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001∼100회)

제 35 화. 귀신의 말을 엿듣는가.

서 휴 2023. 4. 26. 15:37

35 . 귀신의 말을 엿듣는가.

 

       진창(陳倉) 지금의 섬서성(陝西省) 보계시(寶鷄市)

       보계현(寶鷄縣) 사이에 있던 지명으로,

 

       섬서성에서 사천성(四川省)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이곳에 세워진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곳이었다.

 

그즈음에 어느 진창(陳倉) 사람이 사냥하다가 이상한 짐승을 잡았다.

그 짐승은 몽둥이로 온몸을 찌르고 두들겨 패도 죽지를 않았다.

 

        그 모양이 마치 가득 찬 주머니같이 둥글고

        그 색깔은 황색(黃色)과 백색(白色)이 섞여 있으며

        꼬리는 짧으며 네 개의 다리도 역시 짧았다.

 

        주둥이는 뾰족이 날카로우며 온몸은 큰 바늘 같은

        큰 침들이 에워싸여 있는 아주 위험한 짐승이었다.

 

        , 참으로 이상한 짐승이로다.

        이름도 알 수 없으니 우리 군주께 바쳐보자

        이랴, 이랴, 야 이놈아빨리 가자

 

진창(陳倉) 사람은 이 짐승을 진문공秦文公께 바치러 가던 도중에,

길에서 두 동자(童子)를 만났는데, 그들은 손뼉을 치며 큰소리로

웃으면서 그 짐승에 손가락질하며 빈정대면서 놀리는 것이었다.

 

        네가 죽은 사람에게 포악하게 굴더니

        이제 산 사람에게 잡히고 말았구나

 

        에이, 저놈은 정말 나쁜 놈이오

        아니, 동자(童子)는 이놈이 무엇인지 알고 있소?

 

        저놈은 커다란 고슴도치로, () 라는 놈이오

        땅속에서 죽은 사람의 골수(骨髓)만 파먹고

        그 정기(精氣)를 얻어 사람이 되려 하니

        잘 끌고 가서 꼭 죽여야 할 것이오

 

두 동자가 이처럼 말을 하자, () 라는 놈이 갑자기 몹시 화가

난 듯이 두 동자를 향하여 큰 소리로 말하였다.

 

        그래 내가 고슴도치 태위(太猬) 가 맞다

        저 두 동자(童子)는 사람이 아니라 진보(陳寶)

 

        진보(陳寶)가 무엇이냐?

        진보(陳寶), 들꿩의 정()을 말하는 것이오

 

        한 놈은 수꿩이고 한 놈은 암꿩이오

        수꿩을 얻는 자는 임금님이 되고

        암꿩을 얻는 자는 천하를 제패한답니다.

 

        어서 나를 풀어주시오?

        내가 저놈 둘 다 잡아드리리다

 

진보(陳倉) 사람은 고슴도치 위()의 말을 듣게 되자, 갑자기 욕심이

나서, 진보(陳寶)를 잡으려 쫓아가자, 두 동자(童子)한참 도망가다가

갑자기 들꿩이 되더니, 진창산(陳倉山) 북쪽으로 날아가 버렸다.

이 바람에 위() 라는 짐승도 사라지고 없었다.

 

        이 진창(陳倉) 사람은 욕심을 내다가 다 놓쳐 버리고,

        다시 진창산(陳倉山)으로 올라가 북쪽에서 헤매다가

        암놈 까투리가 옥() 돌로 된 옥꿩(玉雉옥치)으로

        변한 걸 발견하게 되었다.

 

진창(陳倉) 사람은 이상한 이 이야기를 전부 고하게 되었으며이 모든

사실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진문공(秦文公)은 진창산(陳倉山) 북쪽

진보사(陳寶祠)라는 사당을 짓게 하고 옥치(玉雉)를 안치시켰다.

