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7 화. 나라의 군주는 한 사람인가.
제 117 화. 나라의 군주는 한 사람인가.
제군(齊軍)의 왕자 성보(成父)와 동곽아(東郭牙)는 노군(魯軍)의
뒤를 쉬지 않고 쫓아가 문수(汶水)를 건너, 노(魯) 나라 경내인
문양(汶陽) 들판까지 추격하며 두 고을을 점령하고 주둔까지 했다.
이 문양(汶陽) 땅에 단단한 진지를 축조하라!
하루속히 진지를 구축하라!
모두 고생하였소! 이제 진지를 다 구축하였으니
나 동곽아(東郭牙)는 이곳을 지키고 있을 것이오.
이제 왕자 성보(成父)께서는 안심하시고
어서 빨리 임치(臨淄)로 귀국하십시오.
왕자 성보(成父)가 이끄는 제군은 임치(臨淄)로 회군하던 중에
건시(乾時)에서 영월(寧越)과 중손추(仲孫湫)를 만나 함께 돌아갔다.
노(魯) 나라 군사들은 감히 싸움을 걸어
문양(汶陽) 땅을 탈환하려고 하지 않았으며,
패전에 대한 수습에만 급급한 듯이 조용해져 있다.
단 한 번의 싸움으로 노(魯) 나라의 기세를
완전히 꺾어버린 제환공(齊桓公)은 이로써
그의 군위를 확고하게 다지게 된다.
공자 규(糾)를 제후(齊侯)로 세워주기 위해 벌인 건시(乾時) 전투에서
노장공(魯莊公)은 좌우 장수인 양자(梁子)와 진자(秦子)를 잃었으며,
노군(魯軍)의 7할을 잃게 되는 대참패를 당하게 된 것이다.
또한, 문수(汶水) 상류의 기름진 문양(汶陽)의 들판을
뺏기면서, 노(魯) 나라가 생긴 이래로 가장 큰 손실과
굴욕을 맛보면서 당분간 일어설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전과는 모두 공자 소백(小白)을 받들어
제후(齊侯)로 세우면서 치밀하게 공격하며
노군(魯軍)을 물리친 포숙아(鮑叔牙)의 공이었다.
다음날 이른 아침에 조회(朝會)가 열리자, 문무백관들이 모두
일어나 허리를 숙이면서 큰소리로 경하(敬賀)를 드리자,
이에 제환공(齊桓公)은 의기양양(意氣揚揚) 해지게 되었다.
주공. 건시(乾時) 전투의 승리를 경하 드립니다.
고맙소. 모두 경들의 수고 덕분이오.
주공, 신 포숙아(鮑叔牙)가 한 말씀 올리겠나이다.
포(鮑) 대부는 어서 말해보시오.
주공, 승리를 경하 받기에는 너무 빠르옵니다.
공자 규(糾)가 아직 노(魯) 나라에 있으면서
관중(管仲)과 소홀(召忽)의 보좌를 받고 있으며
노(魯) 나라 또한 계속 도울 것으로 보입니다.
주공, 한 나라에 군주가 둘일 수는 없사옵니다.
나라의 심복지환(心腹之患)이 아직 그대로인바
어찌 경하의 말씀을 올릴 수 있겠나이까?
주공, 자중자제(自重自制) 하시어야 하옵니다.
주공께서는 공자 규(糾)를 어 쪄 시려하나이까?
그 당시는 군위 다툼에서 밀려난 자는 죽음만이 있을 뿐이었으므로,
규(糾) 공자를 마땅히 죽여야 하였으나, 어릴 때부터 형제의 우애가
좋았던 제환공(齊桓公)은 선뜻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아, 형님에게 어쩔 수 없는 일이 되었구나!
이를 이제 어찌하면 좋겠는가?
주공, 노(魯) 나라는 건시(乾時) 전투에서
간담이 서늘해졌을 것입니다.
이제 노(魯) 나라는 패전국이 된 것입니다.
주공, 우리 동곽아(東郭牙)가 문양(汶陽) 땅에
진지를 구축해놓고 노(魯) 나라를 노리고 있사옵니다.
주공, 신이 삼군(三軍)을 이끌고 나아가,
노(魯) 나라 경계에서 공격할 태세를 보이면서,
규(糾) 공자를 반드시 죽이라고 압박을 넣겠나이다.
그리하면 노후(魯侯)는 우리를 두려워하여
우리의 압력에 굴복할 것이며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정벌하고 말겠나이다.
과인은 모든 백성과 나라의 안녕만을 생각할 것이오.
좋소! 경(卿)은 제군(齊軍)을 출동시켜
노(魯) 나라 문양(汶陽) 땅에서 정리하고 오시 오.
한 가지 유념할 일이 있소!
주공, 어서 말씀하시옵소서.
규(糾) 공자를 모시고 있는 관중(管仲)과 소홀(召忽)은
죽이지 말고 반드시 산채로 데려오시오.
내 그들을 잡아 갈기갈기 찢어버리겠소!
주공, 하오나 청(請)이 하나 있사옵니다.
무엇이오? 말해보시오!
주공, 예전에 화살을 맞았던 일로
관중(管仲)을 너무 괘씸하게 생각하고 계시오나?
주공, 신이 관중(管仲)을 데려오려는 것은
죽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리기 위해서입니다.
살리기 위해서 데려오다니! 그게 무슨 말이오?
관중(管仲)이 활을 쏘아 나를 죽이려 한 걸 잊었소?
주공, 신이 주공을 모실 수 있게 된 것 또한,
관중(管仲)의 덕분임을 주공께서는 아시는지요?
그게 무슨 말이오!
