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 열국지( 001∼94회 )

제 31 화. 의구를 천자로 세운다.

서 휴 2023. 3. 19. 16:26

  10. 서주 시대의 마감

 

31 . 의구를 천자로 세운다.

 

이때 견융반(犬戎班)은 좌선봉장 만야속(滿也速)과 진지를 돌아보고

난 후 술을 따르면서 느긋하게 생각을 하며 이야길 나누게 된다.

 

       제후군(諸侯軍) 들이 이제 도착하였으니

       먼 길 오느라 고생하였고, 진채(陣寨)까지 세웠으니

       오늘 밤은 곯아떨어질 겁니다

 

       저자들은 보통 이삼일 푹 쉬다가

       천천히 충분히 준비하여 공격해 올 것이오

 

       우리 용사들에게 일찍이 잠을 푹 자게 하여,

       내일 이른 새벽에 재빠르게 공격을 해버립시다

       좋소. 자 이 술잔을 받도록 하시오

 

견융반(犬戎班)은 제후군의 습관을 잘 아는지라, 용사들을 푹 자게

하여, 내일 이른 새벽에 재빠르게 공격하기로 계획을 세워놓는다.

 

       아니 이거 무슨 소리냐

       견융반(犬戎班) ,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이냐

       제후군(諸侯軍)이 총공격하고 있습니다.

 

       아니, 저런, 큰일 났구나.!

       아니, 저놈들은 잠도 안 자고

       한밤중에 쳐들어온단 말이더냐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느냐?

       제후군(諸侯軍)이 성문을 열고 들어와

       우리 견융(犬戎)을 닥치는 대로 죽이고 있습니다.

 

       아니, 그사이에 성문을 열었단 말이냐

       이거 큰일 났구나!

 

진군(秦軍)은 견융(犬戎)이 예상치 못한 한밤중에 신후(申侯)

열어준 동문으로 들어가자, 뒤따라 진군(晉軍)과 위군(衛軍)

성안으로 들어왔으며, 다 함께 총공격을 펴게 되니, 견융의

용사들은 쓰러지며 짓밟히기 시작한다.

 

견융반(犬戎班)과 만야속(滿也速)은 흩어져 우왕좌왕하는 용사들을

불러 모으며,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도망가기에 바빠졌다.

 

       서문 쪽이 비어있단다

       서문 쪽으로 탈출하라

 

       오냐. 서문은 내가 지키고 있도다

       좋다. 어서들 나오너라.

       이 굴돌(掘突)이 내 아버지의 원수를 갚아주마

 

       아니, 저 키 큰 장수가 누구인가

       며칠 전에 싸우다 패하여 달아난

       정() 나라 세자 굴돌(掘突)이라는 자입니다.

 

       견융반(犬戎班)께서는 염려치 마십시오

       이 만야속(滿也速)이 싸우는 사이에

       견융(犬戎) 땅 방향으로 달아나시면 됩니다

 

굴돌(掘突)과 정군(鄭軍)은 견융(犬戎)의 너무 많은 목을 치다가

지쳐버렸으므로, 뒤쫓을 생각도 못 하고 성안으로 들어갔다.

()의 영개(贏開)의 계책으로 한순간에 견융(犬戎)을 무찔렀다.

 

       그간 고생들이 많으셨소이다

       조촐한 연회에 참석해주시어 감사합니다.

 

       이렇게 왕실을 도와주시어 고맙습니다.

       신후(申侯)께서도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자, 다 같이 술잔을 듭시다

 

신후가 크게 연회를 베풀어, 제후들이 융숭하게 대접받고 있을

그때, 제일 나이가 많은 위() 나라 군주 희화(姫和)가 일어선다.

 

       나. () 나라 희화(姫和) 외다

       우리의 왕은 죽고, 나라가 망했는데

       신하 된 자로 어찌 음주를 즐길 수 있겠소이까

 

       나라에는 하루도 왕이 없어선 아니 되오

       세자가 신나라에 계시다 하니,

       빨리 모셔와 보위에 오르게 하여야 합니다

 

       제후들의 생각은 어떠시오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자, 표장(表章)을 작성하여 나이가 많은

       사람부터 순서대로 서명합시다.

 

       소신. 굴돌(掘突) 입니다

       이번에 공을 세우지 못한바 부친을 대신하여

       세자를 모셔오는 사도(司徒)의 예를 지키려 합니다.

 

       정() 나라 세자의 뜻이 가상(嘉尙)하오

       자, 다 같이 세자를 모시러 갑시다

 

       호경(鎬京)을 비워 놓을 수는 없소이다.

       그렇다면 우리 위군(衛軍)을 데려가시오.

       아닙니다. 우리 정() 나라 군사만으로도 족합니다.

 

       아니요. 아무래도 사정을 잘 아는

       우리 신() 나라의 병거(兵車) 200승을 내드리겠으니

       왕실의 위세를 갖추면서 모셔오시오

 

       알겠습니다. 내일 이른 새벽에 떠나가겠습니다.

       수고스럽더라도 잘 모시고 오시요.

 

한편 세자 의구(宜臼)는 호경(鎬京) 소식을 그리워하며, 소반(小弁)

이라는 애절한 시를 지으며, 슬픔에 져져 지내고 있었다.

이시는 시경(詩經) 소아(小雅) 소민지습(小旻之什)으로 나온다.

 

몹시 궁금하던 차에, ()의 굴돌(掘突)이 찾아와 표장(表章)

올리면서, 이제까지 일어났던 일들을 상세히 알려주는 것이다.

