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001∼100회)

제 57 화. 깃발을 누가 차지하느냐.

서 휴 2023. 4. 30. 16:30

     17. 보이지 않는 질투.

 

57 . 깃발을 누가 차지하느냐.

 

정장공(鄭庄公)은  엉겁결에 대성(戴城)을 얻었으며 또한, 노획한

병거(兵車)치중(輜重)과 노획물(擄獲物)수레에 가득 싣고,

(), (), (), 3포로들을 이끌고, 힘차게 개선가를

큰 소리로 부르면서 신정(新鄭) 성안으로 들어간다.

 

       정군(鄭軍)이 신정(新鄭) 성(城) 안은 긴 행렬에서

       개선가(凱旋歌)가 힘차게 울려퍼지면서,

       전리품을 실은 수레들이 줄지어 지나간다.

 

       열렬히 환영하는 백성들이 흥겹게 춤을

       추면서 연일 축제가 벌어졌다.

 

천하에 명성을 날리며, 실리마저 취하고 돌아온 정장공의 인기는,

신정(新鄭) 성의 하늘을 찌를 듯이 치솟았으며, 정장공 또한

천하가 자기의 손에 들어온 양 너무나 흐뭇해하였다.

 

       여러 장수의 노고를 위로하노라

       이 큰 잔치에 빠진 자가 있는가

 

       주공, 모두 참석하였나이다.

       자, 모두 잔을 높이 들어 건배합시다

 

       그동안 많은 노고를 위로하노라

       천세(千歲)천세(千歲)만수무강을 하시옵소서

 

제후국의 군주에게 축복하는 뜻으로, 두 손을 머리 위로 높이 쳐들고

천세(千歲)를 두번 외치며, 왕에게는 세 번의 만세(萬歲)를 부른다.

 

       정장공(鄭庄公)은 한동안 연회장의 분위기가 무르익자,

       너그러운 미소를 짓고는 좌중을 둘러보며,

       술잔을 한 모금 마시고 나자, 술잔을 높이 들었다가

       바닥에 힘차게 쏟고는 부르짓는다.

 

정장공(鄭庄公)은  상기된 얼굴로 좌중을 바라보며 흥분한 듯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고함지르듯이 말하기 시작했다.

 

        과인은 조상 신령의 힘을 입어, 전투 마다 승리하여

        만천하에 크게 위엄(威嚴)을 세우게 되었도다

 

       유명무실한 왕실의 통치권을 넘어 이제는

       천하의 패업(覇業)을 이루게 된 것이 아니겠는가

       바야흐로 나의 패공(覇公) 시대가 열리게 되었도다

 

       다들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금까지의 방백(方伯) 중에 나만 한 자가 있었겠는가

       바야흐로 나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주공. 그러하옵니다

       송()나라에 단단히 복수하시었으며

 

       송()나라로부터 빼앗은 방성(防城)과 고성郜城

       노나라에 줌으로써 천하에 덕을 펼쳤으며

 

       또한, 교통 요충지의 대성(載城)을 얻음으로써

       우리 정() 나라를 천하에 우뚝 세우게 하셨나이다.

 

       또한, 주공께서는 수많은 전투에서 병법가로서의

       지혜와 능력도 유감없이 발휘하셨나이다.

 

       우리 신하들 모두는 주공을 높이 우러러

       천세(千歲) 천세(千歲)를 부르짖사옵니다.

 

       거기, 영고숙(穎考叔)은 어째서 말이 없소?

       무슨 다른 뜻이 있는 것이 오?

 

정장공이 영고숙(穎考叔)을 불러 세우자, 영고숙의 엄숙한 표정에

흥겹던 자리가 한꺼번에 조용해지며, 바른말을 잘하기로 소문난

저 입에서 또 무슨 말이 터져 나올지 모두 가슴을 조이게 된다.

 

       정장공의 얼굴도 상기되었다가 금세 차갑게 굳어지자,

       평소 친하게 지내던 대부 하숙영(瑕叔盈)

       만류해보려는 듯, 두 눈을 번갈아 끔벅거리었다.

 

영고숙은 신료들이 받들고 백성들이 따라주어 이뤄낸 공이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입술을 꾹 깨물며 듣기 좋게 말하게 된다.

 

       주공. 경사스러운 자리에 쓴소리하고자

       하옵는데 잘 들어줄 수 있으신지요?

 

       좋소, 어서 말해 보시 오

       주공, 방백(方伯) 이란, 왕명을 받들어 덕을 베풀며

       제후들의 으뜸이 되는 패공(覇公)의 이름이옵니다.

 

       하온데 주공께서는 송()나라를 침범하였으나

       왕실의 주상께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사옵니다.

 

       또한, 격문(檄文)을 보내 군사를 동원하였으나,

       제()와 노(), 두 나라만이 응하였을 뿐으로,

 

       작은 나라들은 기별도 없이 오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위()와 채()는 송()나라를 도왔습니다.

 

       주공께서 말씀하시는 방백(方伯)의 위엄(威嚴)

       어찌 이 정도밖에 아니 되는 것이 옵니까?

 

       이러한 여러 정황으로 보아 감히 방백(方伯)이며

       패공(覇公)을 어찌 자처하시려 하나이까?

 

영고숙의 말에 장내의 사람들은 정장공의 입에서 불호령이 떨어질

것으로 보았으며, 크게 긴장하면서 조용히 정장공을 바라보게 된다.

 

       허 어, 영고숙(穎考叔)의 말이 옳도다

       송(), (), () 세 나라를 패하게 하였으나,

       이는 나의 분풀이에서 시작한 것이 맞노라.

