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4 화. 누가 먼저 임치로 가느냐.
제 114 화. 누가 먼저 임치로 가느냐.
소백(小白) 공자님!
제(齊)와 노(魯) 나라는 5일간의 거리이며
거(莒)에서는 제(齊)와 하루 간의 거리입니다.
노(魯)가 멀리 있다고 안심하면 아니 되옵니다.
가깝다고 하더라도 쉬지 말고 달려가,
우리가 먼저 임치(臨淄) 성에 들어가야 합니다.
소백(小白) 공자님! 이곳이 즉묵(卽墨) 이옵니다.
멀리까지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이곳에서 잠시 목을 축이고 떠나도록 하십시오.
잠시 쉬고 계시옵소서.
잠시 우물을 찾아보겠습니다.
관중(管仲)이 밤낮으로 달려와 즉묵(卽墨)에 가까이 다가가자,
거군(莒軍)이 한 시간 전에 지나갔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관중(管仲) 나리. 거군(莒軍)이 지나갔다더니,
이곳 즉묵(卽墨)의 변두리에 모여 있습니다.
으흠, 알겠노라. 빨리 가보자!
저기 높은 수레에 소백小白 공자가 단정히 앉아있구나.
포숙아(鮑叔牙)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구나.
관중(管仲)은 거군(莒軍)의 진용을 살피고 나자, 소백(小白)이 있는
곳으로 서슴없이 다가가더니, 정중히 무릎을 꿇었다.
공자님, 신 관중(管仲)이 절을 올리나이다.
소백(小白) 공자께서는 안녕하시었는지요?
오, 관중(管仲) 스승, 오랜만에 반갑습니다.
소백(小白) 공자님, 지금 어디로 행차하시나이까?
부친의 상례(喪禮)에 참석하러 가는 중이 오.
형님이신 규(糾)께서 상례(喪禮)를 주관하실
것이오니 잠시 머물러 주시기 바라나이다.
관중(管仲)! 자네는 언제 왔는가?
아니, 포숙아(鮑叔牙)가 아닌가?
어. 어디 갔다 인제 오는가?
자네는 이 포숙아(鮑叔牙)를 무시하지 말고
어서 빨리 물러가게나!
포숙아(鮑叔牙)야!
순서상 규(糾) 공자가 먼저 가야 하지 않겠는가?
관중(管仲)아, 우리는 각기 다른 주인을 위하고 있다.
그대가 모시지 않는 다른 주군 분에게
어찌하여 구구(區區)한 말을 하려 하는가?
관중(管仲)아, 자네는 이곳에 있어선 안 되네.
어서 빨리 돌아가게나.
그러시다면 소백(小白) 공자님,
신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그때 관중(管仲)이 거군(莒軍)의 기색을 살펴보니, 모두가 눈을
부라리며 똑바로 노려보면서, 싸움도 불사하겠다는 기세로 보였다.
규(糾) 공자와 소백(小白) 공자라?
아무래도 둘 사이의 어려운 싸움이 될 것 같구나!
임치(臨淄)에는 포숙아(鮑叔牙)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이거, 잘 못 하다간 큰일이 나겠구나?
하루만 빨리 왔어도 좋았을 터인데
잘못하다간 좋은 기회를 놓칠 수가 있겠도다!
아. 지금 달려온 우리 군사가 너무나 적도다!
어찌해야, 소백(召白) 공자를 막을 수 있겠는가?
관중은 포숙아의 말에 어떻게 하지 못하게 되자, 뒤돌아 물러가는
척하면서 적당한 거리로 떨어지자, 슬그머니 활에 화살을 재더니,
재빨리 몸을 돌리면서 순식간에 소백(小白)에게 쏘아 버렸다.
아 악. 허리에 화살이 꽂혔도다.
아, 사람 살려라! 사람 살려 어!
황망해진 포숙아(鮑叔牙)가 화살을 빼주며, 공자 소백(小白)을
구하려고 온 힘을 다하였으나, 그러나 끝내 구하지 못하였다.
저 나쁜 관중(管仲) 놈이 우리 공자를 죽였도다.
아, 원통(寃痛)하도다!
우리 공자가 돌아가셨도다!
저놈, 저 나쁜 놈! 저 관중(管仲)을 잡아라!
관중을 꼭 붙잡아 공자의 원한을 풀어드리자!
어서 빨리 쫓아가 저 관중(管仲)을 잡아 와라!
포숙아가 소백(小白) 공자가 죽었다고 몸부림치며, 크게 소리
내어 울자, 주변에 있던 군사들도 덩달아 울기 시작했다.
허 허, 소백(小白) 공자가 내 화살에 맞았구나!
공자 소백(小白)이 죽은 게 틀림없도다!
이리되면 규(糾) 공자만이 홀로 남게 되는 것이다.
이제 규(糾) 공자가 보위를 물려받게 되었구나.
휴 우, 규(糾) 공자는 군주가 될 복이 있도다!
자, 빨리 도망가자!
거군(莒軍)이 쫓아오기 전에 빨리 달아나야 한다.
관중(管仲)임, 거군(莒軍)이 쫓아옵니다.
관중(管仲)임, 빨리 달아나십시오!
노장공(魯莊公)은 노군(魯軍)을 이끌고 행군하여 오다가, 삼일이
지난 후에야, 멀리에서 달려오는 관중(管仲) 일행을 만나게 된다.
이제 돌아오는 것이오! 어떻게 되었소?
