軍)을 막을 수 있겠소?
싸움이란 모름지기 마땅한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주공께서는 무엇을 믿고 싸우려 하십니까?
내 비록 요순(堯舜)과 같은 성군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백성들을 위해 의식주에 부족함이 없도록 하고 있소!
나의 것을 백성들에게 고루 나누어주고 있는데,
어찌 백성들이 나를 위해 싸우지 않겠소?
주공, 의식주를 베푸는 것은 당연한 은혜입니다.
작은 은혜로는 모든 백성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사오며
화살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목숨을 바치지 않나이다.
나는 조상에 제사를 지냄에 있어 정성을 다하고 있소!
이제껏 한 번도 형식적인 제사를 올려본 적이 없소.
이 정도면 하늘이 나를 도와주지 않겠소?
정성으로 제사를 지내는 것은 작은 마음일 뿐
결코, 큰마음이라고 할 수 없나이다.
하늘은 주공에게 복을 내리시지 않을 것입니다.
조말은 노장공의 말을 듣고 나자 입가에 가소롭다는 듯, 보이지
않는 비웃음을 지으며 무례하게 그냥 나가려고 하자, 이때
다급해진 노장공이 손을 흔들어 불러세우며 힘주어 말했다.
내 비록 모든 정사를 다 살피지는 못하나?
매사 일을 처리할 때는 백성과 정(情)으로 하고 있소.
이것으로 안 된다면 제(齊) 나라와 싸우는 것을 그만두겠소!
정(情)이야말로 백성을 진정으로 위하는 마음입니다.
주공께서 백성들에게 그만큼 정(情)을 베푸셨다면
능히 제군(齊軍)과 싸워볼 만합니다.
군주와 백성이 정(情)으로 똘똘 뭉쳐있다면 싸워볼 만하다면서
전쟁에 참여하겠다고 조말(曺沫)이 말하자, 이번엔 듣고 있던
노장공이 조말(曺沫)을 시험하겠다는 듯이 물어보게 된다.
우리 노군(魯軍)은 준비가 덜 되어있소!
어떤 계책으로 제군(齊軍)을 막을 수 있겠소?
전쟁이란 그때그때 형편에 따라 일을 꾀하는
임기응변(臨機應變)을 구사하게 되므로
그에서 승리를 구하기도 하는 것이옵니다.
어찌 전쟁터에 임하지도 않고 미리 계책을
어떻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나이까?
바라건대, 신에게 병거(兵車) 한 대를 내주시면
타고 가면서 계책을 세워 보겠나이다.
좋소. 나의 융로(戎輅)를 타고 갑시다.
자, 장작(長勺) 땅으로 가봅시다!
노장공은 조말의 말에 일단 따르기로 하였다. 그러나 조말에
대한 의심과 불안한 마음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었다.
이 건방진 조말이 만약 이번 싸움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목을 베어버리고 말리라!
이렇게 결심한 노장공은 일단 조말을 노군의 전술가로 삼으며
병거 3백 승과 함께 장작(長勺) 땅으로 신속히 움직여 나갔다.
제군(齊軍)을 이끌고 먼저 진군한 포숙아는
장작長勺 땅에 영채(營寨)를 세우고 있는데,
이때 노장공(魯莊公)이 직접 노군(魯軍)을 이끌고
접근해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노군(魯軍)도 진채(陣寨)를 세우게 되자, 이에 장작(長勺) 땅은
제(齊)와 노(魯)가 대치하면서 커다란 전쟁터가 되어버리게 된다.
우리 제군(齊軍)은 모두 군령을 잘 지키도록 하라.
지난번처럼 용감하게 싸워 반드시 이겨야 한다.
제나라 군사들은 건시대(전乾時大戰)에서
통쾌하게 이겼으므로 모두 자신감을 가져라.
누가 앞장서 적진을 점령하겠는가.
그자에게는 중상(重賞)을 내리도록 하겠노라.
