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7 화. 한 여자가 나라를 움직이는가.
제 157 화. 한 여자가 나라를 움직이는가.
진헌공晉獻公은 만년 골칫거리였던 오랑캐들을 제압하게 되자
그때부터 중원中原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하였다.
이때가 제환공齊桓公이 견鄄 땅에서
제2차 회맹을 거창하게 열며
패공霸公으로 불리기 시작하는 해였다.
진헌공晉獻公은 비교적 능력이 뛰어났으므로, 많은 영토를 확장하며
힘이 넘쳤으나, 60여 세가 넘어 늙어지자, 분별이 어려워지면서
영리하고 요염한 여희驪姬의 애정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게 된다.
沈魚落雁 閉月羞花 (침어낙안 폐월수화)
가라앉을 침沈. 고기 어魚. 떨어질 락落. 기러기 안雁.
닫을 폐閉. 달 월月. 부끄러울 수羞. 꽃 화花.
아름다운 그녀를 본 물고기는
눈이 시려 물속으로 깊이 들어가 버리고
기러기는 그녀를 보느라 날갯짓을 멈춰
그만 땅에 떨어지고 마는구나.
달은 그녀의 아름다움에 얼굴을 가리고
꽃은 부끄러워 시들었도다.
이 이야기는 너무나 어여쁘고 요염妖艶 한 여희驪姬를 이르는
말로, 장자莊子의 제물론齊物論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진헌공晉獻公의 눈에는 여희驪姬가 그리도 어여 뻗을까.
그녀의 아름다움은 식규息嬀와 같고,
요염妖艶 하기로는 달기妲己와 같았다. 하였다.
지모智謀 또한 뛰어나다 보니,
진헌공은 매사를 여희驪姬와 의논하며,
어린 해제奚齊를 끔찍이 사랑하게 된다.
주공. 언제까지 정실正室 자리를 비워놓으시렵니까.
해제奚齊가 있으니 네가 앉아보고 싶으냐.
주공, 꼭 말을 해야 하옵니까.
진헌공晉獻公은 젊은 날에 그렇게 사랑하였던 제강齊姜을,
마침내 모두 잊어버리고, 여희驪姬를 정실부인 자리에 올리고자
태복太卜 곽언郭偃을 불러 거북점인 구복龜卜을 치게 하였다.
專之渝 (전지투 ) 전심專心은 변심變心 이니
攘公之羭 (양공지유 ) 공公의 아름다움을 빼앗는 도다.
一薰一蕕 (일훈일유 ) 한 향초香草와 한 악초惡草가 섞이니
十年尙有臭(십년상유취) 십 년 지나 악취惡臭가 진동하리라.
무슨 뜻을 말하는 건지 알 수가 없구나.
주공, 풀이하여 드리겠나이다.
투渝는 변變 이니 변變 한다는 뜻입니다.
의지意志를 오르지 집중集中 하며 참으려 해도
마음에 변화가 생기면서 어지럽게 된다는 뜻이옵니다.
양攘은 탈奪 이니 빼앗는다는 뜻이 오며
유羭는 미美 이니 아름답다는 뜻이므로
마음에 변화가 생기니 아름다움과 추함이 바뀌어
주공의 아름다움을 빼앗아 간다는 풀이가 되옵니다.
풀 草이 향기로운 것을 훈薰이라 하오며
풀 草에서 악취가 나는 것을 유蕕라고 합니다.
향기香氣는 악취惡臭를 이기지 못하니
더러운 기운이 오래가게 되며
잘 사라지지 않는다고 할 수 있사옵니다.
이러한 까닭에 십 년이 지나면
악취가 진동하겠다는 뜻이 되옵니다.
허 어. 왜 그리 나쁘게 나오는 것이냐.
정말 그럴 리가 있겠는가.
태사太卸 소蘇를 불러 점을 치게 하여보라.
태사太卸를 빨리 들게 하여라.
태사太卸 소蘇는 불려 오자마자, 대나무 산가지로 시초점蓍草占을
침으로써 관괘觀卦의 육이六二를 얻어 효사爻辭를 설명하게 된다.
관괘觀卦는 상괘上卦가 손괘巽卦 이고, 하괘下卦는 곤괘坤卦 이다.
육이六二는 밑에서 두 번째 효爻가 음효陰爻 라는 뜻이 된다.
闗觀利女貞 (관관리여정)
빗장 관闗. 볼 관觀. 이로울 이利. 계집 여女. 곧을 정貞
빗장을 열고 엿보는 것이니 여자가 바르면 이로우리라.
허 어, 이 뜻은 과인도 알 수 있겠도다.
