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101∼200 회

제 124 화. 속이는 자에게 속기가 쉬운가.

서 휴 2022. 7. 15. 14:27

      40. 제환공, 고죽국과 싸운다.

 

124 속이는 자에게 속기가 쉬운가

 

대나무를 베고 칡덩굴로 튼튼히 얽어매어삽시간에 수백 개의

뗏목을 만들어 모두 도강 준비가 끝나자관중은 명령을 내린다.

 

      호아반虎兒班 장수는 기병騎兵 1군을 거느리고

      왼쪽으로 올라가 고개 넘어 얕은 곳에서

      먼저 강을 건너가 이 건너편에 모이도록 하시오.

 

      이곳은 호아반虎兒班 장수가 강을 건너 이리로

      오는 것을 보고 도강渡江을 하여야 하오.

 

      모든 병거兵車를 뗏목에 먼저 싣고

      그다음에 군수품軍需品 수레를 실어라.

      군사와 말은 모두 4대로 나누되

      성보成父와 고흑高黑은 정예병精銳兵 들과

      1군을 이끌고 오른편 뗏목을 타고 도강渡江 하라.

       공자 개방開方과 수초竪貂

      주공을 모시고 도강하되 성보成父가 지휘하는

      정예병의 뒤를 반드시 받쳐주도록 하라.

      빈수무賓須无는 갑사甲士 1군을 거느리고

      먼저 왼쪽 뗏목을 타고 건너가라.

 

      나와 연지름連摯凜은 연장공燕莊公을 모시고

      그 뒤를 받쳐 주리라.

 

      아울러 모든 군사는 강을 건너가는 대로

      단자산團子山 아래에 모두 집결하도록 하라!


무체성無棣城의 답리가答里呵는 제 나라 군사들에 대한 소식을

알아보기 위해 정찰병偵察兵 을 비이계鼻耳溪 강으로 보냈다.


      큰일 났습니다.

      우리 정찰병偵察兵이 가서 살펴보니

      제 나라 군사들은 이미 뗏목을 타고

      새카맣게 강을 건너고 있습니다.

 

이에 정찰병偵察兵은 매우 놀라며, 황급히 무체성無棣城으로

돌아가, 사실대로 상세히 보고하게 된다.


       임금임큰일 났다고 합니다.

       제 나라 군사들은 이미 뗏목을 타고

       새카맣게 강을 건너고 있다, 하나이다.

 

       무엇이라고정탐병은 확실히 보았는가?

       임금임틀림이 없사옵니다.

 

       장수 황화黃花는 즉시 군사 5천을 거느리고

       어서 빨리 제군齊軍을 막도록 하라.


       대왕님, 산융山戎의 밀로密盧 입니다.
       우리 산융山戎이 이곳에 머물고 있으면서

 

       아직 아무런 공도 세우지 못하고 있는바

       속매涑買와 함께 선봉에 서겠습니다.

       , 황화黃花 장수 외다.
       여러 번 패한 사람들이 체면도 없이

       어찌 나와 함께 일을 도모한단 말이오.


       , 황화黃花 혼자서도 가능한 일이외다.

       패장敗將 들은 관여치 마시오.

 

황화黃花는 답리가答里呵에게 무시당한 일로 엉뚱하게

밀로密盧에게 역정을 냈으며,  답리가答里呵와 밀로密盧

대답도 듣지 않고, 비웃으며 나갔다.

 

황화黃花가 말을 몰아 비이계鼻耳溪를 향해 떠나버리자오히려

답리가答里呵미안하여 밀로密盧를 위로하며 한 가지 제안을 한.


       단자산團子山은 중원으로 가는 요충지이며

       무체성無棣城으로 향하는 중요한 길목이오.

 

       수고스럽겠지만 밀로密盧께서는

       단자산團子山을 지켜주기 바라오.

 

       나도 곧 뒤따라가겠소이다.
       알겠습니다지금 곧 떠나겠습니다.

 

밀로密盧는 답리가答里呵의 말에 승낙하긴 하였지만, 황화黃花에게

당한 모욕에 기분이 몹시 언짢아져 출발하였다.


       뭐야, 저 제나라 놈들이 벌써 건너와

       이리로 몰려오고 있단 말인가.


고죽국孤竹國 장수 황화黃花는 비이계鼻耳溪로 달려가는 도중에

이미 강을 건너와 쳐들어오고 있는 제 나라 선봉장인 고흑高黑

마주쳤으며이에 두 나라 군사는 곧바로 싸움을 벌이게 되었다.


