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101∼200 회

제 188 화. 모진 여자를 이길 수 있으리 오.

서 휴 2022. 9. 2. 11:54

188 . 모진 여자를 이길 수 있으리 오.

 

가 말을 마치고 곧바로 물러가자, 마음이 편치 않게 된

리극里克은 늦은 밤에 혼자 후원을 산책하며 곰곰이 생각했다.

 

       시는 주군과 군 부인에게 총애받고 있다.

       저녁에 부른 노래는 필시 말하고 싶은 뜻이 있으리라.

 

이미 한밤중이 되었지만 리극里克의 마음은 몹시 답답해지자

잠자리에 들지 못하고 갑자기 종자에게 분부하였다.

 

      아무도 몰래 시를 불러오라.

      그대 시는 무슨 뜻으로 그 노래를 불렀느냐.

 

      정녕 모르고 물으시는 것이옵니까.

      주공께서는 세자 신생申生을 죽이고

      세자를 받들던 중신과 가신들마저 죽이려 합니다.

 

      세자, 뿐만 아니라.

      그 가신들까지 모조리 죽이려 한단 말이냐.

      그렇사옵니다.

 

      안 된다. 커다란 참화는 안 된다.

      참화는 꼭 막아내야 한다.

 

      군부인께서 주군의 총애를 가득 입고 있으며

      양오梁五와 동관오東關五 두 대부가 따르는바

      군 부인의 뜻을 어찌 막을 수가 있겠습니까.

 

      허 어. 참화가 일어난다면

      나는 어떻게 되겠는가.

 

      상경 나리께옵선 깊이 생각하여 보십시오.

      상경 나리께서 하시기에 달려 있습니다.

 

      그래 좋다. 나는 세자 편에도

      주공 편에도 서지 않으리라.

 

      중립을 지키신다는 것입니까.

      그래, 그리 생각하여도 좋도다.

 

리극里克이 중립을 지킨다는 시施의 말에 여희는 크게 기뻐하였다.

찜찜한 이극里克은 이른 아침에 서로 친한 대부 비정보丕鄭父

찾아가, 간밤에 있었던 시의 이야기를 가지고 상의하러 갔다.

 

       어젯밤에 시, 자가 나에게 말하기를

       주군께서 세자를 죽이고 해제를 세울 거라 하였소.

 

      에게 무어라 대답하셨소.

      나는 중립을 지킨다, 하였소이다.

 

      허 어, 이거 이제 큰일 났습니다.

      세자를 지켜줄 사람은 그대 이극里克 장수뿐인데

      이제 세자가 위태롭게 되겠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여희 일당을 믿지 못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면서 앞으로 여희驪姬 일파에게 냉담하게

       대한다면, 차마 세자를 죽이지는 못할 겁니다.

 

       내 진작에 상의했어야 했는데 부끄럽소이다.

       지나간 일은 어쩔 수가 없지요.

       지금이라도 잘 대비를 하셔야 합니다.

 

이극里克은 크게 후회하면서, 수레를 달리다 떨어져 크게 다쳤다며

바깥출입도 하지 않으면서, 조례朝禮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군부인 임. 이극里克이 중립을 지킨다 했으니

      이제 강력하게 반대할 중신은 없습니다.

 

      이제 어찌하면 좋겠느냐.

      이제는 특별한 방법을 써야겠습니다.

 

      , 특별한 방법이 무엇이냐.

      군부인 임. 덫을 쳐놓는 것이지요.

 

      군부인 께옵서는 이리저리하시면서

      주공이 세자 신생을 믿지 못하게 만드십시오.

 

      그리고 죽기를 각오覺悟 하시고

      꼭 해내셔야만 할 일이 있습니다.

 

      그런 방법까지 써야 한단 말이지.

      할 수 없도다. 자식을 위하는 일인데,

      내 기어이 해내고 말겠노라.

 

여희驪姬는 시와 충분히 계획을 짜고 난 후에, 진헌공晉獻公

함께 한 이불 속에 들어가자, 그동안 고생하셨다며 열심히 피로를

풀어주고 나자, 본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동안 여러 번 전쟁에 나가 고생한 세자에게

      위로의 술 한 잔도 대접하지 못하였습니다.

 

      첩은 세자에게 처음으로 덕을 베풀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있사옵니다.

 

      세자를 강성絳城으로 불러올려

      간략한 연회를 베풀며 위로해줄까 하나이다.

 

      으음. 그거 잘 생각하였소.

