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001∼100회)

제 21 화. 천하 절색이라 불릴만 하구나.

서 휴 2023. 4. 22. 14:51

제 21 화. 천하 절색이라 불릴만 하구나.

 

       신. 기산(崎山)의 읍제(邑帝)이옵니다.

       기산(崎山)의 사태에 관해 상소문을 올리나이다.

 

       세 강이 모두 마르고, 기산(崎山)이 크게 무너져

       수백의 가옥이 흙더미에 묻혀버렸으며

       많은 사람이 죽고 있는바 어찌하면 좋겠나이까?

 

       허허, 천재지변은 어디나 일어날 수 있는 거다!

       읍제(邑帝)가 알아서 해야지 나라가 어쩌겠느냐?

 

       신 대부 조숙대(趙叔帶) 이옵니다.

       백성들의 집이 흙더미에 묻히고

       그에 따라 백성 수백 명이 죽고 있으므로,

       마땅히 대책을 강구 하시어 보살펴 주어야 하옵니다.

 

       어 휴, 복잡한 건 경들이 알아서 하시오!

       주상, 마땅히 예산이 있어야 하옵니다?

       내 참. 예산도 경들이 알아서 하시오!

 

       주상, 나라는 반드시 산천에 의지하여 세워집니다. 

       주상, 강물의 근원이 또 막혔으니

       이제 산도 무너지게 된 것이옵니다.

 

       주상, 산이 무너지고 강물이 마르는 것은

       망국의 징조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이옵니다.


       주상, 예전에 이수(伊水)와 낙수(洛水)가 마르자

       하(夏)나라가 망했고, 황하(黃河)가 마르자

       상(商) 나라가 망했습니다.


       지금 주(周)나라가 하(夏), 상(商)의 말기와 같사옵니다. 

       조숙대(趙叔帶)는 무슨 말을 그리 심하게 하는가?

 

       왕이시여, 신. 괵석보(虢石甫) 이옵니다.

       이미 도읍을 호경(鎬京)으로 옮긴 지 오래되었사옵니다.

       기산(崎山)은 도읍이 아니며, 이제는 버려진 곳입니다.

 

       이를 알고 있으면서, 주상을 비방하고 있는바

       조숙대(趙叔帶)의 의도를 자세히 살피시옵소서?

 

       으흠, 조숙대(趙叔帶)가 못된 생각을 하고 있구나

       허허, 나라가 망하다니 해서 될 말인가 ? 

 

       그렇도다! 괵석보(虢石甫)의 말이 옳도다!

       저자, 대부 조숙대(趙叔帶)를 면직시켜버려라.!

 

주유왕의 말을 듣고 나오는 조숙대(趙叔帶)는 크게 탄식하면서

더 호경(鎬京)에 살았다가는 큰 재앙을 받겠다면서, 집안 식솔들을

모두 이끌고 황하를 건너가며, 진(晉) 나라로 떠나버렸다.

 

       조숙대(趙叔帶)는 진(晉) 나라에 옮겨가 살게 되면서,

       조씨(趙氏)의 시조가 되었으며, 그 후예에서

       현명하기로 이름난 조쇠(趙衰), 조돈(趙盾) 형제가

       장차 진문공(晉文公)을 따라가며 보필하게 된다.

 

       또한, 나중의 먼 훗날에, 그 자손이 조(趙)나라를 일으켜

       한(韓), 위(魏) 두 종족과 진(晉) 나라를 삼분하여 가지게 된다.

 

그때 늙은 대부 유포(有褒)는 평소 믿고 지내던 조숙대(趙叔帶)가

충간(忠諫)을 올리다가 쫓겨나 왕성을 떠났다는 말을 듣고는,

깜짝 놀라면서 황급히 입조(入朝)하여 강렬하게 충언하였다.

 

       왕이시여! 신 유포(有褒) 이옵니다!

       왕이시여! 정사(政事)를 올바로 살피셔야 하옵니다!

 

       하늘의 변고(變故)를 두려워하지 않으시고,

       그나마 남은 어진 신하를 내쫓으시니,

       이제 사직을 보존 못 할까 몹시 두렵사옵니다!

 

       뭐라고, 사직이 어떻다고 하였느냐?

       저 늙은이가 조숙대(趙叔帶)와 똑같은 말을 하는구나!

 

       반역이라도 하겠다는 것이냐? 아주 괘씸한 자로다!

       저 늙은이를 어서 깊은 옥(獄)에 가두어라.!

 

조숙대(趙叔帶)의 뒤를 이어 대부 유포(有褒)가 충언하다가 옥에

갇히게 되었다는 소문이 퍼져나가자, 이로부터 누구도 간언하지

않게 되면서, 조정에는 언로가 막혀버리고 말았다.

 

이에 충성스러운 현인과 호걸들이 조례에 참석하지 않게 되며

또한, 하나둘씩 연고가 있는 제후국으로 알아서 떠나가게 되니,

조정의 조당(朝堂)에는 충신이 더 남아 있지 않게 된다.

 

       유포(有褒)의 집안은 난리가 났다.

       옳은 소리를 하지 말라며, 부인이 그리도 말렸건만,

       기어이 충간(忠諫)하다 옥(獄)에 갇히고 만 것이다.

 

유포(有褒)가 옥(獄)에 갇히게 되자, 그의 부인은 눈물로 밤을

새우게 되며, 매일같이 이를 보게 된 아들 홍덕(弘德)은 어떻게

해서든, 아버지 유포(有褒)를 옥(獄)에서 빼낼 생각을 하게 된다.

 

       갓난아기가 너무 배고파 울고 있습니다.

       제발 아이에게 젖 좀 주십시오!

 

       아이고. 가엾어라.!

