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3 화. 학 아, 전쟁터에서 싸우자.
43. 학의 눈물
제 133 화. 학 아, 전쟁터에서 싸우자.
현 상황의 위衛 나라의 이야기를 시작하자면
우여곡절이 많았던 옛날이야기를 대충 정리하고 가야
이해가 쉽게 따를 것이다.
옛날 위선공衛宣公은 아버지의 첩인 이강夷姜과 사통하여 급자急子를
낳아 숨겨 키우다가, 군위에 오르자 또 검모黔牟와 석碩을 낳았다.
또한, 세자인 급자急子에게 시집오는 선강宣姜을
중간에서 가로채 공자 수壽와 공자 삭朔을 얻었다.
공자 삭朔은 이복형인 세자 급자急子와 동복형인 공자 수壽를 죽이고,
위선공衛宣公이 병으로 죽자, 군위에 올라 위혜공衛惠公이 되었다.
위혜공衛惠公은 정려공鄭厲公을 복위시키겠다며
송宋, 노魯, 채蔡, 위衛, 네 나라 연합군에 가담하여
정鄭 나라에 쳐들어갔었다.
그러나, 연합군은 정鄭 나라 재상 제족祭足의
작전에 말려들어 실패하고 모두 흩어져 귀국하게 된다.
위혜공衛惠公도 귀국하려 하였으나
정鄭 나라에 출정 나간 그 6개월 사이에
좌공자 예洩와 우공자 직職의 복수심으로
왕실에 있던 검모黔牟를 새로운 위후衛侯로
세웠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위혜공衛惠公은 할 수 없이 외가인 제齊 나라로
망명하여 제환공齊桓公의 보호를 받게 되었다.
위혜공衛惠公은 이제 검모黔牟가 위후衛侯가 되었으니, 반드시
어머니인 선강宣姜을 죽일 것이라고 하소연하였다.
제齊 나라 공손무지公孫无知는 자청하여 선강宣姜을
살려내기 위하여, 공자 석碩과 부부가 되도록 맺어준다.
선강宣姜은 남편이었던 위선공衛宣公과 이강夷姜 사이에 태어난
아들 석碩과 어쩔 수 없이 부부가 되었으며, 그 후 사이좋게 살면서,
아들 두 형제와 세 딸을 낳았다.
첫째 아들 신申은 위대공衛戴公이 되며
둘째 아들 훼燬는 위문공衛文公이 된다.
세 딸 중에 첫째는 송환공宋桓公의 부인이 되고
둘째는 허목공許穆公의 부인이 되었다.
그 후 제齊 나라에 망명 생활을 하고 있던 위혜공衛惠公은 패공의
야망을 품고 있는 제환공을 부추겨 다시 위衛 나라 군위에 오른다.
이에 위후衛侯 였던 검모黔牟는 주周 왕실의 사위였으므로
원래대로 주周 왕실로 보내지고, 석碩과 선강宣姜 사이에
태어난 훼燬는 제齊 나라로 망명을 떠나갔다.
위衛 나라 백성들은 위혜공衛惠公의 악행을
잘 아는 지라 몹시 싫어하여 따르지 않았다.
위혜공衛惠公이 죽고 그 아들이 군위에 올라 위의공衛懿公이 된다.
위의공衛懿公도 아버지 위혜공衛惠公을 닮아 엉뚱한 일을 벌인다.
위의공衛懿公은 나랏일은 전혀 돌보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짓만 골라서 하였는데,
유별나게 학鶴을 너무 사랑하여 문제를 일으켰다.
학鶴에 대한 사랑이 너무나 지나친 위의공衛懿公은, 백성들에게
학鶴을 구해오라고 독촉하며, 누구라도 학鶴을 구해오면 많은 상을
주었고, 또한 학鶴 마다 벼슬을 내리면서 봉록俸祿 을 주었다.
학鶴에 관한 이야기는 상학경相鶴經에 나온다.
상학경相鶴經은 송宋 나라 신종神宗 원풍元豊 연간에
사맹師孟이란 사람이 그 당시 유명한 도사道士 였던
진경원陳景元에게서 얻었다는 책으로,
주로 선술仙術에 관한 내용이 들어있다.
상학경相鶴經은 신선神仙 부구공浮邱公이 왕자王子 진晋과 학鶴을
타고 놀면서 나눈 이야기이며, 학鶴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학鶴은 양조陽鳥 이나
음陰에서 놀기를 좋아한다.
