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101∼200 회

제 112 화. 말로써 한 나라를 굴복시키는가.

서 휴 2022. 7. 5. 16:47

112 . 말로써 한 나라를 굴복시키는가.

 

제환공齊桓公은 이미 먼저와 있던 진선공陳宣公과 조장공曺莊公

만나게 되어, 선백單伯과 함께 차례로 인사를 나누고 난 후에, 모두

자리에 앉게 하였으며 차를 마시면서 앞으로의 일을 의논하게 된다.

 

       송환공宋桓公은 북행北杏 회맹會盟 에 참석하였다가

       그 이익利益 만을 취하고 떠나간 자이오.

 

       맹세를 손바닥 뒤집듯 하는 자에게는

       엄한 벌을 내려주어야 합니다.

 

       대군을 휘몰아 송나라 도성을 단숨에 칠 것인가?

       아니면. 사자를 보내어 먼저 항복을 권할 것인가?

 

       제후諸侯 들의 생각은 어떠시오?

       저희 들은 제후齊侯 의 뜻에 따를 뿐입니다.

 

       내일 날이 밝는 대로 모든 병거兵車 를 동원하여

       송나라 도성을 향하여 쳐들어갑시다.

 

제환공齊桓公이 격앙激昻 되어 동맹 군주들을 선동煽動 하는데

대부 영척寧戚이 앞으로 나서며 신중하고 정중하게 간한다.

 

       주공, 신 영척寧戚 이옵니다.

       주공께서는 이미 주왕周王의 명을 받아

       이미 모든 제후를 규합하였으므로

 

       힘으로 싸워서 이기기보다는 덕으로

       이기도록 하심이 옳을 것이옵니다.

 

       어떻게 하면 덕으로 이기는 것인가?

       주공께서 송나라를 치려 하시는 것은

       송이 동맹을 배반하였기 때문입니다.

 

       비록, 신이 재주는 없사오나, 송환공宋桓公에게

       지난날의 배신을 사죄케 하고, 다시 동맹에

       참여하도록 말로 달래고 오겠나이다.

 

제환공齊桓公은 영척寧戚의 말을 듣고서는 잠시 생각하다가

의심하는 눈빛으로 미덥지 않은 듯이 물어보는 것이다.

 

       한 번 배신하고 떠나간 자를

       어떻게 말로 달랠 수 있단 말이오?

       송환공宋桓公은 오히려 그대의 목을 치려들 것이오.

 

       주공, 신은 한낱, 소치는 촌부에 불과하였사오나?

       이제 주공의 은혜를 입어 광영光榮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되어, 더는 신의 목숨이 아까 울 게 없나이다.

 

       신은 오로지 주공이 뜻하는 바가

       천하에 두루 펴지기만을 바랄 뿐이옵니다.

 

       송후宋侯가 신의 목을 친들 무엇이 아깝겠나이까?

       주공, 염려치 마시고 신을 보내주시옵소서.

 

제환공齊桓公은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관중管仲을 바라보자

관중管仲이 제환공의 뜻을 눈치를 채고 조용히 아뢰는 것이다.

 

       주공, 영척寧戚을 믿어보시옵소서.

       주공께서 요산猺山 밑에서 영척寧戚을 만난 것은

       하늘이 내리신 복이 되옵니다.

 

       허 어. 중보仲父까지 믿어주는구려!

       군사를 쓰지 않고 송을 굴복시킬 수 있다면야!

       더는 바랄 것이 무엇이겠소?

 

       영척寧戚은 조심스레 송나라에 다녀오고

       모든 군사는 각기 영채營寨를 지키도록 하시오.

 

다음 날 영척寧戚은 조그만 수레를 타고 서너 명의 시종侍從 만을

거느린 채, 조촐하게 송나라의 수양睢陽 성으로 들어가게 된다.

 

       영척寧戚 이란 자가 과인을 만나자고 하는데

       그자는 어떠한 사람인가?

 

       주공, 신 대부 대숙피戴叔皮 이옵니다.

       영척寧戚은 본래 소를 치던 촌부 이었사온데

 

       제환공이 새로 등용하여 벼슬을 내린 사람입니다.

       말솜씨가 뛰어난 자임이 틀림없나이다.

 

       영척이 주공을 뵙고자 하는 것은, 뛰어난

       구변口辯으로 주공을 설득하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그자를 만나야 하겠는가?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주공께서는 우선 그자를 불러들이되

       일절 대접하지 마시고 그냥 놔두십시오.