포숙아(鮑叔牙) 또한, 지난번 건시(乾時) 전투에서 승리하였으므로
이번에도 노군(魯軍)을 쉽게 이길 것으로 자만(自慢)하여,
먼저 노군(魯軍)을 맹렬하게 공격하여, 쉽게 참패시키겠다는
성급한 생각으로 요란한 북소리를 울리며 돌격 명령을 내린다.
조말(曺沫) 선생은 어떻게 하시려오?
우리도 크게 쟁을 치고 북소리를 울리며
용감하게 제군(齊軍)과 싸워야 하지 않겠소?
주공, 제군(齊軍)의 사기가 매우 날카롭나이다.
잠시 동정을 살피며 기다려 보시옵소서.
내 그대의 말에 따르도록 하겠소!
노군(魯軍)에게 재차 군령(軍令)을 전하라.
제군(齊軍)이 쳐들어오더라도 응대하지 말라.
진채(陣寨)를 잘 지키며 철저한 방비만 하여라.
군중(軍衆)을 소란스럽게 하는 자는 참하겠노라.
제군(齊軍)이 노군(魯軍)의 진채(陣寨)를 공격했으나, 노군(魯軍)은
마치 철통같이 지키며 동요하지 않으니, 제군(齊軍)은 싸우지도
못하고 퇴각할 수밖에 없어 징을 치면서 천천히 물러간다.
이번에는 틀림없이 대응할 것이다.
자. 다시 진격하여 노군(魯軍)을 쳐부수어라.
얼마간 시간이 지나자 다시 제군(齊軍)이 재차 공격했으나, 역시
노군(魯軍)은 아무 소리도 못 들은 듯이 조용하게 진채(陣寨)만을
지키므로, 제군(齊軍)은 공격도 하지 못하고 다시 돌아갔다.
제군(齊軍)은 두 번이나 노군(魯軍)의 진채(陣寨)를
공격했으나 이상하리만큼 조용했으며 진문(陣門)이
열리지 않으니 싸울 수가 없었다.
이에 화가 잔뜩 오른 제(齊)의 군사들은 삿대질해가며 온갖 욕설만
실컷 퍼붓다가 물러갈 수밖에 없었다.
노군(魯軍)은 겁을 먹은 것이다.
다시 한번 힘차게 북소리를 울리며 돌격하면
노군(魯軍)은 반듯이 도망가고 말 것이다.
자. 모두 일제히 공격하라.
우리 제군(齊軍)은 모두 공격하라.
그때까지 노장공과 조말은 망루에 올라가 제군의 움직임을 뚫어지게
지켜보고 있다가, 제군이 또다시 쟁과 북을 울리며 세 번째로
노군(魯軍) 진영을 향해 쳐들어오는 것을 보게 된다.
조말(曺沫) 선생. 제군(齊軍)이 세 번째 쳐들어오고 있소.
어찌하면 좋겠소?
이제야말로 진문을 열고 나가 싸울 때입니다.
제군(齊軍)은 세 번째로 울리는 북소리가 되니
이제 우리는 처음으로 북소리를 울려야 합니다.
제군(齊軍)을 이길 수 있는 때는 지금이옵니다.
속히 쟁과 북을 쳐서 우리 노군(魯軍)이
앞으로 나아가 진격하도록 명하여라.
우리 노군(魯軍) 이여! 일제히 공격하라!
제군(齊軍)을 한 놈도 살려 보내지 마라.
노군(魯軍) 진영에서 갑자기 북소리가 요란하게 울리자, 노군은
돌연히 벌떡 일어나 칼과 창을 휘두르며 돌격을 감행하여 왔다.
그때 제군(齊軍)의 군사들은 노군(魯軍)을
아주 빈약하게 보며 깔보는 마음이 가득하여
당연히 진문을 굳게 닫아걸고 지키다가
도망갈 줄로 알고 마음을 풀고 있었으나
느닷없이 북소리가 울리며 노군(魯軍)이 벌떼처럼
일제히 몰려나오자 제군(齊軍)은 크게 당황하였다.
제 126 화. 사람고기 맛이 어떻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