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2 화. 난관을 뚫고 나아가라.
39. 제환공, 서융과 싸운다.
제 122 화. 난관을 뚫고 나아가라.
밀로密盧 임금님, 저 많은 제군齊軍은
험준하고 비좁은 지마령芝麻嶺은 절대 넘지 못할 겁니다.
더구나 군량미軍糧米 도 떨어질 때가 되었습니다.
이제 규자葵玆에서 군량미軍糧米를 가져온다 해도
이곳에서 한 달 이상은 버티지 못할 것입니다.
제군齊軍의 군량미軍糧米가 떨어질 때가 되었다는 속매涑買의 말에
밀로密盧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기다려보기로 하였다. 그 무렵에
관중管仲은 빈수무賓須无 장수를 불러 무언가를 의논하였다.
빈수무賓須无 장수, 시일을 끌면 우리가 불리하오.
배후를 공격할 계획을 세웁시다.
소머리를 치는 척하며 소꼬리를 치는 계책이지요.
옳은 말씀입니다.
내 앞장서 나아가겠습니다.
지금부터 어서 빨리, 규자葵玆 로 돌아가
군량미를 싣고 오도록 하시오.
빈수무賓須无 는 관중管仲과 상의相議 하고 난 후에 밖으로 나가
군사들에게 큰 소리로 명하여 준비가 되자, 규자葵玆 로 출발하였다.
지금부터 규자葵玆에 가서 군량미軍糧米를
빨리 싣고 와야 한다.
알겠느냐? 자, 모두 빨리 준비하여라!
호아반虎兒班 장수도 같이 갑시다.
알겠습니다. 같이 가겠습니다.
장수님. 저녁 시간입니다.
벌써 한나절 이상을 왔군요.
늦은 저녁입니다.
어디서 밥을 지을까요?
이곳이 좋겠소이다.
밥을 해 먹고 푹 잠을 자고 떠납시다.
빈수무賓須无는 호아반虎兒班 과 함께 어느 지점에서 멈추고는
저녁을 해 먹고 군사들을 푹 쉬게 하며 잠을 자게 하였다.
산융山戎의 정탐偵探 병들은 제군이 규자葵玆로 가다가 밥을 먹은
후에 잠을 자는 것을 보고는 밀로에게 돌아가 그대로 보고하였다.
임금임, 제군齊軍이 규자葵玆 로 가고 있습니다.
으흠, 규자葵玆 로 가고 있단 말이지.
관중管仲이 속매涑買의 손바닥 안에 노는 구나.
속매涑買 야. 제군齊軍 일부가 빠져나갔으니
이때 공격하면 어떻겠냐?
저들은 정예병精銳兵 만을 골라서 왔을 것입니다.
우리 침공에 대해 대비를 하고 있을 것이오니
남아 있는 제군齊軍의 군량미軍糧米 가
바닥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공격하십시오.
임금님, 성급할 필요는 없습니다.
빈수무賓須无 장수는 저녁을 먹은 후 실컷 잠을 자게 하고는, 동틀
무렵이 되자 모두 일어나게 하고서는, 규자葵玆 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행선지行先地를 바꾸는 것이다.
빈수무賓須无 장수, 그쪽은 아니오!
아니, 어디로 가려고 하는 것이오?
지마령芝麻嶺 고개를 넘어야 하지 않겠소?
허 어, 왜 진작 말하지 않았소?
좋습니다, 지마령芝麻嶺 고개를 넘읍시다.
관중管仲은 일부 군사들이 규자葵玆 로 떠나자, 자신의 계책計策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장수들에게 날마다 싸움을 걸게 하였다.
중보仲父 어른. 아장亞將 연지름連摯凜 입니다.
영지令支 군들이 꼼짝을 하지 않습니다.
알고 있소. 저녁 무렵에 또 한번 공격해 보시 오.
속매涑買 야, 또 제군齊軍이 쳐들어왔도다.
밀로密盧 임. 대응할 필요가 없습니다.
저들은 식량이 넉넉하다고 기만欺瞞 하는 것입니다.
식량이 떨어질 시간까지만 기다리십시오.
관중管仲은 빈수무賓須无와 호아반虎兒班이 떠난 지, 벌써 6일 정도
지나가자, 제군齊軍의 장수들을 불러놓고 영을 내리는 것이다.
지금쯤 빈수무와 호아반은 지마령芝麻嶺을 넘어
영지令支의 소굴巢窟 뒤편에 당도하였을 것이오.
이젠 황대산黃臺山 골짜기로 쳐들어갑시다.
군사들에게 흙 주머니를 등에 지고 가게 하시오.
또한, 산융山戎이 파놓은 함정을 발견하기 위해서
빈 병거兵車를 선두에서 가게 하시오.