 

       그가 주공을 설득하는 중에 조금이라도 어긋나는 말이

       나오면 제가 옷 띠인 신을 올려 흔들겠나이다.

       (紳은 예복에 갖추어 입을때 매는 허리띠이다.)

 

       그때 주공께서 그자를 사로잡아 옥에 가둬버리면

       제환공齊桓公의 계책은 수포가 될 것입니다.

 

       내, 그대 대숙피戴叔皮의 말대로 하겠노라.

       좌우에 무장한 군사들을 배치하라.

       자, 이제 영척寧戚을 부르라.

 

이윽고 영척寧戚이 들어와 송환공宋桓公에게 공손히 절을 올렸으나

송환공은 그대로 앉아 있을 뿐 아무런 답례答禮도 하지 않는다.

 

영척寧戚은 오만한 송환공宋桓公의 태도와 좌우로 시위하고 있는

무장 군사들을 보고는, 별안간 탄식의 말을 토해내고 만다.

 

       위태롭구나! 송나라여!

       송나라가 위태롭다니 무슨 말인가?

 

       과인의 지위가 왕실에서 상공上公에 이르렀고

       다른 나라들이 모두 우리 송나라를 두려워하는데

       송나라가 무엇이 그리 위태롭단 말이냐?

 

       군후君侯께서는 스스로 생각하시기에

       옛날의 주공周公 과 비교하시어

       어느 쪽이 더 어질다고 생각하시나이까?

 

       허 어, 주공周公 은 성인聖人 이시오!

       우리 시조始祖 이신 그분과 비교할 바가 되겠는가?

 

       주나라는 주공周公 시절에 가장 왕성하였나이다.

       그 시절의 천하는 태평가太平歌를 불렀으며

       모든 오랑캐는 복종하였나이다.

 

       그러함에도 주공周公 께서는

       토포악발吐哺握髮 을 하시었나이다.

       (토할 토, 먹을 포, 쥘 악, 터럭 발)

 

       어진 선비가 오면 식사食事를 하다가도

       세 번이나 먹던 것을 뱉어내고 뛰어나가셨고

 

       목욕하다가도 즉시 중단하시며,

       머리의 두발頭髮을 손으로 움켜잡고,

       세 번이나 뛰어나갔사옵니다.

 

       이 모두 현인을 잃을까? 두려워하여 행하신

       모습으로 길이 알려져 있사옵니다.

 

       하온데, 오늘날 송나라는 어떠하시나이까?

       2대째나 주군을 죽이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제 막 송후宋侯께서 즉위하시어

       이제 옛 법을 이어받고자 애쓰는 중이 아닙니까.

 

정곡正鵠을 찔러대는 영척寧戚의 말에 송환공은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지면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고 있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목을 빼 어진 사람들이

       모여들기를 기다려야 하고, 어진 선비가 오면

       몸을 낮추어 그들을 맞이해야 하거늘!

 

       송후宋侯께서는 오히려 자신을 자랑하고 뽐내며

       멀리서 온 나그네를 멸시하고 있사옵니다.

       그런 송후宋侯 께 어찌 충언이 들어가겠나이까?

 

       충언忠言이 들어가지 않는 그러한 나라들은,

       모두 혼란을 거듭하였기에

       신은, 위태롭지 않은 나라를 보지 못하였나이다.

 

영척의 이 말을 듣는 순간 송환공宋桓公은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것

같았으며, 그는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

 

       과인寡人이 재위在位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아

       군자君子의 가르침을 별로 받지 못하였소이다.

       선생께서는 과인의 실수失手를 용서容恕 하시오.

 

대숙피戴叔皮는 송환공宋桓公이 영척寧戚의 말에 감동하는 것을

보고, 연신 옷 띠인 신을 흔들며, 감언이설에 넘어가지 말라며

흔들었으나, 그러나 송환공宋桓公은 아예 대숙피戴叔皮 쪽은

돌아볼 생각도 하지 않고, 영척寧戚을 향해 묻는 것이었다.

 

       선생은 과인에게 무엇을 가르쳐주시겠소?

       송후宋侯 께옵서는 왕실이 동쪽인 낙양洛陽 으로

       천도遷都 한 후에 왕실이 그 권위權威를 잃게 되니,

 

       이에 모든 제후諸侯의 마음도 각기 흩어져, 어느덧

       군신君臣의 구별이 없어진 바를 잘 아실 것이옵니다.

 

       그리하여 오늘날에는 서슴없이 자기의 군주를 죽이고

       군주의 자리를 빼앗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사옵니다.