안에서 밖을 내다보는 것이 여자의 올바름이라고
하였으니, 어느 것이 이보다 더 길하겠느냐.
주공. 태복太卜 곽언郭偃 이옵니다.
주공. 개벽開闢 이래로 먼저 형상形象이 있었고
그 뒤에 숫자가 있었나이다.
거북점龜卜은 형상形象 이고
시초점蓍草占은 숫자입니다.
주공, 대나무 산가지의 시초점蓍草占을 따르는 것보다
거북점인 구복龜卜을 따르는 것이 훨씬 더 좋나이다.
주공, 태사太卸 소蘇가 말하겠나이다.
예법禮法에는 두 명의 정실正室이 있을 수가 없나이다.
제후諸侯는 정실부인正室夫人을 두 번 맞을 수가
없으므로, 소위 엿보기觀 만 한다고 한 것입니다.
여희驪姬을 정실부인으로 삼는 것이
어찌 바른 일이라 할 수 있겠나이까.
바른 일이 아니라면 이것이 어찌 이롭겠습니까.
주역周易의 뜻으로 말씀드려도 길吉 함이 없나이다.
과인이 먼저 말하겠노라.
거북점龜卜과 시초점蓍草占이 그렇게 나왔다 하여도
그것은 모두 한낱 귀신의 장난일 뿐이로다.
진헌공晉獻公은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길일을 택하여 종묘宗廟에
고한 뒤에, 여희驪姬를 정실부인으로 삼았고, 소희小姬를
차비次妃로 책봉冊封 하였으므로, 조정朝廷이 시끄러워지게 된다.
이극里克 장수. 이야기 좀 합시다.
아니, 태사太卸 소蘇께서 무슨 일이 있소이까.
장차 진晉 나라가 망하게 생겼는데 어찌하면 좋겠소.
우리 진晉 나라를 망하게 하는 자가 누구요.
아마도 여융驪戎 일 것이오.
아니 여융驪戎 이라니요.
옛날 하夏 나라 걸왕桀王이 유시有施를 치자
유시有施 사람이 어여쁜 말희妺喜를 바쳤소.
걸왕桀王은 말희妺喜를 총애하다,
하夏 나라가 망했소.
은殷 나라 주왕紂王이 유소有蘇를 정벌하자
유소씨有蘇氏는 달기妲己를 바치었소.
주왕紂王이 달기妲己를 총애하다,
은殷 나라가 망했소.
또한, 주유왕周幽王이 유포有褒를 죽이려 하자
유포有褒의 아들이 유왕幽王에게 포사褒姒 바쳤소.
주유왕周幽王은 너무나 아름다운 포사褒姒 때문에
주周 나라의 서주西周를 망치게 되었소.
그리고 여융驪戎을 치자,
여융주驪戎主는 여희驪姬와 소희小姬를를 바쳤소.
주공께서는 총애가 너무 지나치시어,
여희驪姬를 기어이 정실부인으로 삼으니
나라가 망하지 않을 수 있겠소이까.
장수 이극里克은 태사太卸 소蘇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뒤에,
너무 걱정되어, 태복太卜 곽언郭偃을 찾아가 의논하게 된다.
나도 이미 알고 있소.
그러나 걱정되기는 마찬가지요.
앞으로 어찌 되겠습니까.
우리 진晉 나라는 난리亂離가 나고, 또한
그칠 것이며, 꼭 망하지는 않으리라 보입니다.
그걸 어찌 믿을 수가 있겠소.
옛날 숙우叔虞께서 당唐 나라를 세우시고
그리고, 그후에 진晉나라 라고 이름을 바꿨잖소.
당唐 숙우叔虞께서 다음의 점괘를 얻었다고 하오.
尹正諸夏 再造王國 (윤정제하 제조왕국)
다스릴 윤尹. 바를 정正. 모든 제諸. 중국 하夏
반복 재再. 지을 조造. 임금 왕王. 나라 국國.
중원의 여러 나라를 바로잡아 왕국을 다시 건설하리라.
나라가 공적功績을 크게 떨치려 하는 때에는
어찌 망국의 우환憂患이 따르지 않을 수가 있겠소.
이 난리亂離가 지나면 나라가 좋아집니다.
만약 난리가 난다면 그것은 언제가 되겠소이까.
선善과 악惡의 보응報應은 10년을 넘지 않는다 하오.
모든 일은 10년 만에 다 변합니다.
10이라는 숫자는 가득 참을 말하오.
장수 이극里克은 태복太卜 곽언郭偃의 말을 죽간竹簡에 기록하여
놨으며, 진헌공晉獻公은 여희驪姬를 총애한 나머지 어린 아들
해제奚齊 마저 후사後嗣 로 삼으려고 생각하게 되었다.