 

       나의 마음을 영고숙이 겸손하게 만드는구나

      영고숙(穎考叔)은 참으로 훌륭한 충신이로다

 

       앞으로 모든 일은 왕실을 받들어 시행하겠노라

       천하의 패공(覇公)은 꼭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정장공이 서슴없이 충언을 받아들이는 말에, 신료들이 엄숙히 감복

하였으며, 다만 맨 뒤에 서 있던 젊은 장수 공손 알() 만이 시샘을

내는 듯 질투 어린 눈빛으로 이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공실 자손에게도 믿을 장수가 많이 있는데 주공은 어찌?

       저리 천박하고 불손한 자를 우대하시는가?

 

젊은 장수 공손 알()은 공실(公室) 자손에 대한 자부심과 자만심이

넘쳐있었으며, 마음속으로 크게 불평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영고숙(穎考叔)을 그만큼 믿었던 정장공(鄭莊公)은 며칠이

지나자, 모두 모인 조례를 열어, 전쟁의 마무리를 지으려 하였다.

 

       이번에 위(). (). ()은 혼이 났을 것이오.

       이 세 나라에 형벌을 줄 만큼 주었다고 생각하나,

 

       가까이 있으면서 격문(檄文)의 취지(趣旨)를 무시한

       성()과 허(), 두 나라에 죄를 물어야 하겠노라

       두 나라 중 어느 나라를 먼저 정벌해야 하겠는가?

 

       주공, 신 영고숙(穎考叔) 이옵니다.

       먼저 대의명분(大義名分)을 앞세우셔야 하오며

       두 나라의 죄목부터 널리 밝히시어야 하옵니다.

 

영고숙(穎考叔)이 다른 나라를 정벌하기 위해서는 대의명분이

뚜렷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정장공(鄭莊公)은 이를 쾌히 공감했다.

 

       영고숙(穎考叔)은 좋은 제안을 하였도다.

       영고숙(穎考叔), 어느 나라를 먼저 치는 것이 좋겠소?

 

       성() 나라는 제() 나라와 붙어있고

       허() 나라는 우리 정() 나라와 붙어있사옵니다.

       제() 나라와 힘을 합쳐 두 나라를 공략하는 것이옵니다.

 

       주공, 신 공손 알() 이옵니다.

       제() 나라는 참여하였으나, 아무런 이득이 없었습니다.

       제() 나라가 이번에도 또 참여하겠나이까?

 

       대부 영고숙은 어찌 생각하시오?

       주공, 그 점은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성() 나라를 토벌하여 제() 나라에 주고,

       그 후에 함께 허() 나라를 쳐 우리가 갖는 것이옵니다.

 

       이렇게 하면 제()와 우의(友誼)가 계속 이어질 것이며,

       또한, 승리의 공로를 왕실에 바치면서,

       세상의 이목(耳目)을 가릴 수 있사옵니다.

 

       좋도다. 그대의 계책이 참으로 놀랍도다.

       성()과 허(), 두 군주의 죄상을 밝히도록 하라.

 

       이제 곧바로 제() 나라로 사신을 출발시키고

       공자 려()는 출전 준비를 철저히 하도록 하라.

 

이때가 정장공(鄭莊公) 재위 32년이며, 주환왕(周桓王) 8년으로

기원전 714년이니, 6개월도 안 되어 또 군사를 일으킨 것이다.

 

       이때가 정() 나라의 전성기였을 것으로 보인다.

       정장공이 신료들의 충언을 가감 없이 받아들이고

       신료들 또한 정장공을 중심으로 똘똘 뭉쳤으며

       백성들은 희망을 바라보며 고단함을 함께 하였다.

 

() 나라 사자는 우선 성()과 허() 두 나라에 가서 명령을

어긴 죄를 꾸짖었으며, 그리고 제() 나라의 제희공(齊僖公)

찾아가 성()과 허(), 두 나라를 칠 계획을 설명하며, 이기게

되면 한나라씩 차지하자는 조건을 제시하였다.

 

제희공(齊僖公)은 쾌히 승낙했으며, 동생 이중년(夷仲年)에게

병거(兵車) 2백 승을 주어, () 나라의 공자 려()와 함께

() 나라를 쳐들어가게 하였다.

 

       어서들 오시 오. 나는 성() 나라의 성후(郕侯) .

       우리 성() 나라는 작은 나라로 싸울 능력도 없소이다.

       비록 작은 성()이긴 하나 성문을 모두 열어놨소.

 

       우리 성() 나라가 비록 작은 나라라 할지라도,

       주무왕(周武王) 7번 째 아들 무(武)에게 봉해진 나라요

 

       이 성후(郕侯)도 역시 제후의 반열에 있소이다.

       제후답게 강화조약을 맺도록 해주시오.

 

()의 이중년(夷仲年)은 성후(郕侯)의 점잖은 태도와 인품에

감명받았으며, 이 사정을 표문(表文)으로 작성하여 올렸다.

 

제희공(齊僖公)은 동생 이중년(夷仲年)의 표문을 흔쾌히 승낙하여,

성후(郕侯)의 항복문서를 받으면서 속국으로 만들었으며, ()

() 나라는 일단 귀국하였다가. 다시 모이기로 약속하였다.

 

       어찌하여 우리 노() 나라를 빼놓는 거요?

       노() 나라에 섭섭하게 하면 안 되지 않소이까?

 

정장공(鄭莊公)은 노()의 공자 휘()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칠월 초하룻날에 정() 나라의 시래(時來) 땅에서

만나, () 나라 토벌에 대하여 논의하자며, 노은공(魯隱公)에게

통보하고 또한, 제() 나라에도 사자를 보냈다.

 

58 . 나의 장수끼리 싸우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