그리고 조정의 내부(內府)에 이 사실을 기록한 문서를 남겨놓았다.

 

        이후 진문공(秦文公)은 새 궁궐을 짓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뜻 아니 한 문제를 만나게 되어

        공사를 진행하지 못하게 되는 일이 생겼다.

 

종남산(終南山)의 커다란 가래나무를 베어, 궁궐의 기둥으로 써야 하는데,

도끼도 톱도 들어가질 않아, 쉽게 베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종남산(終南山) 현 섬서성(陝西省) 위수(渭水)의 남쪽을

       병풍처럼 가로막고 있는 진령(秦嶺)의 동쪽에 솟아 있는

       해발 2600높은 산이며, 서안시(西安市) 남쪽

       약 50킬로 지점에 있다.

 

       가래나무는 그 열매를 가리켜 추자(楸子) 나무라고 한다.

       가래나무는 20m 정도 자라며, 그 열매인 추자(楸子)

       양 끝이 뾰족하여 작은 럭비공처럼 생겼다.

 

       알맹이는 깊게 팬 주름투성이로, 망치로 두들겨야!

       겨우 깨질 만큼 단단하고, 알맹이를 꺼내 먹으면

       맛이 좋은 호도(胡桃)와 비교가 된다.

 

가래나무는 우리나라의 약간 추운 지역인 중북부 이상에서 원래부터

자라고 있는 토종 나무이며, 가래나무와 호두(胡桃)나무는 씨앗을

먹는 것도 비슷하지만, 재질이나 다른 특징도 매우 닮은 형제 나무

 

        우리 귀신들은 축시(丑時)가 돼야

        이렇게 모여 회의를 할 수 있소이다.

 

        가래나무 귀신은 용케도 잘 견디고 있소?

        으흠, 사람들이 나의 비법을 어찌 알겠소이까?

 

        사람들은 어리숙한 면이 너무 많지요.

        뜻밖에 쉽게 나를 자를 수 있는데 말이요.

 

        허허. 하긴 그래요.

        ()나라 사람이 머리를 풀어 헤치고

        붉은 실 묶음을 가래나무 허리에 감는다면

        저 가래나무 귀신도 꼼짝 못 할 것이오

 

        쉬 이. 조용히들 하시오

        혹시. 사람이 들으면 어쩌려 하시오

 

        허 허. 걱정하지 마시오.

        사람들이 가장 깊이 잠드는 축시(丑時)

 

       한밤중인 축시라도 그렇소이다.

       밤말은 쥐가 듣는다니 조심해야지요

 

이는 주어작청(晝語雀聽) 야어서청(夜語鼠聽)이란 말로, 아무리

비밀스러운 말도 반드시 드러나게 된다는 뜻이다.

 

그런 와중에 나무를 베다가 산 밑의 움막에서 밤을 새우게 된

어떤 사람이 나무와 귀신들의 이 이야기를 엿듣게 되었다.

 

        우연히 엿들은 사람이 은밀하게 알려주었으며,

        이에 머리를 풀고 얼굴에 하얀 분칠을 하고

        가래나무에 정성껏 제사를 올리고 난 후,

        붉은 실을 감아주며 큰 가래나무를 베어내려 했다.

 

드디어 큰 가래나무가 쓰러지자, 갑자기 푸른 소가 튀어나와

옹수(雍水) 속으로 뛰어들어갔다.

 

        저 푸른 소를 끌어내라?

        주공, 저 소는 엄청나게 힘이 셉니다

 

        그런가, 머리를 풀어헤친 사람들은

        모두 얼굴에 하얗게 분칠을 해라

 

푸른 소는 하얗게 분칠을 한 사람들을 보자 풀쩍 뛰더니, 다시

옹수(雍水) 속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그 후에 옹수(雍水) 강변에 살고 있던 백성들은 물속에서 나와

돌아다니던 푸른 소를 보고 겁이 났으므로 신고하게 되었다.