 

       세자께서는 이 표장을 받으시옵소서

       세자께서는 떠날 채비를 빨리하시옵소서

 

       아버님이 돌아가시다니 큰 불효를 저질렀구나

       그 옛날 포사(褒似)를 조용히 쫓아냈더라면

       아 아, 이 같은 불상사를 막을 수가 있었을 터인데

 

       세자마마. 너무 슬퍼하지, 마시옵소서

       어쩔 수 없이, 다 지나간 일이 되었나이다.

 

       세자께서는 성군(聖君)이 되시어

       나라와 백성을 잘 보살펴 주시옵소서?

 

국구(國舅)인 신후(申侯)는 위(), (), ()의 제후들과

30리 밖에까지 나가 영접하였으며, 좋은 날을 택하여 길일(吉日)

되자, 세자를 법가(法駕)에 모시어 호경(鎬京) 성안으로 들어왔다.

 

       어마마마,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습니까

       세자, 너무나 반갑소

       어마마마, 너무 우시지 마세요

       세자. 너무나 감격스러워 그럽니다.

 

삼 년이나 지난 후에 호경(鎬京)의 왕궁에 들어온 의구(宜臼),

어머니 신후(申后)를 만나 왈칵 눈물이 쏟아졌으나, 감회에 젖을

겨를도 없이, 이어지는 즉위식 절차를 밟느라 바빠진다.

 

       주상. 곤룡포(袞龍袍)와 면류관(冕旒冠)

       세자께 정말 잘 어울립니다.

       주상. 성군(聖君)이 되시어야 합니다.

       어머님, 어머님의 기대에 보답하겠습니다.

 

의구(宜臼)는 신후(申后)와 같이 정전(正殿)에 들어와 탑전(塔殿)

오르자, 오른쪽의 제후들과 왼쪽에 늘어선 문무백관들이 다 같이

하례(賀禮)를 올리며, 세 번의 만세를 큰 소리로 불렀다.

 

이처럼 다 함께 진심으로 즉위를 경축하니 세자 의구(宜臼)이제

() 나라 제13대 주평왕(周平王)이라 불리게 되었다.

 

       그간 제후들의 노고를 위로하는 바이오.

       아무쪼록 여러 가지로 고맙소.

 

       앞으로도 왕실을 위하여 근왕(勤王) 하여주시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짐()은 불행히도 세자에서 폐위(廢位)가 되었었으나

       모두 구조(舅祖= 외할아버지인 신후)의 도움으로

       대업(大業)을 계승하게 되었소이다.

 

       이제 신후(申侯)의 작위를 다시 복귀시켜

       공작(公爵)으로 올려 부를 것이오

 

       주상, 아니 되옵니다.

       신은 나라를 어지럽힌 죄가 더 크옵니다.

 

       아닙니다. 잘하시려다 생긴 일입니다.

       사양치 마시고 그리하십시오

 

       주상, 상벌이 분명하지 않으면

       나라의 정사(政事)가 어지러워집니다.

 

       호경이 망했다가 다시 살아난 것은

       제후들의 충성심 때문이었습니다.

 

       허 나, 신은 견융을 잘 조절하지 못하여

       선왕께 큰 죄를 저질렀사옵니다

       하온즉, 죽어야 할 몸이 어찌 상을 받겠나이까

 

주평왕(周平王)은 신후(申侯)에게 세 번이나 권하였으나 끝까지

사양하자, 할 수 없이 작위를 후작(侯爵)에 머물게 하였다.

 

       포사(褒似) 모자는 윤리(倫理)를 저버렸으며,

       괵석보(虢石甫), 채공역(祭公易), 윤구(尹球)

       임금을 기만하여, 나라를 어지럽히다가 죽은바,

       그들의 벼슬과 재산을 모두 박탈하도록 하라!

 

       이제 위() 나라 희화(姫和)를 공작(公爵)으로 높이며

       진()의 희구(姫仇)에게는 하내(河內)의 땅을 내리노라.

 

       진()의 영개(贏開)를 백작(伯爵)으로 승작(承爵) 시켜

       이제부터는 제후(諸侯)의 반열(班列)에 서게 할 것이며

       죽은 진백(秦伯)에게 양공(襄公)이라는 시호를 내리노라.

 

       정백(鄭伯) ()는 왕을 보위하다가 죽었으니,

       우()에게 환()이란 시호(諡號)를 내리며, 그 아들

       굴돌(掘突)은 작위(爵位)를 세습(世襲) 받으며, 제사를

       지낼 수 있도록 팽전(祊田) 1000()을 내리노라.

 

       경() 들은 민심이 수습되도록, 나라 곳곳에 방()

       붙이고, 백성들의 피해를 서로 위로하고 돕도록 하라

 

팽전(祊田)은 제사 비용을 조달하기 위한 논밭을 말하는 것으로

1()는 약 30()으로 볼 수 있다, 1()100()이니

1()3000()으로 1000()이면 3백만 평이 될 것이다.

 

       양이 귀신에게 잡아먹혔다는 점괘는 기원전 782,

       선왕 46년 기미년(己未年)에 선왕이 귀신을 만나 죽은

       일을 말하고, 말이 개에게 쫓긴다는 괘는 기원전 771,

       유왕 11년 경오년(庚午年)에 견융이 쳐들어온 일을 말한다.

 

       이때에 이르러 서주가 망하고, 하늘이 정한 수명을 다하니

       역시 백양보의 점은 신통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겠다.

 

32 . 호경을 복구할 것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