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8 화. 삼로의 근왕 군이 오는가.
제 28 화. 삼로의 근왕 군이 오는가.
신후(申侯)는 견융(犬戎)의 장수중에 우선봉 패정(孛丁)이 제일
용감하고, 무예가 특출한 자라는 걸 알게 되었던바, 그간에
모아둔 금은보석과 많은 비단을 가지고, 패정(孛丁)이 직접
견융(犬戎) 땅을 다녀오게 하면서 격리시켰다.
무예가 특출한 장수 패정(孛丁)이 많은 탈취 품을
모두 싣고, 호경(鎬京)에서 떠나게 만들었으므로
남아있는 견융(犬戎)의 전력은 많이 약화 되었다
신후(申侯)는 견융반(犬戎班)에게 매일 밤, 좋은 술과 어여쁜
여자를 들여보내며, 주색(酒色)에 푹 빠지게 하면서, 호경(鎬京)
성의 경비를 등한시하게 만드는 일에 열중하였다.
또한, 정(鄭) 나라에 정백(鄭伯) 우(友)가 견융(犬戎)의 무수한
화살에 죽었다는 애통한 사실을 정(鄭) 나라에 통보해 주자,
그 아들 굴돌(掘突)은 깜짝 놀라면서 울분을 터트렸다.
견융(犬戎) 놈들! 저 오랑캐 놈들이
내 아버지를 죽였단 말이더냐!
우리 정군(鄭軍)은 모두 서둘러라!
내 아버지 우(友)의 원수를 갚아야 한다.
아들 굴돌(掘突)은 23세에 8척의 장신이면서, 힘도 장사였으므로,
아버지의 원수를 갚겠다며 하얀 상복으로 갈아입고, 병거(兵車)
300승과 5000의 군사를 이끌고는 즉각적으로 맨 먼저 달려왔다.
이때 정군(鄭軍)이 쳐들어오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견융반(犬戎班)은
만야속(滿也速)과 의논하며, 어떤 방어 계획을 세웠다.
굴돌(掘突) 세자님. 저 성(城)이 호경(鎬京) 입니다.
성(城)안이 왜 저리 조용한 것인가?
성벽의 깃발도 경비병도 보이지 않는구나!
지금 경비가 허술할 때 쳐들어가자!
잠시 만요! 공자(公子) 성(成) 이옵니다.
군사들이 여기까지 밤새 오느라 많이 지쳐있습니다.
괜찮다. 우리 정군은 정예병들이다.
이깟 피로에 지치질 않는다!
저길 보십시오? 저들은 성벽 밑에 해자(垓字)를
깊이 파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저들의 유인 작전에 걸려선 아니 됩니다!
잠시 기다리다가 제후군(諸侯軍)이 다 모이면
그때 함께 공격하여야 좋을 것입니다.
저깟 오랑캐 놈들에게 겁낼 것 없도다!
우리의 사기가 올라 있을 때 기회를 잡아야 한다!
저 오랑캐들은 교만에 빠져 방심하고 있다.
허름할 때 기습적으로 공격하면 이길 수 있다.
부친의 원수를 갚으려는 급한 생각에, 굴돌은 공자 성의 말에 귀를
기울일 마음의 여유가 없어, 그의 말을 물리치며 큰 소리로 말했다.
아니요. 급히 서두르면 아니 됩니다!
세자님, 천천히 공격해도 늦지 않습니다.
굴돌(掘突)이 호경(鎬京) 성벽 가까이 다가가 성안의 견융(犬戎)을
향하여 고함지르며,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야. 이, 개돼지보다 못한 오랑캐 놈들아!
빨리 도망가지 않고 무얼 하느냐?
어, 아무런 반응이 없구나.
저 안에 아무도 없는 거 같다.
경비가 허술할 때 공격해야겠다.
자. 모두 공격하라!
굴돌(掘突)의 군사들이 총공격하며, 성벽을 막 기어오르려 하자,
뒤쪽 숲속에서 갑자기 우렁찬 북소리가 울리면서, 깃발들이
솟아오르며 만야속(滿也速)과 용사들이 뛰어나와 덤벼들었다.
그때 또, 성문이 열리면서 성안의 견융(犬戎)이 뛰쳐나와 앞뒤에서
맹공격을 퍼붓게 되자, 당황한 굴돌(掘突)은 앞뒤로 공격하는
견융(犬戎)에게 견디지 못하여 싸움에서 크게 패했다.
후퇴하라! 어서. 후퇴하라!
어서 빨리 모두 후퇴하라!
정군(鄭軍)과 함께 굴돌(掘突)은 겨우 30여 리나 후퇴하여 겨우
정신을 차리게 되자, 공자 성(成)을 돌아보며 이렇게 이야기한다.
공자 성(成)의 말을 듣지 않다가 낭패를 당하였소!
지금부터 어찌하면 좋겠소?
세자, 이곳은 복양(濮陽)과 멀지 않습니다.
복양(濮陽)은 복수(濮水)의 북쪽 강으로
황하(黃河)의 지류(支流)에 속한 곳입니다.
앞으로 100여 리만 가시면 복양(濮陽)이 나오며
복양(濮陽)은 위후(衛侯)가 계시는 곳입니다.
위후(衛侯)는 나이가 많으시나, 성실하시고
사려가 깊은 분이시니, 잠시 의탁하였다가
함께 움직이시면 어떠실는지요?
그 말이 좋소! 위후(衛侯)에게 갑시다!
굴돌(掘突)이 이틀을 걷고 있는데, 앞에서 누렇고 뽀얀 먼지가
일어나며, 무수한 병거(兵車) 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많은
군사와 함께 다가오는 한 떼의 무리를 만나게 되어 멈추게 된다.