 

       청우(靑牛)가 돌아다닌다니 사실인가?

       주공, 그렇사옵니다

 

       옹수(雍水) 강변 사람들이 겁이 나서

       한낮에도 돌아다니지 못한다고 하옵니다.

 

       말 탄 군사를 시켜 푸른 소가 물속에서

       나오기를 기다려 잡도록 하라

 

힘이 센 청우(靑牛)가 말 탄 군사들을 뿔로 들이받자, 군사들은

모두 땅에 굴러떨어져 죽게 되어 도저히 잡을 수가 없었다.

 

       머리를 풀고 산발하여 얼굴에 분칠하고

       힘센 청우를 잡도록 하라

 

군사들이 전처럼 머리를 풀고 얼굴에 분칠하고 귀신의 형상으로

달려들자, 청우(靑牛)는 두려워하여 물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이를 보게 된 진문공(秦文公)은 노특사(怒特祠)라는

       사당을 짓고 가래 나무 신을 모시면서 제사를 올렸다.

 

그때부터 모든 기둥을 가래나무로 쓸 수 있게 됨으로써, 썩지 않고

튼튼한 궁궐을 짓게 되었으며, 더욱이 험준한 산악이 둘러쳐져 있는바 

외부의 침략을 받아도 무너지지 않을 성으로 알려지게 된다.

 

        우리 진()나라는 100여 년 동안

        융족(戎族)에게 괴롭힘을 많이 당하며 살아왔다.

 

        이제 앞으로 우리는 화목하게 살아야 한다.

        이 성의 이름을 화목할 옹() 자를 써서

        옹성(雍城)이라 부르도록 하자

 

그때 기산(岐山)에다 커다란 성읍(城邑)을 구축하니 그곳이 바로

평양(平壤)이란 곳이며 오늘날 섬서성 기산현의 서남쪽 일대이다.

 

       한편 진() 나라가 옥황상제(玉皇上帝)에게 제사를

       올렸다는 소문을 듣게 된 노() 나라의 노혜공(魯惠公)

       태재 양()급하게 왕실로 보냈다.

 

        주상, 그동안 건 안 하셨사옵니까?

        , 동생 양()은 노()나라 생활이 어떠한가?

 

        예에, 형님 덕분에 노혜공(魯惠公)의 도움을

        많이 받으며 잘 지내고 있사옵니다.

 

        무슨 일로 예고도 없이 왔는가?

        정월 보름에 천제(天帝)께 제사를 올릴까 하오니

        천제(天祭)를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정월 보름에 천제(天帝)께 제사를 올리는 것은

        왕실에서만 행하는 행사란 걸 잘 알지 않느냐?

        법을 어겨가며 허락할 수는 없다

 

        () 나라의 조상이신 주공(周公) () 임은

        왕실에 큰 공을 세우시고

        예악(禮樂)도 그분이 만드신 것이 온대

 

        어찌하여 진()나라는 허락하시고

        왜 노() 나라는 안 된다는 것이옵니까?

        허 어, () 나라에도 허락한 바가 없도다.

 

()나라만 편애하는 것으로 오해한 노혜공(魯惠公)은 보란 듯이

왕실에 버금가는 천제(天祭)를 올리고야 말았다.

 

        왕실이 서주인 호경(鎬京)에 있을 때는 관할(管轄)하는 땅이

        넓었으므로 들어오는 세수(稅收) 만으로도 왕실군()을

        운용하며  제후국을 충분히 제어할 수 있었으나

 

        서주 지역을 모두 진() 나라에 주고 난 후 부터는

        각 제후국에서 보내오는 공물에만 의존하다 보니,

 

        왕실을 지키기도 부족한 경비부대만을 운용하게 되며

        아무런 힘을 쓸 수 없었으므로, 이제는 제후들로부터

        무시를 당하는 일이 계속 벌어진다.

 

36 . 옆 나라를 잡아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