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4 화. 17년 만에 복귀하는가.
제 114 화. 17년 만에 복귀하는가.
부하傅瑕 야, 네 말을 믿으라는 것이냐?
주공, 믿어도 되옵니다.
제 가족은 모두 대릉성大陵城 안에 있사옵니다.
만일 제가 일을 성사시키지 못할 때는
성안에 있는 제 가족을 모두 죽이십시오.
주공. 하늘을 향하여 맹세하겠나이다.
좋다. 너를 단 삼 일간만 풀어주겠노라.
부하傅瑕가 자기 가족의 목숨을 걸고 굳게 맹세하자, 정여공鄭厲公은
그제서야, 부하傅瑕의 말을 믿고 풀어주게 되었으며, 부하傅瑕는
그날 밤이 되자, 눈에 띄지 않도록 대릉성大陵城을 떠나 신정新鄭
성안으로 들어갔다.
숙첨叔詹은 집에 계시오.
아니. 부하傅瑕 장수 웬일이오,
그대는 대릉성大陵城을 지키지 않고
어째서 이 신정新鄭으로 들어왔는가?
열심히 싸우다가, 갑자기 제군齊軍이
뒤로 공격하는 바람에 패하였소이다.
아니. 제군齊軍은 왜 정여공鄭厲公을 돕는 것이오?
정여공鄭厲公을 우리 군주로 세워주려 하는 것이오?
이제 대세가 완전히 기울어졌소이다.
그대 숙첨叔詹에게 간절히 부탁하는 바이오.
이제 정여공鄭厲公을 맞이할 준비를 합시다.
어쩔 수 없이 때가 온 것이오.
나 역시 정여공에게 이미 마음이 기울어져 있었소.
그간 제족祭足 때문에 내색할 수 없었던 것뿐이오.
이제 바야흐로 때가 왔으나, 어떻게
정여공鄭厲公을 맞이해야 할지 방법을 모르겠소이다.
숙첨叔詹, 이리저리해보면 어떻겠소?
으흠. 알겠소이다. 그리해봅시다.
정여공鄭厲公을 만나, 내 반드시 그렇게 하겠소이다.
숙첨叔詹은 다음 날 일찍 궁으로 들어가 의儀에게 정여공鄭厲公과
제군이 합세하여 대릉성大陵城이 점령당하였다고 보고한다.
제나라 장수 빈수무賓須无와 공자 돌突이 합세하여
쳐들어오는 바람에 대릉성이 점령당하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저들을 물리칠 수 있겠소.
오직 초楚 나라만이 제齊 나라와 맞설 수 있나이다.
주공께서는 초楚 나라에 사자를 보내시어
초군楚軍이 온다면 제군齊軍은 쉽게 무찌를 수 있습니다.
알겠소. 정경正卿은 빨리 사자를 초楚 나라로 보내시오.
주공. 그렇게 하겠나이다.
공자 의儀는 초군楚軍을 부르기로 한 일을 모두 정경 숙첨叔詹에게
일임하였으나, 숙첨叔詹은 여러 날이 지나도록 초楚 나라에 사신을
보내지 않았으며, 그런 사이에 정여공鄭厲公과 빈수무賓須无의
제군齊軍이 신정新鄭에 이르러 진채를 세우고 공격준비를 하였다.
주공. 신 숙첨叔詹이 군사를 거느리고 나아가
제군齊軍과 싸워 물리치겠나이다.
주공께서는 장수 부하傅瑕와 함께
신정新鄭 성문을 굳게 지키시옵소서.
공자 의儀는 숙첨叔詹이 시키는 대로 성문을 굳게 닫고, 부하傅瑕와
함께 신정新鄭 성을 굳게 지키며, 초군楚軍이 올때까지 농성籠城으로
버틸 태세態勢를 갖추기로 하였으므로 둘이는 성루에 올랐다.
주공, 숙첨叔詹이 정군鄭軍을 이끌고 왔습니다.
어서 숙첨叔詹을 불러와라.
숙첨叔詹 아. 나에게 덤비겠다는 것이냐?
주공. 어찌 주공을 대적할 리 있겠사옵니까?
잠시만 공격하지 말고 이대로 기다려만 주시옵소서.
숙첨叔詹이 정여공鄭厲公과 대치對峙 하는 사이에, 그때 제齊의
빈수무賓須无 장수가 제군齊軍을 몰고 들이닥치자, 숙첨叔詹은
급히 달아나기 시작하였다.
주공. 신 부하傅瑕 이옵니다.
큰일 났사옵니다.
우리 군사가 모두 도망쳐오고 있사옵니다.
이 외침 소리에 겁 많은 공자 의儀가 성을 내려가려고 등을 돌리자
그 순간에 부하傅瑕의 칼이 공자 의儀의 등짝을 세차게 찔렀다.