부인은 어찌 생각하는가.
신생申生을 폐廢 하고 해제奚齊를 세우면 되겠는가.
주공. 아니 되옵니다.
주공. 우리 진晉 나라에 이미 세자를 세웠다는 소식은
이제 모든 제후가 다 들어 알고 있나이다.
지금 세자 신생申生은 어진 데다 허물이 없사옵니다.
주공께서 이 모자 때문에 세자를 폐하고자 하신다면
신첩臣妾은 차라리 자결하고 말겠나이다.
허 어, 너의 마음이 참으로 곱구나.
신첩臣妾을 생각해주시니, 너무나 고마워
신첩臣妾은 눈물이 나오려 하옵니다.
주공. 신첩臣妾은 욕심이 하나도 없나이다.
신첩은 그저 해제奚齊와 함께 조용히 살고 싶사옵니다.
진헌공晉獻公은 여희驪姬가 속마음을 감추면서 말하자, 그 말이
진심인 것으로 믿게 되었고, 더욱 착하게 생각하였으며, 결국
신생申生을 세자 자리에서 폐하는 일은 뒤로 미루게 된다.
여희驪姬는 아무 잘못도 없는 세자를 폐廢 하려고 하면
조정의 신료들이 불복不服 하여 간언을 올릴 것이며
더구나 세자 신생申生 과 중이重耳 와 이오夷吾가
서로 형제로서 우애가 깊음을 걱정하였다.
여희驪姬는 해제奚齊가 커갈수록 나이 많은 세자 밑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앞날의 걱정이 점점 커지면서,
몹시 고민하며,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많아지게 된다.
진헌공晉獻公은 이미 육십이 넘은 고령高齡 이다.
아직은 건강하다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살겠는가.
신생申生이 다음에 보위를 이어받는다면
나와 해제奚齊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겠는가.
아아. 생각만 해도 끔찍하구나.
아아, 너무나 끔찍해, 끔찍해.
진헌공晉獻公은 여희를 정실부인으로 만들자, 더욱 자주 찾았고,
해제奚齊 또한 무릎에서 떼어놓지 않을 정도로 총애하였으나,
그 모습을 보는 여희驪姬는 더욱 불안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여희驪姬는 불안할수록 진헌공에게 갖은 정성을
다하며, 자기의 목적을 달성시키고자,
최선의 방안을 찾으려고 골몰汨沒 하게 된다.
진헌공晉獻公이 뒤늦게 해제奚齊 만을 사랑하게 되니,
세자 신생申生을 비롯한 중이重耳와 이오夷吾 등 다른
공자들을 보는 눈은, 한결같이 무심하여지고 있었다.
진헌공晉獻公 곁에는 말잘 듣는 양오梁五와 동관오東關五가
있으며 또한, 궁실의 연회를 주관하는 예능인 시施가 있었는데
모두 진헌공의 총애를 받으며 권력을 조금씩 휘두르고 있었다.
시施는 아직도 나이 어린 19세지만, 아주 영리하고, 말주변도 좋고,
연기演技 도 잘하며, 진헌공晉獻公의 총애寵愛를 받고 있었기에
궁실을 마음대로 드나들며, 심부름 등으로 여러 신료를 알고 지냈다.
군부인, 부르셨나이까.
그래 시施 야. 어서 오너라.
너는 사내지만 자색紫色이 몹시도 곱고 뛰어나구나.
나를 즐겁게 노래와 춤을 추어 보아라.
여희驪姬는 자기의 목적을 이루고자, 시施에게 추파를 던지며,
어느 날 유인하여 남모르게 몸을 섞어보니, 보기보다 훨씬
단단하게 오랫동안 버티며, 으스러질 정도로 힘껏 끌어 앉아
주는 힘이 아주 남달랐다.
여희驪姬는 나이 늙은 진헌공晉獻公 에게서 느껴보지 못하였던
희열喜悅에 몸부림치게 되며, 남몰래 사랑하는 애인으로 만들었다.
시施 야. 주공은 나이가 너무 많아 이제
곧 떠날 것이 아니겠냐.
세자 신생申生이 주공이 되면
내 어린 아들 해제奚齊 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생각만 하여도 끔찍하구나.
내 아들 해제奚齊를 세자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구나.
군부인, 해제奚齊의 나이 이제 겨우 3살입니다.
아직 어린이니 서두르지 마시고
서서히 추진하셔도 늦지 않나이다.
제 158 화. 내 아들을 위해 모조리 쫓아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