주공, 모두 지난날의 일이 되었사옵니다만
선군(先君)이신 제희공(齊僖公)께서
신을 주공의 소부(小傅)로 임명하셨을 때,
그때의 주공은 어릴 뿐만 아니오라 순위(順位)
상으로 밀려있어. 신은 불만(不滿)을 품고
소부(小傅) 직에서 물러나려 하였사옵니다.
하오나, 그때의 관중(管仲)은 주공의 인물됨을
미리 알아보고, 장차 제(齊) 나라를 구할 사람은
오직 지금의 주공이신 소백(召白) 공자뿐이라며
지금의 주공을 반드시 모셔야 한다면서
끈질기게 신을 설득시켰나이다.
일이 이러하였거늘, 오늘날 신이 주공을 모시게 된 것이
어찌 관중(管仲)의 덕분이라고 아니할 수 있겠나이까?
바라건대, 주공께서는 부디 관중(管仲)과 소홀(召忽)을
너그럽게 용서하시어 무사히 살아서
귀국할 수 있도록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옛날에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오?
관중(管仲)이 그러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니
과인은 그런 일을 전혀 모르고 있었소.
좋소! 포(鮑) 대부의 청을 들어줄 터인바,
관중(管仲)과 소홀(召忽)을 살려서 데려오시오.
포숙아(鮑叔牙)는 제환공(齊桓公)의 승낙에 크게 기뻐하였으며,
이에 곧바로 제군(齊軍)을 이끌면서 문양(汶陽) 땅에 당도하였다.
포숙아(鮑叔牙)는 만일 규(糾) 공자를 죽인다면, 따라서 관중(管仲)도
죽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염려하였기에, 항상 신중한 태도로
살아가는 공손 습붕(隰朋)을 사자로 삼아 노(魯) 나라에 보낸다.
공손 습붕(隰朋)은 제희공(齊僖公)의 아버지 되는
제장공(齊莊公)의 증손자(曾孫子)이다.
그는 공족으로서, 학식이 높고 사람 보는 안목이
매우 뛰어났으나, 국정에 참여한 지 오래되지 않았다.
그는 관중(管仲)의 능력과 인품을 항상 존중하고
있었으므로, 가까이 사귀려고 애써왔던 사람이다.
그러므로 포숙아(鮑叔牙)가 관중(管仲)을 살려내어
제환공(齊桓公)에게 천거하려는 마음을 알게 되자,
제일먼저 기뻐하며 따르기로 하였다.
공손 습붕(隰朋)이 포숙아(鮑叔牙)의 편지를 들고 출발하려하자,
포숙아(鮑叔牙)가 또다시 당부(當付)의 말을 거듭거듭 하였다.
관중(管仲)은 천하의 기재(奇才)라,
주군께 천거하여 장차 중용되게 하려 합니다.
반드시 관중(管仲)을 산채로 데려와야 합니다.
포(鮑) 대부! 노(魯) 나라 모사 시백(施伯)은
지혜로운 사람이라, 관중(管仲)의 재능을
이미 간파하고 있을 것입니다.
만일 그 시백(施伯)이 관중(管仲)을 설득해서
노(魯) 나라 국정을 맡기려 들 수도 있습니다.
그리되면 참으로 난감한 일이 될 것입니다.
그대의 안목(眼目)이 대단히 높구려.
사실, 나도 그 점을 가장 염려하고 있소!
하지만 나는 관중(管仲)을 잘 알며 믿고 있소이다.
관중(管仲)은 모국을 배반하지 않을 것으로 아오.
또한, 시백(施伯)이 관중(管仲)을 천거한다. 하더라도
노장공(魯莊公)은 결코 관중(管仲)을 쓰지 않을 것이오.
만일 노장공(魯莊公)이 관중(管仲)의 지략을
알고 있었다면, 이번 건시대전(乾時大戰)에서
그의 계책을 중히 받아들였을 것이오.
하지만 노장공은 관중을 후대(後隊)로 밀어내
치중(輜重)을 맡기는 어리석은 짓을 범하였잖소?
더구나 관중은 소백(小白) 공자에게 활을 쏘아
죽였다고, 노장공에게 말하였을 것입니다.
그로 인하여 노장공은 관중의 말을 믿고
임치(臨淄) 성(城)에 늦게 도착한 것이 아니겠소.
그에 대한 원망도 크게 가지고 있을 것이오!
공손 습붕(隰朋)은 내 말을 잘 들어보시오.
노장공은 관중의 능력을 알지 못하여
전혀 인정도 하지 않고 있을 것이오.
오히려 제환공이 된 공자 소백(小白)을 활로 쏘아
죽였다고 보고 하였으나 버젓이 살아있음으로
건시대전(乾時大戰) 일어나게 되었으며
그 패배의 원인을 관중(管仲)에게 두고 있으면서
마음속 깊이 원망하고 있을 것이오.
이로 보아, 관중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는 것이오.
노장공은 결코 관중을 쓰지 않을 것이오.
포(鮑) 대부의 통찰력이 과연 대단하십니다.
만약에 끝까지 말을 듣지 않아, 노魯 나라가
관중管仲을 죽이려 든다면 어찌해야 합니까?
맞소, 그 점이 매우 걱정되는 것이오.
그럴 때는 우리 주군이 관중이 쏜 화살에 맞아
죽을 뻔한 일로 원한이 뼈에까지 사무쳐 있는바,
그 원한을 갚기 위해서라 하면서, 그 일을
상세하고 강하게 노장공에게 이야기하면
노후(魯侯)는 믿을 게 분명합니다.
공손 습붕(隰朋)은 그제야 안심을 하고는 환한 얼굴로 포숙아의
서신을 받아들고, 그 즉시 문양(汶陽) 땅으로 출발하였다.
제 118 화. 사람의 값어치는 얼마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