금포(錦袍)에 금대(金帶)를 두른 푸른 듯 하얀 얼굴에 하얀
머리칼을 휘날리며, 마치 신선과 같은 한 노인이 앞으로 다가와
굴돌(掘突)과 정군(鄭軍)을 쳐다보면서 힘차게 고함을 지른다.
그대들은 누구이기에 이리로 오고 있소?
저희는 정(鄭) 나라 군사들이옵니다!
정(鄭) 나라 세자 굴돌(掘突) 인사 올립니다.
호경(鎬京)으로 가지 않고 왜 이리로 오는 것이오?
견융(犬戎)에게 폐하여 위후(衛侯)께 가고 있습니다.
잘 왔소. 내가 위후(衛侯) 요!
견융(犬戎)이 그렇게 강맹(強猛) 하오?
그렇습니다. 생각보다 용맹(勇猛)합니다!
굴돌(掘突)은 위후(衛侯)에게 그간에 있었던 일을 자세히 설명하고
발길을 돌려, 위후(衛侯)와 함께 호경(鎬京)으로 향하였다.
굴돌(掘突)은 이제 마음 놓으시오!
진(晉)과 진(秦)도 곧 당도한다니,
함께 오랑캐를 섬멸시키며 근왕(勤王) 합시다!
위군(衛軍)와 정군(鄭軍)이 호경(鎬京) 가까이 20리쯤에 도착하게
되자, 진(晉)과 진(秦)도 곧 도착한다는 보고를 다시 받게 되며,
두 나라와 다 함께 호경(鎬京) 성 앞에서 진채(陣寨)를 세운다.
근왕군(勤王軍)의 진채는 진(晉), 진(秦). 위(衛), 정(鄭)의 4개국
깃발이 펄럭이게 되며, 함께 모여 전략회의에 들어가게 된다.
이 젊은이는 누굽니까?
예, 정(鄭) 나라 세자 굴돌(掘突)이 인사 올립니다!
이 노부(老夫)는 나이가 많은 위후(衛侯) 요!
두 군후(君侯)가 많은 군사를 이끌고 왔으니
이제 이긴 거나 다름없소이다.
우리는 의(義)로써 근왕군(勤王軍)이 된 것이오!
자, 이제 하루속히 오랑캐를 물리칩시다!
소주공(小周公) 훤(咺)은 내 말을 들으시오?
4개국의 근왕군이 성을 공격하기 시작하면
우리는 성문을 열고 내응하기로 합시다!
한편 도성 안에 있던 신후는 근왕군(勤王軍)이 당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마음속으로 대단히 기뻐하면서, 그 즉시 소주공(小周公)
훤(咺)과 비밀리에 만나 상의해 놨다. 이때 호경(鎬京) 성 밖에서는
위후(衛侯)의 영채(令寨)에 모두 모여 공격 계획을 짜고 있었다.
신은 서로(西路)에 있는 진(秦)의 영개(贏開) 요!
우리 진(秦)나라는 왕실에 딸린 부용국(附庸國)에
지나지 않으나,
누가 무어라 해도 이번에 우리 진군(秦軍)이
반드시 선봉에 서야 하겠소이다!
우리 진군(秦軍)은 항상 융족(戎族)과 끊임없이
싸워 왔기에 오랑캐의 수법을 잘 알고 있소이다!
좋소. 나 진(晉) 나라의 희구(姫仇) 요!
진군(秦軍)이 선봉(先鋒)에 서는 걸 찬성하오!
우리 진군(秦軍)은 전장(戰場)에 도착하게 되면,
우리는 우선 이삼일 쉰 후에 공격하였었소이다.
오랑캐들은 그렇게 짐작하고,
오늘 밤은 편히 쉬고 있을 것이 분명하므로
오늘 밤에 공격하려고 합니다!
아니, 오늘 한밤중에 총공격하자니 요?
도착하자마자 너무 빠르지 않소이까?
오랑캐들은 틀림없이 내일 이른 아침에 쳐들어올
계획을 세우며 오늘 밤은 일찍 푹 잠을 잘 겁니다.
그걸 어떻게 아오?
견융반(犬戎班)의 수법을 짐작하고 있소이다!
그렇다면 그도 좋은 계략이오!
우리는 동, 남, 북으로 일시에 공격하고
서문(西門) 쪽은 도망가도록 비워 놓읍시다.
정(鄭) 나라 세자 굴돌(掘突)은 서쪽의 성문(城門)을
열고 나오는 오랑캐를 섬멸(殲滅)시켜주기 바라오.
신후(申侯)에게서 연락이 왔었소이까?
우리가 성을 공격하면 성문을 열어주겠답니다!
좋소. 군사들을 일찍 배불리 먹도록 해주고,
잠시 쉬었다가 자시(子時; 밤 11시부터 새벽 01시)가
끝날 무렵에 일시에 조용히 성문 안으로 들어갑시다.
이때 견융반(犬戎班)은 좌선봉장 만야속(滿也速)과 진지를 돌아보고
난 후 술을 따르면서 느긋하게 생각을 하며 이야길 나누고 있다.
제후군(諸侯軍) 들이 이제 도착하였으니
먼 길 오느라 고생하였고, 진채(陣寨)까지 세웠으니
오늘 밤은 곯아떨어질 겁니다.
저자들은 보통 이삼일 푹 쉬다가
천천히 준비하여 공격해 올 것이오.
우리 용사들에게 일찍이 잠을 푹 자게 하여,
내일 이른 새벽에 재빠르게 공격을 해버립시다.
좋소. 자 이 술잔을 받으시오.
제 29 화. 의구를 천자로 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