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6 화. 한 여인이 위 나라를 구해내고.
44. 세상은 마음으로 오고 간다.
제 136 화. 한 여인이 위 나라를 구해내고.
너무나 간절한 이 노래를 들어보았소.
이 노래를 누가 지은 것이오.
허許 나라 군부인君夫人이 지은
재치載馳 라는 시詩 라 하오.
그녀가 오라비인 위대공衛戴公을 어떻게
도와줄까를 안타깝게 생각하였다 하오.
참으로 안타깝고 슬프게 들리는 노래 외다.
사람들이 따라 부르며 널리 퍼지고 있다 오.
그래요, 이 노래는 곧 허許 나라뿐만 아니라,
중원의 여러 나라에 퍼져나가고 있다 오.
제후諸侯 들도 듣고 너무 슬퍼한다오.
재치載馳 라는 노래를 들은 제환공齊桓公은 급하게 관중管仲을
불러, 본격적으로 위衛 나라를 돕겠다며 조례朝禮를 열게 하였다.
아녀자로서 오라비를 생각하는 마음이
듣는 사람의 심금心琴을 울리고 있소이다.
과인의 마음 씀이 아녀자보다 못하였구려.
어찌하면 위衛 나라를 도울 수 있겠소.
주공. 긴급한 소식이 왔나이다.
위대공衛戴公이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무어라고. 소상히 말하여 보아라.
위대공衛戴公은 본래 어질 적부터 병이 있었답니다.
이번 난리를 겪으면서 그 병이 도졌으며, 급기야는
군위에 한 달도 못 있어, 죽게 되었다, 하나이다.
위衛 나라의 환란患亂이 어찌 이리 끊일 새가 없는가.
허 어. 어찌하면 좋겠는가.
제환공齊桓公이 탄식하고 있을 때 위衛 나라 대부 영속寜速이
급하게 달려와 알현을 청했다.
주공. 위衛 나라 대부 영속寜速이 조읍漕邑에서
달려와, 알현謁見을 청하고 있사옵니다.
그래. 어서 들라고 하여라.
제후齊侯 께옵서는 안녕하시온지요.
어서 오시 오.
어서 그쪽 사정을 말해보시오.
북적北狄 인들이 우리 위衛 나라를 격파하고
위의공衛懿公 마저 처참하게 죽였사옵니다.
더구나 위대공衛戴公이 갑자기 돌아가셨으나
위대공衛戴公에게는 후사後嗣가 없나이다.
공자 훼燬 라는 친동생이 있사온데
일찍이 위의공衛懿公의 폭정에 불만을 품고
이곳 제齊 나라에 망명하여 살고 있사옵니다.
동생인 공자 훼燬를 새로이 군위에 올리려 하오니
패공霸公께서는 공자 훼燬 를 귀국하게 하여주시어
위衛 나라를 존속存續 하게 해주시기를 갈망하나이다.
공자 훼燬는 옛날의 공자 석碩과 선강宣姜 사이에 태어난 아들로
일찍이 위의공衛懿公의 실정에 불만을 품고 제나라에 망명하였다.
대부 영속寜速은 너무 슬프게 눈물을 뿌리지 마라.
그대의 청이 아니더라도 도우려던 참이었노라.
대부 영속寜速은 진정하고 과인의 말을 들어라.
내, 위衛 나라를 적극적으로 돕겠노라.
잠시 공관에 들어가 쉬도록 하며
공자 훼燬를 만나면서 기다려보라.
제환공齊桓公은 즉시 공자 훼燬를 불렀으며, 위衛 나라로 돌아가
군위에 오르게 하면서, 귀국하는 편에 좋은 수레 1승乘 과 군주의
제복 다섯 벌을 주고, 궁중 권속眷屬 들의 옷을 3백 벌이나?
지을 수 있도록 넉넉한 비단緋緞을 하사하였다.
또한, 백성들의 생활에 도움이 되도록 소(牛우), 염소(羖䍽고력),
돼지(豚돈), 닭(鷄계), 개(犬견) 등 가축家畜으로 키우도록 각각
3백 쌍씩을 내주어 백성들의 생활을 도왔다.
훼燬는 위衛 나라를 다시 세우도록 하시오.
패공霸公 이시어.
이 공자 훼燬는 너무나 감격하나이다.