       이놈들 누구 맘대로 비이계鼻耳溪를 건너왔느냐?

       네 놈은 누구냐.

       나는 고죽국孤竹國 황화黃花 장수이다.

 

       네 놈 이름이 무어라 하였느냐?

       나는 제 나라 장수 고흑高黑 이다덤벼라.


       고흑高黑 너와 싸워보았지만

       너는 상대가 안 된다저리 비켜라.

 

       정말 건방진 놈이로구나

       좋다이 성보成父가 너를 대적對敵 하여주마.

 

두 장수가 20 합을 싸웠으나, 승부를 내지 못하고 있을 때제환공이

많은 제군齊軍을 이끌고, 그들이 싸우고 있는 곳에 당도하였다.


      황화黃花는 대단한 장수로구나.
      위 공자 개방開方은 오른편에서

      수초竪貂는 왼편에서 일제히 공격하라.

 

사방에서 달려드니 삽시간에 전세는 뒤바뀌어, 황화黃花의 군대가

제군齊軍에 포위되면서 밀리며 아주 불리하게 되었다.

 

       이때 황화黃花는 포위를 당하며 죽게 되자

       급한 마음에 고죽국孤竹國의 군사들을 돌보지 못하고

       먼저 말머리를 돌려 단자산團子山을 향해 달아나 버렸다.

 

이에 고죽국孤竹國의 군사들은 창을 어깨에 둘러메고 황화黃花

장수의 뒤를 쫓아 도망치기 시작하니, 황화黃花가 이끌던 5

고죽국孤竹國의 군사들은 태반이 죽거나 항복하여 포로가 되었다.


       , 우리 고죽국孤竹國의 피해가 너무나 크구나.

       ,  5천 군사가 태반이 죽고 모두 포로가 되다니

       , 이 황화黃花가 이를 어찌 수습하면 좋단 말인가.


황화黃花는 크게 한탄하며, 단신單身으로 겨우 도망쳐 나왔으며

이제 단자산團子山 영채營寨 앞에 이르게 되자그는 살았구나

싶어 안도의 숨을 내쉬며산 중턱에 차려진 영채營寨를 올려다

보다가 더욱 깜짝 놀라게 된다.


       아니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영채營寨의 깃발 모두가 세 나라 깃발이 아닌가?

 

       제군齊軍연군燕軍무종국无終國,

       이 세 나라가 언제 예까지 와있었단 말인가?


황화黃花는 기절초풍하여 몰래 단자산團子山을 지나갈 생각으로

숨어서 가고 있는데, 이를 먼저 본 호아반虎兒班이 군사들과 함께

몰려나오며 잡으러 달려오고 있었다.

 

황화黃花는 혼자였기에 또 급히 달아나다가 할 수 없이 타고 온

말마저 버리고 산속으로 달아나게 되었다. 이제는 나무꾼으로

가장하여 급하게 30여 리를 달려갔다.


       그때 밀로密盧는 영지국令支國에서 데리고 온

       자신의 2천 군사를 거느리고

       단자산團子山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들이 중간 위치인 마편산馬鞭山에 이르렀을 때였다. 저 앞에서

척후병이 헐레벌떡거리며 황망히 돌아오더니 보고를 올린다.


       밀로密盧 임금임척후병斥候兵 입니다.

       제군齊軍이 이미 단자산團子山을 점령했습니다.

 

       황화黃花 장수가 패했단 말인가.

       그러하옵니다. 패한 군사들이 도망쳐 오고 있습니다.

 

       황화黃花 장수는 살았느냐 죽었느냐.

       황화黃花 장수께선 제군齊軍에 패하여

       산속으로 달아났는데 어디로 갔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답니다.

 

       단자산團子山으로 갈 수 없게 되었단 말인가.

       단자산團子山으로 갈 수 없다면

 

       이곳 마편산馬鞭山에다 진채陣寨

       세우는 수밖에 없겠구나.

 

밀로密盧는 할 수 없이 단자산團子山을 포기하고, 자신의 2

군사들과 함께 마편산馬鞭山에 진채陣寨를 열심히 세우게 된다.


       마편산馬鞭山 기슭에다 영채를 거의다 세우고 있을 때

       나무꾼으로 가장한 황화黃花 장수가 초췌한 모습으로

       혼자서 겨우 마편산馬鞭山에 도착을 하였다.

