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7 화. 포사, 눈물 흘리는가.
10. 서주 시대의 마감
제 27 화. 포사, 눈물 흘리는가.
산악을 누비던 견융반(犬戎班) 또한 포사(褒似)를 너무나 좋아하게
되면서, 어지간한 일은 모두 만야속(滿也速)에게 맡겨 버리고,
포사(褒似) 만을 끼고서는 밤낮으로 잠만 자려고 하였다.
흐흐. 여자란 참으로 알 수 없는 거야?
이렇게 맛이 좋은 여자가 다 있었다니.
태어나 처음 만나는 여자로구나!
이렇게 완숙(完熟)된 여자를 만나다니
어 후. 좋고! 좋도다!
포사(褒似)는 견융반(犬戎班)의 우악스러운 힘에 노리개가 되어,
밤낮으로 시달리면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날이 많아졌다.
어느 날 포사(褒似)는 지쳐 눈물 흘리다가, 견융반(犬戎班)이
잠시 나간 틈을 이용해 급히 목을 매며 자결하고 말았다.
그때가 유왕(幽王)의 재위 11년이었으며 기원전 771년이다.
포사의 눈물
태어남이 나의 뜻이었나요.
여자로 태어난 것이 나의 바람이었나요.
어찌 태어난 것을 두고 말할 수 있겠는가.
이 모두 태어난 운명인 것을.
아름다움이 무슨 죄인가요.
아름다움은 하늘이 내려주신 일 일진데
어찌 나의 죄가 된다고 하시나요.
여자의 아름다움은 그저 남자를 홀리는
것일 뿐이지 죄는 아닐 것이다.
아름다움을 사랑받은 것이 무슨 죄인가요.
왜 아름다움을 사랑한 사람의 잘못을
어찌 나에게 탓하려 하시나요.
어찌 너의 아름다움을 탓할 수가 있으랴.
다만 보는 이의 마음을 설레게 하여,
아름다움에 빠져 버려 넋을 잃게 만드니
매사에 게을러지면서, 좋은 일에도 정성을
다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겠느냐.
이에서 더 나아가 너의 아름다움이
만백성에게 큰 피해를 주게 되니
너의 아름다움과 이를 탐하는 자를
어찌 탓하지 아니할 수 있겠느냐.
아름다운 사랑은 탓하지 않는다마는
그러나 아름다운 사랑에 따르는 피해가
백성을 도탄에 빠트려 나라를 어지럽힌다면,
이는 큰 죄가 될 것이니라.
나의 잘못이라고 말하지 마세요.
여자로 태어난 나를 너무 탓하지 마세요.
나는 외롭게 태어난 여자로 주어진 환경에서
할 도릴 다하며 열심히 살아왔을 뿐이어요.
나를 사랑한 사람의 모든 잘못을
모두 나에게 씌우시다니요.
나는 아무 잘못이 없어요.
내 아이는 무슨 잘못으로 죽어야 하나요.
그래 어린아이는 죽어야 할 잘못이 없도다.
다만, 자식은 부모를 따라가느니라.
부모가 건강한 인덕으로 씨를 뿌렸더라도
때론 나쁜 해충을 만나 죽을 수도 있지만
그릇된 씨앗은 싹은 틔웠으나
제대로 자라지 못하며 시드는 경우가 많으니라.
너무나 억울해요.
세상을 이렇게 허무하게 살다 가라니요,
세상을 이렇게 떠나야 한다니요.
이 서러운 한을 어떻게 가지고 가야 하나요.
용(龍)의 침으로 40년 만에 태어난 포사(褒似)는 유왕을 홀려
왕비와 세자와 온 백성들에게 온갖 불행한 일만을 저질렀으며,
많은 우여곡절(迂餘曲折)을 겪게 하면서, 결국 나라를 망하게
하고는 스스로 자결하여 이승을 떠나고 말았다.
뭐, 뭐라 하였느냐?
포사(褒似)가 죽었다고 하였느냐?
그렇습니다. 목을 매 자결하였습니다.
에 키! 이놈아. 너는 무얼 하고 있었느냐!
견융반(犬戎班)은 포사(褒似)가 목을 매 자결하였다는 보고를
받자마자,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군막을 지키던 용사를 단칼에
베여버리고, 한동안 멍하게 서서 죽은 포사를 그리워하였다.
견융반은 매일 꿀 같은 잠자리를 하여주었던 포사(褒似)가 별안간
자결해버리자, 크게 충격을 받아 의욕을 잃고 멍하게 있는 걸
보다 못한 만야속(滿也速)이 성안의 어여쁜 여인을 골라온다.
여기. 호경(鎬京)의 미인을 대령하였습니다.
포사(褒似)를 닮았는가 어디 보자!
그렇지, 얼굴로 봐선 모르지?
잠자리를 해봐야 알겠노라!
아, 포사(褒似) 만 한 여자가 없구나?
아 아. 정말로 없구나! 정말 없어?