       아이고, 젖을 마구 빠는구나!

       쯔쯔. 얼마나 배가 고팠을까?

 

       호호, 아니 여자아이잖아요?

       남자가 갓난아기를 어떻게 키울 수 있겠어요?

       더구나, 여자아이가 아니에요?

 

       포씨(褒氏) 집 마님이 계집아이를 갖고 싶다던데.

       그 집엔 아들만 다섯이에요!

 

       포씨(褒氏) 집에 어린 아기를 주시지요?

       포씨(褒氏) 집에 내가 말해볼까요?

 

활과 화살집을 잘 만드는 장인(匠人) 남자는 더는 키울 수 없다는

걸 이미 깨닫고 있었으므로, 포씨(褒氏) 집 마님에게서 비단(緋緞)

세필을 받고, 갓난아기를 넘기고는 살던 곳으로 떠나가 버렸다.

 

포씨(褒氏) 집에 넘겨진 갓난아기는 포사(褒姒)라는 이름을 갖게

되며, 용(龍)의 정기(精氣)를 받아서인지, 잔병 없이 잘 자란다.

 

       알나리깔나리. 알나리깔나리

       주어서 왔데요. 주워 왔데요.

 

       비단 받고 팔려 왔데요.

       비단 주고 사서 왔데요.

       알나리깔나리. 알나리깔나리

 

       엄마. 내가 주워온 아이예요 ?

       비단(緋緞) 주고 사 온 아이예요 ?

 

       누가 그러더냐? 아주 고얀 놈들이구나!

       너는 내 뱃속에서 힘들게 나온 아이야!

 

       고놈들 내가 아주 혼을 내주마!

       포사(褒姒) 야, 이제 울지 마라!

 

포사(褒姒)는 영특(英特)하고 총명(聰明)하여, 오빠들이 공부하는걸

곁눈질로 다 배워 깨우쳤으며, 한번 본 것은 절대 잊지 않았지만

다만, 고집이 하도 세어 마음먹은 것은 모두 다 관철하려 하였다.

 

       나는 주어 온 아이가 맞나 봐?

       비단(緋緞)을 주고받은 아이가 맞나 봐?

 

포사(褒姒)는 사춘기를 맞이하며, 동내 아이들이 놀리고, 오빠들

마저 은연중에 내뱉는 말과 자기의 생김새나 목소리로 보아,

형제들과 닮지 않았다는 걸 깨달으면서 짐작하여 알게 되었다.

 

이에 삐뚤어진 생각을 가지며 말수가 적어지지만, 미모만큼은

너무나 어여쁘게 빼어나, 보는 사람마다 감탄하게 했다.

 

       어유. 너무나 어여쁘구먼!

       저 아이가 누구네 집 딸이야?

       포씨(褒氏) 집 막내딸이지. 뭐!

 

포사(褒姒)는 자라면서 보는 사람마다 감탄할 정도의 아리따운

처녀가 되었으며, 너무나 어여쁘다는 소문이 널리 퍼져나갔다.

 

       유포(有褒)가 옥(獄)에 갇힌 지 벌써 3년이나 되었다.

       유포(有褒)의 집안은 포(褒) 땅에 많은 농지를 가지고 있어,

       가을이 되면, 아들 홍덕(弘德)이 가을걷이를 점검하려

       매년 포(褒) 땅에 가게 된다.

 

홍덕(弘德)은 포사(褒姒)의 소문을 듣게 되자, 몹시 궁금해져 

찾아가게 된다. 그는 포사(褒姒)의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보자마자, 

너무나 감탄하면서 머리를 굴리기 시작한다.

 

       비록 차림은 시골 처녀이지만,

       타고난 국색(國色)의 자태는 숨길 수가 없구나!

 

       어찌 이리 궁벽한 시골구석에 어떻게 저런

       천하절색(天下絶色)이 살고 있었더란 말이냐?

 

       부친이 호경(鎬京) 옥에서 삼 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석방되지 않으니 어찌하면 좋겠는가?

 

       그렇다, 저 처녀를 사서 왕에게 바칠 수만 있다면,

       부친께서 풀려나올 수 있지 않겠는가?

 

홍덕(弘德)은 곧바로 자기네 집사에게 이야기하여, 포사(褒姒)의

집안과 나이를 확실하게 알아본 후에 집으로 돌아왔다.

 

       어머님. 아버님을 살려낼 좋은 수 있습니다!

       그래! 그게 무어냐? 어서 말해보아라.!

 

       포(褒) 땅에 포사(褒姒) 라는 처녀가 있사온데

       얼마나 어여쁘던지 누구나 한번 보기만 하면

       가슴이 설레지면서 반해버리고 맙니다.

 

       호, 그렇게 어여쁘단 말이지?

       몇 살이나 되었다고 하더냐?

       올해 열일곱으로 시집갈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래. 어떻게 하려는 것이냐?

       포사(褒姒)를 유왕(幽王)에게 받히면

       아버님을 빼낼 수 있을 것 같사옵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겠냐?

       염려 마십시오. 소자가 해내겠습니다.

 

       아들아, 그리만 된다면 어찌 재화를 아끼겠느냐?

       어서 그 집에 가서 포사를 데려오도록 해라!

 

어머니의 승낙을 받은 홍덕(弘德)은, 포(褒) 땅의 포씨(褒氏) 집과

잘 교섭하여, 비단(緋緞) 300필을 주고 포사(褒姒)를 데려간다.

 

       비단(緋緞) 300필이라면 ?  쉽게 나락

       300가마 이상의 값이 될 것이므로,

       그 당시의 가치로 보아 엄청나게 큰 금액이다.

 

제 22 화. 포사, 비단 찢는 소리가 좋은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