아 악! 나를 찌르다니!
죄송하옵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나이다.
너희들은 무얼 하느냐?
성문을 활짝 열어 정여공鄭厲公을 빨리 맞이하라!
부하傅瑕의 칼이 의儀의 목을 자르고 성문에 걸면서, 정군鄭軍은
성문을 활짝 열어주었으며, 이에 정여공과 빈수무와 숙첨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유유히 신정新鄭 성안으로 들어왔다.
공자 의儀를 죽인 부하傅瑕는 궁으로
재빨리 달려가 공자 의儀의 두 아들을 죽이고,
정여공鄭厲公을 다시 군주 자리에 올려세웠다.
정여공鄭厲公은 기원전 701년부터 4년간 재위하다, 제족祭足에게
쫓겨났으나, 17년만인 기원전 680년부터 8년간 집권하게 된다.
17년간이나 쫓겨나 역성櫟城에 있었던바
아 아, 참으로 감회感懷가 크도다.
빈수무賓須无 장수, 고맙소이다.
이 모든 것이 제齊 나라 덕분이 아니겠소.
빈수무賓須无 장수, 정말 고맙소이다.
오는 10월에 제齊 나라로 가서 동맹을 청하고자 하오.
제환공齊桓公께 감사한 마음을 전해주시오.
이제 안녕히 돌아가도록 하시오.
빈수무賓須无가 제齊 나라로 돌아가자마자, 정여공鄭厲公은 이번
그의 복위復位에 큰 공을 세운 부하傅瑕를 부르게 되며, 이에 그는
자신의 공을 믿고 어깨를 쫙 편 채로 궁으로 당당히 들어갔다.
주공, 신 부하傅瑕 이옵니다.
부하傅瑕. 저놈을 묶어라!
아니. 주공 왜 이러시나이까?
너는 지난 17년 동안에 대릉성大陵城을 지키면서
전력을 기울여 과인에게 대항하였다.
너는 분명히 전 군주에게는 충신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죽음을 두려워하여
다시 나를 위해 전 군주을 죽였도다.
나는 너의 진실된 마음을 헤아릴 수가 없구나.
이제 나는 동생 의儀의 원수를 갚고자
너를 죽이려 하노라!
뭣들 하고 있느냐?
어서 저놈을 끌어내어 목을 베도록 하라.
아 아. 내가 스스로 죽음을 불러들였구나.
정말 원통하고 애통하도다.
부하傅瑕는 끌려 나가면서 하늘을 우러러 탄식歎息 하였으나
그날 바로 저잣거리에서 목이 잘리는 참수斬首를 당하고 만다.
나. 공족公族 대부 원번原繁은
전날 의儀를 옹위擁衛 하는데 찬성을 하였었다.
세상이 변하는 걸 어찌 막을 수가 있으랴!
아 아. 내 목숨이 위태하구나!
여 봐라. 원번原繁을 아는 자가 있는가?
요즘 공족公族 대부 원번原繁은 무얼 하고 있는가?
주공. 노환이 심하여 움직이지 못한다고 하옵니다.
어 허. 그러한가, 원번原繁, 저자를 어찌할꼬?
지난날 내가 신정을 떠나갈 때에도
원번原繁 대부께서는 정든 말 한마디 없더니
이제 내가 다시 돌아왔는데도
여전히 따뜻한 말 한마디가 없구나.
원번原繁은 정여공鄭厲公의 말을 전해 듣고는 그날 밤이 되자
자기 집의 대들보에 목을 매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렸다.
여봐라, 숙첨叔詹을 불러라.
신 숙첨叔詹 이옵니다.
너는 나를 도울 수 있음에도 외면하였다.
신은 주공을 세우려 고집하였으나
제족祭足의 반대가 컸었사옵니다.
알고 있노라. 물러가라.
공자 알閼을 잡아 오너라.
저자는 나를 쫓아낸 자이다. 죽여라.
주공, 신 숙첨叔詹 이옵니다.
대부 강서强鉏가 신의 집에 찾아왔사옵니다.
크게 죄를 짓지 않은바 살려주시옵소서.
강서强鉏는 그 자리에 있으면서 말리지도 않았으니
우유부단優柔不斷한 자이다. 두 다리를 잘라라.
이때 정鄭 나라 백성들은 숙첨叔詹. 도숙堵叔. 사숙師叔의 어진
인품에 삼량三良 이라 부르며 존경하고 있었다.
이에 정여공鄭厲公은 숙첨叔詹의 다리를 잘랐으나,
다시 정경正卿으로 삼았다.
정여공鄭厲公은 도숙堵叔과 사숙師叔 도 새롭게 대부大夫로
삼으면서 숙첨叔詹을 돕게 하면서 정鄭 나라의 안정安定을
위하여 함께 여러 일을 수습收拾 하게 만들었다.