      내 세자를 부를 테니 그리해보시오.

 

진헌공晉獻公이 여희驪姬의 말을 듣고 곡옥曲沃에 파발을 보내,

신생申生에게 강성絳城에 다녀갈 것을 통보하자, 세자를 옆에서

보좌하는 대부들이 한사코 만류하게 된다.

 

      갑자기 강성絳城에 올라오라니요.

      이는 뭔가 음모가 있을 것입니다.

      가지 마시고 타국으로 망명하십시오.

 

      죄 없이 떳떳한데, 내가 왜 가지 못하겠소.

      오히려 가지 않으면 의심을 더 살 것이오.

 

신생申生은 보좌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망설임 없이 스스로

올라왔으며, 여희驪姬는 신생申生이 강성絳城에 도착하자마자,

정성껏 연회를 베풀어 대접하였으며, 연회가 끝나자 인자한 듯이

아름답게 미소 지으며 위로의 말을 하는 것이다.

 

      세자 임, 그간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잠시 궁원宮園을 거닐면 어떠시겠습니까.

      세자께 할 말도 있고요.

 

      주공께서 세자를 보신 후에 옛날 생각이 나셨는지

      간밤에 생모이신 제강齊姜을 보았다고 하십니다.

 

      곡옥曲沃에 돌아가시면 생모께 제사를 올리시고  

      제사를 지낸 고기와 술을 주공께 올려보내시면

      주공께 큰 위로가 될 겁니다.

 

세자 신생申生은 여희驪姬가 생모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자,

금방 눈에서 이슬이 맺히며 몹시 감격스러워 하였다.

 

      군부인 마마. 너무 감격하옵니다.

      곡옥曲沃에 가자마자 제사를 올리겠습니다.

 

      군부인 마마. 조금 조심하시옵소서.

      머리에 왼 벌들이 자꾸 모여듭니다.

 

      에구머니 나. 왼 벌들이 이렇게 모여들지요.

      훠이. 훠이. 벌들 아, 저리 가거라.

 

세자 신생申生은 여희驪姬의 머리에 자꾸 다가오는 벌에게 손을

흔들며 쫓아주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이 모습을 진헌공이 보게 된다.

 

여희驪姬가 머리에 약간의 꿀을 바르고 나가, 궁원宮園에서 세자와

이야기 나눌 때, 벌들이 다가오게끔 함으로써, 이를 멀리서 보게

되면, 마치 세자가 여희를 희롱하는 것으로 오인하게 만든 것이다.

 

      여희驪姬는 궁원宮園에서 세자와 무슨 짓을 하길래

      손을 흔들며 즐거워하였는가.

 

      주공께서는 부끄러운 모습을 보시었나이까

      그래 사실대로 말하도록 하라.

 

      주공. 세자가 자꾸 희롱하여 겨우 피하였습니다.

      주공. 죽을죄를 지었사옵니다.

      부디 용서하시옵소서.

 

      어 흠. 거참, 모를 일이로다.

      세자에게 엉뚱한 그런 구석이 있었구나.

 

여희驪姬는 진헌공晉獻公과 세자 신생申生를 의심하게 만들며,

둘 사이를 자꾸 벌어지게 만드는 반면에, 신생申生은 여희驪姬

생모인 제강齊姜의 이름을 말하자, 먼저 눈물이 솟았으며, 몹시

감격하여, 곡옥曲沃으로 돌아가자, 제사를 지내고 그 고기와

술을 강성絳城으로 올려보내었다.

 

      군부인 마마. 곡옥曲沃에서

      제사 지낸 고기와 술이 올려보냈사옵니다.

 

      주공께서 며칠 후 사냥에서 돌아오신다.

      그때까지 잘 보관하여 두어라.

 

진헌공晉獻公은 양오梁五와 동관오東關五와 같이 시찰을 겸하여

사냥도 하고 돌아와서는 여희驪姬의 따뜻한 환영을 받는다.

 

      이번 순수巡狩는 즐거웠나이까.

      으흠, 그런대로 재미가 있었노라.

 

      군후君侯께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세자께서

      생모인 제강齊姜의 제사를 지내고

      며칠 전에 고기와 술을 보내왔나이다.

 

      . 그러한가. 기특한 세자로구나.

      내가 잡아 온 사슴 다리도 다 익어갈 거야.

      사슴 다리가 다 익으면 같이 먹게 하자.

