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101∼200회)

제 118 화. 사람의 값어치는 얼마일까.

서 휴 2023. 5. 24. 16:33

118 . 사람의 값어치는 얼마일까.

 

공손 습붕(隰朋)이 노() 나라의 도성인 곡부성(曲阜城)으로 찾아가,

노장공(魯莊公)에게 정중히 인사를 올리자, 노장공(魯莊公)은 자기

나라의 국경 땅인 문양(汶陽)에 제군(齊軍)이 포진하고 있어, 크게

걱정하고 있다가  갑자기 제()의 사자가 찾아오자  덜컥 겁을 냈다.

 

     ()의 사자는 어찌 왔소

     포숙아(鮑叔牙)의 편지를 가지고 왔나이다.

     이리 가져와 보시 오

 

      외신(外臣) 포숙아(鮑叔牙)는 현명하신 노후(魯侯)

      삼가 백배(百拜)를 올리며 인사를 드리는 바입니다.

 

      가장이 둘인 집안이 없사오며 또한,

      나라도 군주가 둘이 될 수는 없나이다.

 

      이미 저희 주군께서 종묘사직을 받들고 있사온데,

      이제 공자 규()를 앞세워 저희 제()나라의

      군위를 빼앗고자 함은 불가한 일이 되었나이다.

 

      저희 주군께서는 형제간의 정리를 생각하여

      그 형을 차마 죽일 수 없사오니

      바라옵건대, 상국의 손을 빌리고자 합니다.

 

      나머지 관중(管仲)과 소홀(召忽), 두 사람은

      저희 주군와 철천지 원수가 되어있는 바이므로

 

      그 둘을 태묘(太廟)의 희생물로 삼고자 하오니,

      저희에게 산채로 넘겨주시기를 바라나이다.

 

노장공(魯莊公)은 정중하면서도 은근히 협박하는 포숙아(鮑叔牙)

서신에 크게 겁이 났으므로, 급히 모사 시백(施伯)을 불러들였다.

 

      지난번에 그대의 말을 듣지 않고

      () 나라에 쳐들어갔다가 패하고 나니

      이제는 제군(齊軍)과 대적할 힘조차 없소.

 

      제군(齊軍)이 문양(汶陽)에 포진하고 있으면서

      () 공자를 죽이라고 하는 것이오.

 

      과인은 죽이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소

      공자 규()를 죽이는 것과 살려 두는 것 중에

      어느 편이 우리에게 이롭겠소?

 

      주공, 소백(小白)이 제후(齊侯)의 자리를 차지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인재를 잘 기용하여

      건시(乾時) 벌판에서 우리 노군(魯軍)을 꺾었나이다.

 

      이는 규()가 소백(小白)을 따를 수 없다는 것이며,

      더욱이 제군(齊軍)이 국경까지 넘어와 우리를

      심하게 압박하고 있사오니, 공자 규()

      죽이고 강화를 맺는 편이 이롭겠나이다.

 

      꼭 그래야만 하겠는가?

      주공, 이제는 어쩔 수가 없나이다.

 

      할 수 없구나. 공자 언()은 생두(生竇)에 가서

      공자 규()를 죽이고, 관중(管仲)과 소홀(召忽)

      도성인 곡부성(曲阜城)으로 압송해오도록 하라!

 

공자 언()은 노군(齊軍)을 이끌고 생두(生竇)에 도착하자마자,

공자 규()를 살해하고, 관중(管仲)과 소홀(召忽)를 생포하려 했다.

 

공자 언()이 두 사람을 생포하여, 함거(轞車)에 가두려 하자,

소홀(召忽)이 하늘을 쳐다보다가 갑자기 말하면서 통곡한다.

 

      자식이 부모를 위하여 죽으면 효()라 하고

      신하가 임금을 위하여 죽으면 충()이라 한다.

      이는 각자가 맡은바 본분(本分)이 되리라.

 

      어찌 이런 질곡(桎梏)을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나는 공자 규()를 따라가 충()을 행하겠노라

 

      관중(管仲)은 규()와 나의 원한을 꼭 풀어주시오.

      관중(管仲)은 내 가족도 좀 돌봐주시오.

 

소홀(召忽)이 통곡하다가, 관사(官舍)의 기둥에 머리를 세차게

부딪치자, 하얀 뇌수(腦髓)가 터져 나오며 곧바로 죽자, 이를

지켜보던 관중(管仲)은 하늘을 우러르며 혼자서 중얼거렸다.

 

      자고로 군주를 위하여 죽는 신하도 있고

      살아남아야 하는 신하도 있는 법이다.

      그러나 죽어버리면 아무것도 해낼 수가 없도다.

 

      나는 공자 규()와 소홀(召忽)의 원수를 갚아야 하며

      또한, 내 가슴 속의 큰 뜻을 꼭 이뤄보고 싶노라.

 

관중(管仲)은 몸을 굽혀 함거(轞車) 안으로 서슴없이 걸어 들어갔다.

이 말을 전해 들은 노() 나라 대부들은 한결같이 관중을 비웃었다.

 

      관중(管仲)은 어리석은 자다.

      () 나라로 끌려가면 죽을 줄 모른단 말인가?