학鶴은 금기金氣로 인하여
화정火精을 스스로 받아 양생養生 하나니
금金의 수는 9이요,
화火의 수는 7이므로,
학은 7년 만에 약간 자라고,
16년 만에 크게 자라며,
160년 만에 다 자라는 것이 끝나고,
1600년 만이라야 그 형체가 완전히 갖춰진다.
깨끗한 것을 좋아하여 빛깔이 희며
머리는 붉으며, 주둥이가 길고 하늘을 향하며
땅에 닿지 않으려고 다리가 길다.
학의 울음소리는 하늘까지 들리며
구름 사이로 나는지라, 신선神仙 들이
즐겨 타는 신선조神仙鳥 라 부른다.
그리하여 사냥꾼들이 온갖 방법으로 학鶴을 잡아 나라에 바치니
궁궐宮闕의 동산이나 뜰이나 모두, 곳곳에 학을 기르게 되며,
그 숫자가 수백 마리를 넘었으므로 셀 수가 없을 정도였다.
우리 군주는 참 이상한 사람이요.
아니. 백성보다 학鶴을 더 사랑하다니 말이요.
가장 좋은 학鶴은 대부大夫의 녹祿을 내려 주며
그보다 못한 학鶴은 서리胥吏의 녹祿을 준답디다.
그뿐만이 아니지요.
어떤 학鶴은 대부大夫가 타는 수레를 내려 주며
학장군鶴將軍 이라 부르기도 한답니다.
학鶴을 키우는 자들이 관리들보다
더 많은 봉록俸祿을 받으며,
우리가 낸 세금을 모두 학鶴 에게 쏟고 있소이다.
만약 학鶴을 업신여기거나 학대하게 되면
큰 벌을 내리고 있으니, 말이나 되는 일이겠소.
내 원 참, 학鶴을 위한다며 사람을 학대하다니
뭐 이런 폭정이 다 있소이까.
학鶴 만 살찌고, 헐벗은 백성은 자꾸 늘어나는데
위의공衛懿公은 전연 아랑곳하지 않소이다.
석기자石祁子는 유명한 충신인
석작石綽의 손자가 아니겠소.
그가 충직하여 일찍이 누차에 걸쳐
학鶴을 기르지 말라고 간언을 하였으나
번번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너무 실망하여
몹시 탄식하였다고 합디다.
뭐라고 탄식하였답디까.
우리 위衛 나라가 장차 학鶴 때문에
망하겠구나, 하고 탄식하였답니다.
제환공齊桓公이 연燕 나라를 구해주고자 산융山戎 인의 나라인
영지국令支國과 고죽국孤竹國을 정벌하고 돌아왔다.
노魯 나라의 공자 경보慶父가 역심을 품고
즉위하였던 공자 반般을 죽이고,
뒤이어 어린 노민공魯閔公을 죽이며
한창 궁실의 난을 일으켰을 때였다,
제환공은 노魯 나라의 대代를 잇게 해주기 위하여
새로운 군주로 노희공魯僖公을 세워주었다.
그 사이에, 북쪽 오랑캐인 북적北狄이 힘을 길러, 자기들의 동족인
산융山戎의 영지국令支國과 고죽국孤竹國의 원수를 갚으려 하였다.
북적北狄은 지금의 하북성 안양시 서북방 일대에 근거지를 두고
있으며, 그 당시 위衛 나라와 국경을 접하고 있었다.
제환공齊桓公이 우리 산융山戎을 친 것은
우리 적인狄人 들을 아주 무시한 처사로다.
이 어찌 분함을 참을 수 있겠는가.
우리 적인狄人 들은 다 함께 뭉쳐야 한다.
우리는 중원中原에 쳐들어가 제환공齊桓公이
다시는 북진北進을 못하도록 혼을 내주어야 한다.
적狄은 적翟 이라고도 부르며, 주로 빨간 옷을 즐겨 입었기에
적적赤狄이라 하였다. 북적北狄은 적적赤狄에 해당한다.
이들은 중원의 북쪽 전역에 퍼져 있는
융적戎狄으로써 산융山戎이라 부르기도 하며
그들의 우두머리를 반班 이라 불렀다,
그들은 춘추시대春秋時代 전반에 걸쳐 세력을 키우면서, 중원中原의
여러 나라 중에서 가장 가까운 나라부터 침범하여, 곡식과 부녀자를
약탈하여 갔다.
북적北狄의 수만瞍瞞 부족이 침공하였을 때,
위衛 나라 군주는 위의공衛懿公으로, 재위 9년 차였다.
석기자石祁子와 영속寜速은 함께 나랏일을 보며 여러 번에 걸쳐
학鶴을 기르지 말라고 간했으나, 위의공衛懿公은 말을 듣지 않았다.