 

음식을 기다리며 여희驪姬가 열흘 만에 돌아온 진헌공晉獻公에게

교태를 부리면서 아양을 떨며 상냥스럽게 이야기를 꺼낸다.

 

      군후 께서는 먼 곳을 다녀오시느라

      그간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습니까.

 

      이제 연로하셨사오니,

      그냥 세자에게 군위君位를 물려주시고,

      우리 둘이 조용히 살면 어떻겠나이까.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주공. 세자가 마음이 곱고 성실하오니

      섭섭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옵니다.

 

      세자가 마음이 곱기는 하지.

      그러나 이미 때가 늦지 않았는가.

      세자를 따르는 무리가 많기도 할 거야.

 

      . 이봐. 내가 아직도 건강健康 하잖아.

      . 어때. 이 단단한 내 팔뚝을 보아라.

 

      이번 사냥에서도 멀리 있는 커다란 사슴에게

      힘껏 활줄을 당기어 한 방에 잡았지. 어험.

 

      사슴 다리는 아직도 안 익었는가.

      . 지금 대령待令 하고 있사옵니다.

 

      이쪽은 세자께서 제사 지내시고

      올려 보내오신 술과 고기이옵니다.

 

      으음. 그래, 맛있게 보인다.

      어디 맛을 좀 볼까. 이리 가져오너라.

 

      잠깐만 기다리시옵소서. 혹시나 모르옵니다.

      고기를 개에게 던져보아라.

 

      아니. 저런 개가 뻗어버리는구나.

      술잔에 술을 따라 보아라.

 

      혹시 모른다.

      시녀侍女 인 네가 먼저 마셔보아라.

 

      아니. 그게. 그게 아니 온대.

      네 이년아 무얼 망설이느냐.

 

어린 시녀가 망설이자 여희驪姬가 벌떡 일어나 시녀의 머리채를

잡아채고, 입에 술을 들이붓자, 시녀의 아홉 구멍에서 피가 솟으니,

여희驪姬는 흥분한 듯이 눈물을 쏟으면서 거칠게 말을 한다.

 

      주공. 저의 잘못입니다.

      평소 덕을 베풀지 못하여,

      세자가 저와 주공을 죽이려 한 것입니다.

 

      제가 죽어줘야. 주공께서 편안히 사실 것입니다.

      이 술. 제가 마시겠나이다.

      주공, 안녕히 계시옵소서.

 

여희驪姬가 순간적으로 눈물을 주르르 흘리며 술잔에 입을 데자,

깜짝 놀란 진헌공晉獻公, 쫓아가 술잔을 빼앗았으나, 말릴 사이도

없이, 이미 마셔버린 여희驪姬가 몸을 부르르 떨다가 뻗어버린다.

 

      뭐 하느냐. 의원을 빨리 불러라.

      뭣들 하느냐. 빨리 의원을 불러라

 

다음 날 이른 아침에 조례朝禮가 시작되자, 간밤의 일을 전해 들은

신료들이 웅성거리며, 초조히 진헌공晉獻公이 나오기만을 기다린다.

 

      다 모이라 하였는데 다 왔는가.

      호돌狐突은 나이 많아 불참이옵니다.

 

      이극里克은 수레에서 떨어졌사옵니다.

      대부 비정보丕鄭父는 고향에 내려갔사옵니다.

 

      이번에 세자가 몹쓸 짓을 하였도다.

      나에게 올린 고기와 술에 독약을 탔도다.

 

      나 대신에 마신 여희驪姬가 죽게 되었노라.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단 말인가.

 

      세자는 너무나 무례하옵니다.

      신에게 군사를 주시오면 당장 잡아 오겠습니다.

      . 양오梁五 인가.

 

      주공, 신도 주공께 목숨을 바치겠나이다.

      . 동관오東關五 인가.

 

      그대들의 충성심을 받아드리노라.

      나머지 그대들은 뭐 할 말이 있는가.

      내가 마땅히 군사를 시켜 역자를 죽이리라!

 

      양오梁五와 동관오東關五는 상군을 거느리고

      곡옥曲沃에 쫓아가 세자를 잡아 오너라.

 

궁중宮中의 소식을 심복에게서 급하게 전해 받게 된 호돌狐突

급히 곡옥曲沃으로 가신을 보내어 자초지종을 알리게 된다.

 

      태부太傅 두원관杜原款 은 세자와 함께 망명 가시오.

      타국에 망명가는 것만이 살아날 길이요.

      어서 빨리 가시오.

 

189 . 죽음의 칼날을 피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