앞서가던 빈 병거가 갑자기 땅속에 빠지면, 그때마다 군사들은 등에
지고 있던 흙 주머니를 서로 던져 함정을 메워나가니, 제군齊軍은 한
명도 다치지 않고 황대산黃臺山 골짜기 입구에 당도할 수 있었다.
밀로密盧 임. 술 한 잔 받으시지요.
어험. 속매涑買 장수가 고생이 많소.
이번에 제군齊軍 만 물리치면 큰 포상을 할 것이오!
소원을 들어주시는 겁니까?
내 딸을 달라는 말이었지. 좋도다.
고맙고 고맙습니다.
오늘이 8일째가 아닌가?
우리가 대응 안 한 지가 8일이나 됩니다.
제군齊軍의 군량미軍糧米 도 바닥이 났을 겁니다.
이제 천천히 공격하면 되겠습니다.
그 무렵, 밀로密盧는 제군齊軍의 군량미가 바닥나기만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속매涑買와 더불어 술잔을 기울이면서 태평하게 지냈다.
밀로密盧 임금임. 큰일 났습니다.
척후병斥候兵은 무슨 일인데 호들갑을 떠느냐.
제齊 나라 군사들이 황대산黃臺山 골짜기 안으로
물밀듯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아니, 무엇이라고 그게 말이나 되느냐?
큰일 났구나. 모두 싸울 준비를 하여라.
밀로密盧 임금임. 큰일 났습니다.
또 무슨 일이냐.
뒤쪽에서도 제군齊軍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뭐라고 지마령芝麻嶺이 함락되었단 말이냐?
이거 정말 큰일 났구나!
밀로密盧와 속매涑買는 그제야 지마령芝麻嶺이 함락된 것을 알게
되었고, 이에 급히 말 머리를 돌려 동남쪽으로 달아나기 시작하였다.
저놈들 뒤를 쫓아가 섬멸殲滅 시켜라.
빈수무賓須无 장수님. 산길이 워낙 험하고 좁아서
추격할 수가 없습니다.
제군齊軍이 드디어 산융山戎의 도성都城 인 영지令支로 쳐들어가자,
영지국令支國 백성들은 난생처음으로 제군齊軍을 보자, 신기하게
바라보면서도, 그 위세에 두려운 빛을 띠고 어찌할 줄을 몰라 한다.
영지令支 백성들은 잘 들어라.
이 중에 잡혀 온 자가 있으면, 모두 고향으로 돌아가라.
우리 제군齊軍에게 항복하는 자는 죽이지 않을 것이다.
함부로 죽이는 자가 있으면 참수형斬首刑에 처하리라.
산융山戎 백성들은 제환공의 명을 듣고 나자, 자기들을 해치지
않는다는 말에 크게 감동하였으며, 서로 앞을 다투어 술과 고기를
가지고 나와, 제군齊軍을 환영하면서 성심껏 대접하는 것이다.
제환공齊桓公은 그곳 백성들의 마음이 안정되자 묻기 시작한다.
영지국令支國 백성들은 잘 듣도록 하라!
너희 나라 임금은 어디로 도망갔느냐?
우리나라는 고죽국孤竹國과 이웃이어서
예로부터 서로 친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사자를 보내어 구원병을 요청했으나
아직 당도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고죽국孤竹國으로 달아난 것이 분명합니다.
고죽국孤竹國은 어떤 나라며 얼마나 먼 곳인가?
고죽국孤竹國은 동남쪽에 있는 큰 나라입니다.
은殷 나라 때부터 성곽城郭이 있는 곳으로
거리는 약 1백 리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가는 도중에 비이계鼻耳溪 라는 큰 강이 있는데
그 강을 건너면 바로 고죽국孤竹國 입니다.
그러나 산길이 좁고 몹시 험해서
찾아가기가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고죽국孤竹國은 지금의 하북성 노룡현 동쪽에 있었다고 하며,
고조선의 제후국으로 임금의 성은 묵태씨墨胎氏 라고 하였다.
또한 사마천史馬遷이 쓴 사기史記의 백이열전伯夷列傳에 보면
백이伯夷와 숙제叔齊가 이곳 고죽국孤竹國 사람이었다고 하며,
제법 문물이 발달한 문명국 중 하나였었다.
그러나 황하黃河를 중심으로 한 중원中原의
나라들이 서로 문화文化를 교류交流 하며
급속도로 성장成長 하였던 반면에,
고죽국孤竹國은 주周 왕조에 들어와서 외부 교류가 차단되어
변화를 추구하지 못하였기에 명맥만 유지하는 소국이 되어있었다.
다들 어떻게 생각하시오?
영지국令支國 과 고죽국孤竹國이 한 패거리가 되어
포악한 짓을 일삼고 있소이다.