공보公父 정숙定叔은 신변의 위험을 느껴
위衛 나라로 달아났다고 하였느냐?
공숙公叔의 대를 끊어지게 할 수는 없도다.
이제 3년이 지난바 용서하겠으니,
숙첨叔詹은 공숙公叔을 불러들여 벼슬을 주어라.
제환공齊桓公은 정여공鄭厲公이 복위한 것을 알게 되었으며, 이때
위衛 와 조曹 나라가 회맹을 청해온바, 이번 기회에 모든 제후를
불러들여 성대하게 회맹 행사를 갖고자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중보仲父, 제후諸侯 들을 모두 불러 모아
회맹會盟을 하면 어떻겠소?
주공, 신. 관중管仲 이옵니다.
제후諸侯 들은 참석할 때마다 부담을 갖게 되나이다.
주공께선 패업覇業의 큰 뜻을 세우고 계시오니
모든 일을 간편簡便 하게 하시옵소서!
간편簡便 이란 어떻게 하자는 것이오?
진陳 채蔡 주邾는 북행北杏 땅에서 동맹을 맺은 후로
우리 제齊 나라를 배신하지 않았으며
특히 조曹 나라는 회맹會盟에 참석하지 않았으나
송宋 나라를 침공할 때 함께 거사擧事 하였나이다.
이 네 나라는 번거롭게 두 번 오라 할 것 없이
다만 송宋 과 위衛, 두 나라만 부르시옵소서.
차후此後에 모든 나라가 한마음이 되었을 그때
모든 제후를 불러 맹약盟約을 하도록 정하소서.
제환공齊桓公은 관중管仲의 말에 따르기로 하였으며, 얼마 후에
모든 신료臣僚를 불러 모으며 조례朝禮를 열게 되었다.
주공. 오늘 조례朝禮에 모두 참석하였나이다.
중보仲父는 무슨 말이든 하여보시오.
주공, 그간 어려움이 많았으나,
이제 중원中原의 모든 나라를 하나로
규합糾合 하는 데 성공하였나이다.
이제 남은 일은 주공을 패공覇公으로 추대推戴 하고
새로운 규약規約을 정하여 맹세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호 오, 그래 요, 알겠소.
그 모든 일은 경卿 들이 알아서 하도록 하시오.
이리하여 관중管仲을 중심으로 포숙아鮑叔牙, 공손습붕恭遜襲封,
영척寧戚, 전손생顓孫生, 중손추仲孫湫, 동곽아東郭牙, 등과
더불어 본격적으로 이 일을 추진하기 시작하게 되었다.
주공. 밖에 왕실王室의 사신使臣이 와 있나이다.
허, 웬일인가. 어서 들게 하여라.
왕실王室에서 아뢰나이다.
송宋 나라가 주왕周王을 알현하였나이다.
이를 알리도록 선백單伯께서 사신으로 오는 도중에
중간에 있는 위衛 나라를 잠시 들리러 가셨나이다.
이에 미리 알려드리는 바 이옵니다.
주공, 신. 관중管仲 이옵니다.
이리되면 송宋 나라는 우리와 동맹同盟 하게 되나이다.
주공께서는 이참에 위衛 나라의 견鄄 땅에서
세 나라 제후를 불러, 함께 회맹會盟 하도록 하십시오.
제환공齊桓公은 송宋, 위衛, 정鄭, 조曹 나라에 사신使臣을 보내어
위衛 나라 견鄄 땅에 모일 것을 일일이 통보하였다.
이 네 나라가 모이자, 제환공齊桓公은
삽혈歃血 행사를 강요하지 않았으며,
차茶를 마시며 환담으로 간단히 끝내며
모두에게 부담負擔을 주지 않았다.
이에 모두 기분 좋게 헤어지게 되었다, 그러자 제환공齊桓公의
모습이 인자하다며 소문으로 퍼져나가면서, 중원의 제후들에게
큰 감동을 주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제 모든 제후가 진심으로 나를 복종하고 있소!
중보仲父! 이제 송宋, 정鄭, 위衛, 노魯, 채蔡, 허許,
조曹, 진陳, 등의 모든 나라를 유幽 땅으로 불러 모으고,
삽혈歃血 행사를 하며 동맹同盟을 맺으면 어떻겠소?
주공, 그리하시옵소서.
제환공齊桓公은 이 행사로써 드디어 맹주盟主의 칭호稱號를 받게
되는 뜻깊은 날이 되었으며, 제환공齊桓公이 드디어 패공霸功이 된
이때가 주희왕周僖王 3년 겨울이며 기원전 678년이었다.
제 115 화. 아름다운 여인이 말이 없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