 

황화黃花는 자기 부하들이 그곳에 도망쳐 와 영채를 세우고 있는

줄 알고 아무 거리낌 없이 군막 안으로 들어섰다가. 영지국令支國

임금 밀로密盧가 높이 앉아 있는 걸 보고는 몹시 놀란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자,

       그 순간 밀로密盧의 눈빛이 차갑게 빛나며

       입가에는 차가운 냉소冷笑가 흐르고 있었다.

 

황화黃花는 겸연쩍어 얼굴을 붉혔으나, 그러나 무엇보다도 배가

몹시 고파, 체면 불고하고 술과 음식을 청했다.

 

       어서 오시 오

       나, 영지국令支國 임금 밀로密盧 .

 

       싸울 때마다, 이기는 장수가 어쩐 일로 혼자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소?


       이나 저나, 배가 몹시 고픕니다.

       허 어그리 배가 고픈가.

       남겨둔 보리밥이라도 갖다주도록 하라.

 

황화黃花는 부끄러워 어쩔 줄 모르며, 겨우 보리밥 한 됫박을

얻어먹고 나자, 밀로密盧에게 또 건방진 태도로 부탁하였다.

 

        보잘것없는 보리밥이라도 잘 먹었소이다.

        타고 갈 말 한 필만 부탁하여야겠소이다.


        이놈 아나를 그렇게 홀대忽待 하더니

        이제 빌붙어 보리밥을 얻어먹고는

        이제는 말까지 달라고 하느냐?

        아주 건방진 놈이로다.

 

황화黃花는 밀로密盧에게 거절당하자섭섭한 마음이 뭉쳐져

앙심을 품게 되면서할 수 없이 걸어서 무체성無棣城으로 돌아갔다.

 

       답리가答里呵 임금님,

       제군齊軍의 수가 너무 많아 패하였나이다.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반드시 이 원한을 갚고 말겠습니다.

 

답리가答里呵는 먼지를 뒤집어쓰고 돌아온 황화黃花의 초췌한

모습을 보자, 몹시 안타까워하면서 후회 어린 탄식을 쏟아냈다.


       비이계鼻耳溪를 경비하자는

       그대의 말을 듣지 않았다가

       이 지경으로 엄청난 피해를 보는구나!

       임금임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제환공齊桓公이 군사를 일으킨 것은

       영지국令支國 의 밀로密盧 때문입니다.

 

       밀로密盧는 명분 없이 연 나라에 쳐들어가

       약탈掠奪 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제게 좋은 계책이 하나 있습니다.
       어서 말해보라좋은 방안이 무엇인가?


       밀로密盧의 목을 끊어 제환공齊桓公에게 바치면서

       우리가 화평和平을 청한다면 싸우지 않고도

       제환공齊桓公과 제군齊軍을 물리칠 수 있습니다.

 

       그건 어려운 일이다.
       밀로密盧의 처지가 오죽했으면 예까지 왔겠는가?

       그런 사람을 죽일 수는 없도다.


       답리가答里呵 임금임재상 올률고兀律古 이옵니다.
       신에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좋은 생각이라니 어서 말해보시오.

       우리가 패함으로써 오히려 승리할 수 있습니다.


       승리할 수 있다니, 무슨 계책이라도 있다는 것이오?

       어서 속히 말해 보시 오?


       우리나라 북쪽에 한해旱海 라는 땅이 있습니다.

       그곳엔 모래와 자갈과 모래언덕만 있어서

       사방에는 물과 풀이라곤 전혀 없는 곳입니다.

 

       예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람이 죽으면 그곳에다 시체를 버렸는데

 

       해골만 잔뜩 쌓여 있기에 대낮에도

       귀신이 나타나고 때때로 찬바람이 일어납니다.

 

       그곳의 찬바람은 묘하기도 하답니다.

       만약 그곳 찬바람을 한 번이라도 쐬기만 하면

       사람이건 말이건 소건 간에 모두 병이 듭니다.

        임금임올률고兀律古가 연으로 말하겠나이다.
        바람과 모래가 일어나면 모래 폭풍이 되며

 

       눈을 뜰 수 없어, 한 치 앞도 볼 수 없으며

       마치 길 없는 골짜기에 갇힌 것과 같습니다.

 

       또한길이 미로 迷路처럼 복잡하고,

       독사毒蛇 와 맹수猛獸까지 득실거려

 

       한번 그 안에 들어가면 날개가 있어도

       살아나올 수 없어미곡迷谷 이라, 부릅니다.


125 속이는 자에게 속기가 쉬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