위의공衛懿公이 백성을 돌보지 않는 사이에 북적北狄의 부족장인
수만瞍瞞이 호시탐탐虎視眈眈 침범의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수만瞍瞞은 호기胡騎 2만 군을 일으켰으며,
처음에는 형邢 나라를 짓밟아버리려 하였다가,
제齊 나라가 구원을 하러 온다 하자, 잠시 물러갔다.
잠시 뒤로 물러섰던 수만瞍瞞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위衛 나라가
학鶴으로 인하여 내정이 어지러운 것을 알아차리고 쳐들어왔다.
큰일 났습니다. 주공은 어디 계시오.
학鶴을 수레에 싣고 궁 밖으로 놀러 나가려 하고 있소.
주공, 급보急報 이옵니다.
오랑캐 북적北狄이 쳐들어오고 있소이다.
위의공衛懿公은 몹시 놀랐으며, 군사를 모아 북적北狄을 막도록
명령하였으나, 도성 안의 백성들은 모두 달아나버리고, 너나없이
피한 채, 무기를 잡고 싸울 생각을 하지 않는다.
사도司徒는 달아난 백성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 오라.
주공. 수백 명의 백성을 잡아 왔나이다.
너희들은 위衛 나라 백성으로서 어찌하여
병역을 기피하고 산속으로 달아났느냐.
주공, 주공께서는 한 가지만 쓰시면,
북쪽 오랑캐를 쉽사리 무찌를 수 있사온데.
무엇 때문에 저희까지 나아가 싸우게 하십니까.
한가지라니 그게 무슨 말이냐.
학鶴 이 아니겠습니까.
벼슬하고 있는 학鶴을 내보내 싸우게 하십시오.
학鶴이 어떻게 오랑캐를 막을 수 있더란 말이냐.
벼슬하고 있는 학鶴이 싸울 줄 모른다면
학鶴의 벼슬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나이다.
그런데 주공께선 그런 학鶴을 소중히 아끼시고
유용有用 한 백성들은 돌보지 않나이까.
아하. 그러한가. 그 말이 맞는 도다.
그러나 이거 큰일이 났구나.
석기자石祁子를 빨리 불러라.
주공. 석기자石祁子 이옵니다.
내 그대의 말을 듣지 않아 몹시 후회後悔 하오.
지금이라도 당장 학鶴 을 다 날려 보내면
백성들이 내 명령에 복종할 것 같소.
주공, 당장에 그렇게라도 하십시오.
시기가 너무 늦지 않았나. 몹시 염려될 뿐이옵니다.
뒤늦게 후회한 위의공衛懿公은 석기자石祁子를 보자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면서, 그 즉시 궁중에서 기르던 학鶴 들을 모두 날려 보냈다.
그러나 학鶴 들은 사랑만 받으며 자라서인지, 살았던 궁의 하늘을
빙빙 돌다가는 제자리로 돌아왔으며, 관리들이 손을 내저으며
쫓았으나, 학鶴 들은 예전처럼 편안히 앉아 꼼짝도 하지 않는다.
나는 석기자石祁子 요.
이제 백성들은 여기에 다 모이시오.
주공께서 잘못을 깨우치시고 후회하고 계시오.
이제 우리는 무기를 잡고 나아가 싸웁시다.
저 북적北狄 오랑캐를 무찌르도록 합시다.
백성들이 차츰 모여들며 무기를 잡고 전열을 갖추려는 그사이에
형택熒澤 들판에 북적北狄이 진채陣寨를 세웠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주공. 북적北狄이 형택熒澤 들판에 진채陣寨를 세웠다면
그곳은 우리의 턱밑이 되옵니다.
북적北狄은 대단히 강하여 우리에게는 어렵나이다.
주공, 다른 대안을 세우셔야 하겠나이다.
주공, 제齊 나라에 사신을 보내어 구원받아야만
이 난국에서 살아날 수 있나이다.
아니요. 지난날 제齊 나라는 왕실의 명을 받아
우리 선친이신 위혜공周惠公을
다시 복위시킨 고마운 일이 있었으나
우리는 그 뒤로 한 번도 답례한 바가 없소.
무슨 면목으로 도와 달라는 말을 할 수 있겠소.
비록 제환공齊桓公이 패공霸公 으로서
막강한 위엄을 떨치고 있지만, 차라리
우리 힘으로 오랑캐와 싸워 승패를 가리겠소.
주공, 대부 영속寜速 이옵니다.
신이 군사를 이끌고 북적北狄을 막아보겠습니다.
제 134 화. 어리석은 군주는 백성들만 죽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