죽은 포사가 살아있는 나를 애타게 하는구나.
견융반이 죽은 포사를 몹시 그리워하자, 부하들이 호경(鎬京)의
여인을 골라 받히니, 견융반은 매일 술로 밤을 새우게 되었다.
견융 놈들. 왜. 안 가고 저러고 있느냐?
견융반은 죽은 포사에 미쳐있고
견융반의 용사들은 미녀를 거둬들이면서
부녀자를 희롱하기에 바쁩니다!
포사의 그림자가 정말 대단하구나?
죽어서까지 사내를 미치게 하는구나?
견융반과 견융은 은 주유왕을 잡아 죽인 일에 큰 전공을 세운 쾌거로
생각하며, 호경(鎬京)의 민가에 돌아다니면서, 부녀자들을 희롱하고
약탈을 일삼았으며, 돌아갈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신후(申侯)는 사고(司庫)가 텅텅 비어있으므로, 할 수 없이 신(申)
나라에서 황금과 비단을 실어와 견융에게 돌아갈 것을 종용한다.
그동안 고생이 많았소이다.
조촐하나 맛있게들 들어주시오?
이것들은 모두 신(申)나라에서 싣고 왔소!
견융반! 내 말을 들어보시오?
이제 왕실도 평정되었으니,
이 황금과 비단을 가지고 돌아들 가시오?
신후(申侯)께서는 뭘 그리 걱정하십니까?
주(周) 나라가 이제 평정(平靜)되었는데,
인제 와서 바쁠 게 뭐가 있겠소?
내 알아서 돌아가게 하겠소!
견융(犬戎)이 떠나지 않으면서 계속 행패가 심해지자. 호경(鎬京)의
백성들은 모두가 신후(申侯)를 원망하기 시작했다.
이에 신후는 궁리 끝에 삼로의 세 제후에게 밀서(密書)를 세통을
보내, 군사를 이끌고 출정하여 왕실을 구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신이 삼가 어려움을 요청하니
삼로(三路)의 제후들은 들어주시오!
유왕(幽王)의 못된 버릇을 고치고자,
견융(犬戎)을 끌어드린 것을 먼저 용서해 주시 오!
나의 뜻이 본의와 달리 유왕(幽王)을 죽게 하였으며,
견융(犬戎)은 매일같이 심한 행패를 부리고 있소!
지금 호경(鎬京) 성안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말았소.
호경(鎬京) 성민에게 많은 원망을 듣고 있는 바이요!
이들이 돌아가지 않으면서, 호경(鎬京) 성내의
부녀자를 희롱하고 약탈을 일삼는 바이니,
각 제후는 하루속히 호경(鎬京)에 진입하여
주(周) 나라 왕실을 평정하여 주기 바라오!
신후(申侯)는 가까우면서 군사가 많은 세 나라의 제후에게 밀서를
보내면서, 하루빨리 거병하여 줄 것을 촉구하며 하소연하였다.
북로(北路)의 진후(晉侯) 희구(姫仇) 와
동로(東路)의 위후(衛侯) 희화(姫和) 와
서로(西路)의 진군(秦君) 영개(贏開) 와
정(鄭) 나라에는 특별한 내용을 적어 보내면서,
더불어 신속히 거병할 것을 종용하였다.
신후(申侯)는 삼로(三路)의 제후국이 근왕군(勤王軍)을 출발시킨다는
보고를 받게 되자, 겨우 안심하며 미리 대비할 일을 준비한다.
견융반(犬戎班)은 어디 있소?
왜 그러시오?
내가 좋은 술과 여자를 보내줄까 하오!
신후(申侯)께서 웬일로 고마운 말씀을 하십니까?
견융반(犬戎班)! 기왕 노는 거 실컷 놀아보시오!
허 어, 놀리시는 겁니까?
허허. 여하튼 견융반(犬戎班) 고생이 많소이다.
지금은 잘 쉬고 있겠으나
지방에 있는 제후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오!
왜 제후들로부터 무슨 기별이 있었소?
그런 건 아니나, 제후들이 구경만 하고 있겠소?
제후들이 몰려오면 전쟁이 벌어질 터인데
빨리빨리 알아서 돌아들 가던가?
그렇잖으면 준비를 잘하여야 할 것이오!
그동안 모아놓은 보물과 비단과 좋은 물건들이
내가 알기로는 그 양이 제법 많을 터인데?
잘못하다간 제후 군에게 빼앗길지도 모르오!
견융 나라로 옮겨놓는 게 좋을 거요?
견융으로 옮길 때 많은 수레로 가다가
제후군(諸侯軍)을 만날지 모르겠소이다!
제일 용감한 패정(孛丁) 장수를 보내는 게 나을 거요!
허 허. 생각해 주시어 고맙소이다.
알겠소! 그럼 장수 패정(孛丁)을 먼저 보내겠소!
제 28 화. 삼로의 근왕 군이 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