괜찮도다. 그리고
조읍漕邑에 나가 있는 공자 무휴無虧에게
조읍漕邑을 철저히 방비하라는 명을 내려보내라.
공자 훼燬는 이마를 땅에 찧을 정도로 절을 하고 나서, 위衛 나라의
조읍漕邑을 향하여 떠나갔으며, 공자 훼燬가 위衛 나라의 임시
도성都城에 당도하자, 그때 진陳 나라에 갔던 굉연宏演의 위衛 나라
사절단도 돌아와 기다리고 있었다.
주공, 이제 돌아왔나이다.
대부 굉연宏演은 왜 보이지 않소.
형택熒澤 들판의 전장에서 자결하였나이다.
대부 굉연宏演이 자결하였다니 무슨 말인가.
위의공衛懿公의 시신을 수습하려 하였나이다.
시신을 수습하다니 무슨 말인가.
자세히 말해보라.
그러하옵니다. 말씀 드리겠나이다.
위의공衛懿公은 북적北狄의 수 없는 창칼에 난자亂刺 당하여
오르지 간肝 만이, 남아 있었사옵니다.
굉연宏演께서는 주공의 관棺이 되겠다며
자기 배를 가르고 주군의 간肝을 집어넣고 죽었나이다.
거룩한지고, 정말 거룩한지고.
즉시 관棺을 갖추어 형택熒澤으로 달려가라.
어서, 죽은 굉연宏演의 시신을 거두어들이도록 하라.
공자 훼燬는 위의공衛懿公과 위대공衛戴公에 대한 장례식葬禮式을
조촐하게 치르는 한편으로, 굉연宏演의 자식을 등용하여, 아버지
굉연宏演의 벼슬을 이어받게 하였다.
그 이듬해 봄이 되어 공자 훼燬는 바쁜 일을 정리하고, 위衛 나라
군주 자리에 오르게 되니 그가 곧 위문공衛文公이 된다.
그러나 위衛 나라는 나라라 할 수 없을 만큼 너무나 초라하였다.
온 도성都城에 수레라고는 30대밖에 없다니
나라의 살림살이가 이렇게 초라하단 말인가.
백성들은 하루 세끼 죽도 없어 굶주린단 말이냐.
나부터 먼저 솔선하여, 검소한 생활을 하며
백성들과 함께 위衛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우리라.
위문공衛文公은 검소한 생활을 택하여, 제환공齊桓公이 보내준
비단옷을 입지 않고 베옷만을 입으며 채소菜蔬 만을 먹었다.
사람은 모름지기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
내 일찍 일어나 틈나는 대로 돌아다니며
백성들을 위로하며 용기를 북돋아 주리라.
얼마 지나지 않아 조읍漕邑 백성들은 위문공衛文公을 칭찬하기
시작하였다. 또한, 굉연宏演이 위의공衛懿公의 간肝을 뱃속에
집어넣고 죽었다는 사실과 위문공衛文公이 나라를 다시 일으키려
한다는, 눈물겨운 사연이 삽시간에 중원으로 널리 퍼져나갔다.
제齊 나라 공자 무휴無虧는 데리고 온
갑사甲士 3000여 명으로 조읍漕邑을 방비하며,
북적北狄의 침입에 대비하여 주었다.
위문공衛文公이 백성들과 함께 열심히 위衛 나라를 이끌어 나가는
걸 보게 된 공자 무휴無虧는 제齊 나라로 돌아가 자세히 보고 하였다.
학鶴 만 좋아하는 어리석은 군주 속에서
그토록 놀라운 충신들이 있을 줄이야.
이제 그러한 충신들에다 위문공衛文公 처럼
어진 군주가 있게 되니 다행스럽도다.
이제 위衛 나라는 다시 일어나겠구나.
주공. 신 관중管仲 도 감격하나이다.
주공, 조읍漕邑은 너무 작고 황폐荒廢 한 곳입니다.
주공, 차라리 넓고 기름진 땅을 골라 성城을 쌓아
도성을 새로이 축조해주는 것이 어떠 하시겠는지요.
중보仲父께선 좋은 생각을 하시었소.
어디에다 도성都城을 정해 주어야 하겠소.
신이 알기로는 황하黃河 동쪽 초구楚丘 라는 땅은
구릉 지대면서 넓기도 하고 기름지나이다.