 

      신하 된 자로 자기 목숨을 아까워하여

      어찌 모시던 주인을 배반할 수 있더란 말인가?

 

그러나 이 말을 전해 들은 시백(施伯)만이 관중(管仲)의 깊은 마음

속을 꿰뚫어 보며, 또한 곡부성(曲阜城)으로 압송된 관중(管仲)

의연한 태도를 보면서, 보통 인물이 아님을 간파하게 되었다.

 

() 나라의 모사(謀士) 시백(施伯)은 그동안 관중(管仲)을 깊이

관철했던 바를 노장공(魯莊公)에게 보고하며 논의한다.

 

      주공, 신 시백(施伯)이 말씀 올리겠나이다.

      관중의 용태를 살펴보니 제() 나라로 압송된다.

      하더라도 결코, 죽이지 않을 것 같사옵니다.

 

      관중(管仲)은 천하의 기재(奇才)라 인정하므로

      반드시 중히 임용하려 할 것이 틀림없나이다.

 

      주공, () 나라가 관중(管仲)을 크게 써서

      천하를 제패(制覇)하게 된다면

 

      우리 노() 나라는 제() 나라를 받들게 되며

      () 나라를 모시기에 바빠지게 될 것입니다.

 

      주군께서는 제() 나라에 이야기해 살려주면서

      우리 노() 나라에 머무르게 하시옵소서.

 

      우리의 도움으로 목숨을 부지하게 되어

      관중(管仲)이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면

 

      그때는 우리가 그를 임용하여 쓴다면

      () 나라를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그러나, 관중(管仲)은 제후(齊侯)의 원수라 하는데

      우리가 보내주지 않는다면,

 

      비록 우리가 규() 공자를 죽이기는 하였지만

      제후(齊侯)의 분노를 가라앉히기는 어렵지 않겠는가.

 

      주공, 관중(管仲)을 쓰지 않으시려거든, 차라리

      죽이시고 그 시체만을 보내시옵소서.

 

      그래야만 제() 나라의 앞길을 막는 것이며

      그래야 우리의 앞날이 평화로울 것입니다.

      알겠소. 그렇게 해 봅시다.

 

관사(官舍)에 머무르고 있던 공손 습붕(隰朋)은 관중(管仲)

처형한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라면서, 망설이지 않고 급하게

달려가 노장공(魯莊公)에게 정중하면서도 간곡하게 말한다.

 

      관중(管仲)이 우리 주군을 죽이려 활을 쏘았으나

      다행히 허리띠에 맞아 간신히 목숨을 구하였나이다.

 

      저희 주공께서는 그 일로 분하신 한이 뼛속까지

      사무쳐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사옵니다.

 

      우리 주군께서는 손수 관중(管仲)을 죽여

      기어이 그 한을 풀고자 하시나이다.

 

      만약 관중(管仲)을 죽여 시체만 돌려보내신다면

      우리 주군께선 그 한을 풀 길이 없게 되나이다.

 

      그리된다면 노후(魯侯)께서는

      그 뒷일을 어찌 감당하시려 하나이까?

      널리 통촉(洞燭)하여주시옵소서.

 

노장공은 공손 습붕(隰朋)의 말을 듣자 잠시 관사에서 기다리게

하고는, 또다시 모사(謀士) 시백(施伯)을 불러 의논한다.

 

      그대 시백(施伯)은 관중(管仲)을 기재(奇才)라 하나

      나는 관중(管仲)을 그렇게 귀하게 보지 않소.

      그자는 말만 앞세우는 자요

 

      소백(召白)을 죽이지 못했으면서도, 죽였다고 말하여

      이리 큰일을 그르치게 만든 자요

 

      더욱이 제환공(齊桓公)은 원수로 생각하고 있는데

      그런 자를 우리가 살려주고 등용까지 한다면,

 

      제환공(齊桓公)은 틀림없이 우리를

      불공대천(不共戴天)의 원수로 삼을 것이오.

 

      그럴 바에는 차라리 관중(管仲)을 살려 보내어

      제환공(齊桓公)이 직접 죽이게 하는 것이 어떻겠소?

      주공, 급할 건 없사오니 이 삼일 더 두고 보시옵소서.

 

공손 습붕(隰朋)은 맘졸이고 기다리고 있을 수만 없어, 다음날

또 다시 찾아가 노장공(魯莊公)에게 제환공(齊桓公)이 직접

죽이는 것이 틀림없다고 맹세하면서 간곡하게 간청하였다.

 

      노장공(魯莊公)은 건시(乾時) 전투에서 패한 후로

      제군(齊軍)에 대한 두려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으며

      또한 공손 습붕(隰朋)의 위협적이며 간곡한 말에 겁을

      먹고는 신하를 불러 관중(管仲)을 풀어주게 하였다.

 

이에 공손 습붕(隰朋)은 공자 규()와 소홀(召忽)의 머리를 담근

두 개의 목함(木函)과 관중(管仲)을 실은 함거(轞車)를 겨우 넘겨

받자마자, 그에 지체할 시간도 없이 재빨리 함거(轞車)를 몰고,

포숙아(鮑叔牙)가 기다리는 문양(汶陽) 땅으로 달려가게 된다.

 

119 . 큰 그릇은 얼마나 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