기왕 이곳까지 온바, 내 마땅히
고죽국孤竹國의 항복을 받아내야 하지 않겠소?
중보仲父는 어찌 생각하시오?
주공, 신 관중管仲 도 뜻을 같이하겠나이다.
호아반虎兒班은 항복한 산융山戎 군사 중에
씩씩한 자들로 1천 명을 뽑아 재편성하여라.
이곳에서 3일 동안 휴식을 충분히 취하고선
모든 군사는 고죽국孤竹國으로 출발해야 한다.
이때 규자관葵玆關에서 북벌을 위한 군수 물자를 관리하고 있던
포숙아鮑叔牙는 아장亞將 고흑高黑 편으로 군량미 50 수레와
병장기를 싣고서, 그 위험한 길을 뚫고 보내온 것이다.
주공, 신 아장亞將 고흑高黑 이옵니다.
허, 이 험한 길을 뚫고 오다니 매우 고생하였도다.
이곳에 시급한 일이 많도다.
사람이 부족하니, 아장亞將 고흑高黑은
규자관葵玆關으로 돌아가지 말고 여기에 머물도록 하라.
제환공이 고죽국孤竹國을 정벌을 진행하는 사이에 영지국에서
도망친 밀로密盧와 속매涑買는 다급하게 고죽국孤竹國에
당도하여 비참하게 눈물을 흘리며 하소연하였다.
고죽국孤竹國 답리가答里呵 대왕님, 안녕하셨습니까.
아니, 어떻게 이리 초췌한 모양으로 왔는가?
답리가答里呵 대왕님, 큰일 났습니다.
중원中原의 제환공齊桓公이 자기들 힘만 믿고
쳐들어와 우리나라를 빼앗고 있습니다.
바라건대, 우리의 원수를 꼭 갚아주십시오.
그대의 부탁을 받고 도우려 하였으나, 몸에 병이
있어 가지 못했소만 사이에 대패할 줄은 몰랐소.
인제 그만 우시오. 울지 말고 염려치 마오.
그들이 쳐들어오면 전멸시켜줄것이오.
이곳에는 비이계鼻耳溪 라는 큰 강이 있소이다.
그 강은 깊고 넓어 뗏목을 모두 거두어 숨겨두면
제아무리 제환공齊桓公 이라 하더라도
날개가 있기 전에는 건너오지 못할 것이오.
그러다가 그들이 물러나는 때를 기다려 그 뒤를
공격하면 저들은 혼비백산魂飛魄散 하여 달아날 것이오.
혼비백산魂飛魄散
넋 혼魂, 날 비飛, 넋 백魄, 흩어질 산散.
혼魂은 영靈을 말하며 백魄은 몸身에서 나오는 넋을 말한다.
혼魂과 백魄이 어지러이 흩어진다는 뜻으로, 몹시 놀라 넋을
잃었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조급하게 생각지 말고 느긋하게 기다려보시오.
반드시 잃었던 나라를 되찾아 줄 것이오.
답리가答里呵 임금임. 신 장수 황화黃花 입니다.
혹시 적군이 뗏목을 만들어 건널지도 모르오니
미리 군사를 보내어 비이계鼻耳溪 강을
잘 지키게 하는 것이 안전할 것입니다.
흥. 제군齊軍이 뗏목을 만든다면 소리가 날 터인데
내가 어찌 그것을 모를 리 있겠는가?
그대는 쓸데없는 걱정하지 말고
어서 군부에 가 있도록 하라.
밀로密盧와 속매涑買는 고죽국 임금인 답리가答里呵 앞에 달려가
눈물을 뿌리며 간곡히 호소하여 지원을 약속받았으나, 장수將帥
황화黃花의 제안에는 콧방귀를 뀌면서 비웃고 마는 것이다.
장수將帥 황화黃花는 답리가答里呵 임금으로부터
무안을 당하게 되자, 몹시 섭섭하게 생각하였다.
그만큼 고죽국孤竹國 임금 답리가答里呵는 오만傲慢 하고 단순한
사람이었기에 중요한 신료臣僚의 말을 잘 듣지 않는 모양이었다.
중보仲父, 길이 험한 줄은 이미 각오한 바이나
이토록 심할 줄은 몰랐구려.
숲을 해치고 이렇게 가다간 몇 달이나 걸릴 것 같구려.
중보仲父, 대관절 이를 어찌하면 좋겠소?
중보仲父, 좋은 방법이 없겠소?
주공. 울창한 숲을 해치고 가기가 참으로 어렵나이다.
불을 놓아 태워 버리면 어떻겠나이까?
어쩔 수 없도다.
유황硫黃과 염초焰硝를 뿌려 일제히 불을 질러라!
제 123 화. 신이 도와야! 성공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