 

       이에 제환공齊桓公께서 왕실의 명을 받아

       여러 제후諸侯 와 동맹同盟을 맺어가며

       왕실王室을 일으키려 하는 것이옵니다.

 

       그때 군후君侯 께서도 참석하시어, 여러 제후로부터

       군위君位를 확실하게 인정認定 받지 않았사옵니까?

 

정곡正鵠을 찔러대는 영척寧戚의 말에 송환공은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으나, 영척은 모르는 척하면서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그러하온데 군후께서는 아무런 이유 없이

       북행北杏 회맹에 탈퇴하시고 동맹을 배신하셨습니다.

 

       이는 곧 왕께서 내리신 군위를 스스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고 무엇이겠나이까?

 

       당연히 왕실에서 크게 진노하신 것이며

       이에 이번에 특별히 왕사군까지 보내시며

       송나라를 치게 하셨나이다.

 

       송후宋侯께서는 한순간의 실수로 왕실의 군대와

       싸우는 불충을 저지르게 된 것입니다.

 

       아직 송나라가 왕사군과 싸우지는 않았지만

       저는 이미 승패를 알 수 있겠나이다.

 

       허 어. 그렇다면 과인은 어떻게 하여야겠소?

       신의 생각으로는 망설이지 마시고,

 

       즉시 예물을 바친 후, 나라의 제환공齊桓公

       회담하시어 다시 동맹을 맺으셔야 하옵니다.

 

       그러하시면 위로는 주왕실의 신하로서

       예의를 잃지 않은 것이며, 아래로는

       여러 제후와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사옵니다.

 

       이렇게 하시면 창칼을 사용하지 않고도

       송나라를 오래도록 안정되게 할 수 있나이다.

 

       그대 영척寧戚의 말이 옳소!

       내가 한때 실수로 회맹에서 탈퇴하였으나!

       이제. 지금은 후회하고 있던 참이오!

 

       다만 제환공齊桓公이 내가 바치는 예물을

       받아줄지 그것이 걱정일 따름이오?

 

       염려치, 마시옵소서.

       노나라는 회맹에 참석조차 하지 않았건만

       동맹을 맺은 후에 빼앗긴 땅을 되돌려 받았나이다.

 

       이로 보아 제환공齊桓公은 지나간 일을

       끝까지 미워하는 성격이 아니옵니다.

 

       군후께서는 아무 염려치, 마시옵고

       예물을 보내시오며, 그리하시오면

       반드시 화친을 맺을 수가 있겠나이다.

 

       예물로는 무엇이 좋겠소?

       제환공齊桓公이 어찌 귀한 보물을 바라고

       여기까지 군사를 이끌고 왔겠나이까?

 

       저의 주공께서는 오로지

       송후宋侯의 마음을 바라고 있을 뿐이옵니다.

 

       가치를 따지지 마시고, 소박한 것으로

       보내시어도 아무 상관이 없겠나이다.

 

       영척寧戚, 그렇게 해도 되겠소?

       오늘 그대에게 정말 좋은 말을 들었소이다!

       그대 덕분에 이제 내 마음이 편안하여 졌소!

 

그때 대숙피戴叔皮 역시 영척의 말에 스스로 감명받으며 부끄러움을

느끼면서 조용히 대답을 올리게 된다.

 

       대부 대숙피戴叔皮는 어찌 생각하시오.

       주공. 신 대숙피戴叔皮 도 영척寧戚의 말이

       옳다고 생각하나이다.

       주공, 그리하시옵소서!

 

송환공은 대숙피戴叔皮 마저 동의하자 얼굴을 활짝 펴게 되며

그 즉시 제환공에게 사자를 보내게 되며 지난 일을 사죄하면서,

동맹 맺기를 청하였다.

 

       송나라 사자는 들으시오!

       송나라 문제는 왕실의 명에 따를 뿐이라

       어찌 과인이 맘대로 할 수 있으리오?

 

       이는 반드시 왕실 대부 선백單伯

       주왕께 아뢴 후에 결정할 수 있을 것이오!

 

제환공齊桓公은 노장공魯莊公의 노나라를 동맹국으로 끌어들인

데 이어, 영척寧戚이 세 치 혀로 송환공宋桓公의 심금을 울리며,

나라마저 굴복시키게 되었다.

 

       이런 일로 인하여 제환공齊桓公의 위세는

       더욱 천하에 떨치게 되었으며,

 

      제환공齊桓公본국으로 돌아와서 좀 쉬고 난 뒤에,

       의논할 일이 있어 곧바로 관중管仲을 찾아간다.

 

113 . 지극정성에는 하늘도 감명받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