주공, 초구楚丘에 성城을 쌓아주면 능히
오랑캐의 침공도 막을 수 있는 곳이 되나이다.
제환공齊桓公은 여러 나라에 연락하여 축조에 필요한 물건들을
부조 받아 초구楚丘에 도성을 쌓아주기로 마음을 결정하였다.
그러나 그때 형邢 나라에 급한 일이 생겼다며 사자가 찾아온다.
주공, 형邢 나라에서 급한 사자가 왔나이다.
급한 사자라니 어서 들게 하라.
제후齊侯께 인사 올리나이다.
급한 일이 무엇인가.
북적北狄이 우리 형邢 나라에 쳐들어 왔나이다.
우리는 도저히 북적北狄을 막을 수 없나이다.
제후齊侯께 엎드려 구원을 바라나이다.
으음, 알겠노라 우선 공관에서 쉬도록 하라.
제환공은 형邢 나라 사자가 나가자, 신료들과 더불어 형邢 나라를
어떻게 해야 할지 논의하게 된다.
위衛 나라 도성을 축조하여 주려는 중에
형邢 나라에서 문제가 일어나는구려.
형邢 나라를 꼭 도와야 하겠소?
주공, 천하의 모든 제후가
우리 제齊 나라를 섬기며 따르는 것은
우리 제齊 나라가 천하의 재난과 환란을
구제하여 주기 때문입니다.
저번에 위衛 나라를 초장에 돕지 않았고
이번에 형邢 나라를 돕지 않는다면
주공의 패업에 위엄이 서지 않나이다.
그렇다면 위衛와 형邢 나라 중에
어느 나라를 먼저 도와야 하겠소.
주공, 급한 형邢 나라부터 도와준 후에
위衛 나라의 도성을 쌓아주어야 합니다.
중보仲父의 말씀이 옳소이다.
제환공齊桓公은 그 즉시로 제후들에게 격문을 보내어 형邢 나라
섭북聶北 땅에 모이도록 하였다.
각 제후는 형邢 나라 섭북聶北 땅에
군사를 대동하고 모여주시오.
형邢 나라를 쳐들어온 북적北狄을 몰아냅시다.
격문을 본 송宋, 노魯, 조曹, 주邾 나라가 참여하겠다고 통지가 왔다.
그러나 제환공齊桓公과 제군齊軍이 섭북聶北 땅에 당도하였을 때는,
송宋과 조曹 두 나라만이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들 오시 오. 반갑습니다.
위衛와 형邢 나라 문제를 어찌하면 좋겠소.
주공, 신 관중管仲입니다.
북적北狄은 중원中原에 힘을 뻗어왔지만
계속 침공한 지 오래되어,
이제 점차 힘이 빠지고 있을 겁니다.
형邢 나라는 아직 힘이 남아 있습니다.
형邢 나라가 어렵겠지만 북적北狄을 막아내며
북적北狄의 힘을 빼놓아야 합니다.
그런 연후에 우리가 북적北狄을 공격하면
북적北狄을 물리치기가 쉬워지나이다.
그때 형邢 나라를 도우면서
또한, 지치고 지친 북적北狄을 친다면
북적北狄을 물리치는 공을 세울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노魯와 주邾 나라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 같이 합류하여 공격합시다.
세작은 형邢 나라와 북적北狄의 전쟁상황을
잘 살펴 상세히 전하도록 하라.
이렇게 긴급한 상황에서 우선 형邢 나라를 구원하지 않고, 뒤로
미뤄버린 관중管仲의 처사에 후세 인들은 다음과 같이 비웃었다.
救患如同解倒懸 (구환여동해도현)
급할 때는 모두가 촌각을 다투거늘
提兵那可復遷延 (제병나가복천연)
군사를 거느리고 어찌 구경만 하였던가.
從來覇事遜王事 (종래패사손왕사)
원래 패업이란 왕실을 위하는 일이거늘
功利偏居道義先 (공리편거도의선)
이익이 도의보다 앞서게 하고 말았구나.
이렇게 망설이면서 제齊, 송宋, 조曹 세 나라가 섭북聶北에 머문 지
두 달이나 지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노魯, 주邾 두 나라는 오지 않았다.
제 137 화. 어려운 나라를 뒤늦게 돕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