가까스로 도중(途中)에 만나게 되었으나,
여의치 못하여 소백(小白) 공자를 죽였사옵니다.
소백(小白) 공자를 죽였다는 게 사실이오?
예, 틀림없이 활로 쏘아 죽였습니다!
규(糾) 공자께 경하(慶賀)드리옵니다.
이제 규(糾) 공자께서 군위에 오를 수 있나이다.
모두 관중(管仲)의 활 솜씨를 믿고 있었으므로, 노장공과 규(糾)
공자 일행은 천천히 여유롭게 진군하면서, 지나는 곳의 관리들이
베푸는 대접을 받으면서, 제(齊)의 도성인 임치(臨淄)로 가게 된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
화살은 소백(小白)의 허리띠에 맞았느니라.
관중(管仲)은 활 솜씨가 매우 뛰어나도다.
관중(管仲)은 맞추지 못하는 과녁이 없도다.
죽지 않았다고 하였다면 다시 쏘았을 것이다.
자, 이제 빨리 임치(臨淄)로 달려가자!
소백(小白)은 화살을 맞자마자, 순간적으로 자기의 혀를 깨물어
피를 토하며 죽은 듯이 주변 사람을 속이는 기지(機智)를 발휘했다.
소백(小白) 공자님, 수고하셨습니다!
관중이 이미 가버린 것으로 보이나?
관중이 다시 올까 걱정이 됩니다.
가는 행차를 더욱 빨리 서둘러야 하겠습니다!
소백(小白)은 평복으로 갈아입고, 편안한 온거(溫車)로 갈아타며,
지름길을 찾아 임치(臨淄)로 계속 달려갔다.
자. 이제 임치(臨淄)에 이르렀소!
공자 소백(小白)과 나 포숙아(鮑叔牙)는
임치(臨淄) 성에 들어가 대부들을 만날 것이오.
거(莒) 나라 군사들은 잠시 성 밖에
머물러 있으면서 좀 기다려 주시 오!
제(齊) 나라 조정은 노(魯) 나라에 사자로 간 대부 옹름(雍廩)이
돌아왔으며, 이제 공자 규(糾)올 때까지 기다리는 중이었다.
여러 대부께서는 그간 안녕들 하시었소?
오, 포숙아(鮑叔牙)! 정말 반갑소이다.
아니 언제 온 것이오?
지금 막 소백(小白) 공자와 함께 왔소이다.
자 여러분! 공자 소백(小白)의 현명함은
모두가 알고 있지 않소?
자, 이제 소백(小白) 공자를 군위에 올려세웁시다!
공자 규(糾)가 오면 어쩌려 하시오?
이미 두 군주가 차례로 살해된 이 난국은
현명한 사람이 아니면 수습할 수가 없소이다.
여러분들은 공자 규(糾)를 모시려 하고 있으나
공자 소백(小白)이 이곳에 먼저 왔으니
이것은 하늘의 뜻이 아니고 무엇이겠소!
우리 백성들도 노(魯) 나라를 싫어하잖소?
더구나 노후(魯侯)가 공자 규(糾)를 옹립하려 하는 것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려 하는 것이 아니겠소!
옛날 송장공(宋莊公)이 정(鄭) 나라의 공자 돌(乭)을
정백(鄭伯)으로 세워줬다는 구실로,
한없이 그 대가를 요구하여 수년간
병화(兵禍)가 그칠 날이 없었지 않았소이까?
근래에 수많은 난리를 치른 우리 제(齊) 나라가
만약 노후(魯侯)가 무리한 요구를 해온다면
우리가 어찌 다 받아들일 수 있겠소이까?
그렇다면 그대는 노후(魯侯)에게 어떤 핑계를 댈 것이며
어떻게 노군(魯軍)을 물리칠 수 있다는 것이오?
우리가 이미 우리의 군주를 정했다고 하면
노후(魯侯)는 자기 나라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오!
제(齊)와 노(魯)는 오래전부터 경쟁 관계로 대치하고 있었으며,
더구나 문강(文姜)과 제양공(齊襄公)의 좋지 않은 일이 오래갔던바,
제(齊) 나라 신료들은 노(魯) 나라를 무척 꺼리고 있는 분위기였다.
나, 대부 습붕(隰朋) 이오!
포숙아(鮑叔牙) 대부의 말씀이 옳습니다.
나. 동곽아(東郭牙)도 습붕(隰朋)의 말에 따르겠소이다.
허 어, 노(魯) 나라가 문제를 일으키면 어찌하려 하시오?
잘못하면 노(魯) 나라와 전쟁을 할 수도 있소이다.
우리는 어수선하여 노(魯)와 싸울 만큼 힘이 없소이다.
무슨 말이오! 노(魯)가 전쟁하자면 싸워야지요!
그 문제는 다음에 대처하기로 하고
우선, 먼저 공자 소백(小白)를 세웁시다.
포숙아와 평소 마음이 통하였던 습붕과 동곽아가 적극적으로
협력하자, 다른 대부들도 적극적으로 동조하게 되었으므로,
이제는 몇 사람이 원로대신인 고경중(高敬仲)과 고혜(高傒),
두 원로를 찾아가 어렵게 설득하여 허락까지 받아내었다.
포숙아는 언제나 베풀며 살아온 모습을 대부들이
아는바, 제(齊) 나라 신료들은 관중(管仲) 보다는
포숙아(鮑叔牙)를 더 인정하였으므로,
이에 소백(小白) 공자가 큰 이득을 보게 되었다.
제 115 화. 군주의 판단이 나라를 망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