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 열국지( 001∼94회 )

제 32 화. 호경을 복구할 것이냐.

서 휴 2023. 3. 19. 16:44

32 . 호경을 복구할 것이냐.

 

또한, 백성들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방을 붙여

포고하게 하는 동시에 전란 중 피해를 본 호경(鎬京)의 백성들과

죽은 군사 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물질을 베풀어 도움을 주었다.

이에 대해 한 사관(史官)이 지은 노래가 있다.

 

       百官此日逢恩主(백관차일봉은주)

       이날에서야 백관들이 은혜로운 임금을 만났도다

 

       萬姓今朝喜太平(만성금조희태평)

       만백성이 이제 태평성대가 왔다며 기뻐하는구나.

 

       自是累朝功德厚(자시누저공덕후)

       주나라가 여러 대에 걸쳐 쌓은 공덕이로다.

 

       山河再整望中興(산하재정망중흥)

       산하는 다시 바로 잡혀 중흥을 바라보려는구나.

 

그다음 날 제후들이 평왕(平王)의 은덕에 감사드리고자 알현하니,

평왕(平王)은 위후(衛侯)를 사도(司徒)에 봉하며, 굴돌(掘突)

경사(卿士)로 삼아 호경(鎬京)의 정사를 돕도록 명을 내렸다.

 

()과 진()은 융족(戎族) 들과 경계를 접하고 있었으므로

어쩔 수 없이 만약을 대비하고자 서둘러 돌아가게 되었다.

 

       주상, 정백(鄭伯) 굴돌(掘突)이 시원스러운 청년인바

       주상, 막내 누이와 혼인을 맺게 하면 어떻겠소

 

       어마마마의 말씀이 옳습니다

       굴돌(掘突)은 힘차고 올바르며 좋은 청년입니다.

       어마마마, 그렇게 하시옵소서

 

주평왕의 누이동생은 정백(鄭伯)인 굴돌(掘突)의 정비(正妃)

되었으며, ()의 군부인(君夫人) 무강(武姜)이라 불리게 된다.

 

       주평왕(周平王)은 높은 망루에 올라 호경(鎬京) 성내를

       바라보며, 화려하였던 궁궐이 불에 타 심하게 허물어진

       것에 크게 실망하며, 복구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옛날이 그리워 못내 안타까워하였다.

 

한편 호경(鎬京)에서 한바탕 대란을 크게 일으킨 후에 본국으로

돌아간 견융(犬戎)은 오랜만에 모두 모여 다시 호경(鎬京)

침공하고자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다들 이제 오는가

       만야속(滿也速)과 패정(孛丁)은 어서 들어와라

 

       우리가 호경(鎬京)에서 돌아온 지 얼마나 되었는가

       벌써 6개월이 훨씬 지났습니다.

 

       만야속(滿也速)과 패정(孛丁)은 지난번

       호경(鎬京)에 쳐들어간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너무나 아쉽지요

       잘해주는 척하던 신후(申后)가 변심하여

       마지막에 우리를 농락한 것입니다.

 

       조금만 더 잘 대비하였더라면

       우리가 호경(鎬京)을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우리는 유목 생활을 하는바 말도 잘 타며

       한없이 용맹하여 싸움도 잘한다.

 

       우리도 이제 땅을 넓혀 나라를 세워 보자

       좋습니다. 그렇게 하여야 합니다.

 

       가까운 곳부터 점령해 나가며

       아주 우리 견융(犬戎)의 나라를 세워 보자.

 

       이번에 쳐들어가면, 모두 방심하지 말고

       주() 나라를 아주 많이 망가트려

       우리 견융국(犬戎國)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으흠, 견융국(犬戎國)이라,

       그보다 더 멋진 이름이 없겠는가

       그렇지요, 더 멋진 이름이 있을 겁니다.

 

견융(犬戎)은 호경(鎬京)에서 쫓겨난 걸 몹시 분하게 생각하면서,

다시 세력을 규합하며, 세력을 점점 키워내더니, 기어이 일어나

기산(崎山)과 주() 왕실의 종묘(宗廟)가 있는 풍경(豊京) 땅의

절반까지 점령하면서, 호경(鎬京)까지 쳐들어갈 기세를 올렸다.

 

       나라의 사고(司庫)가 텅 비어,

       허물어진 궁궐도 복구하지 못하고 있는데,

       간악한 견융(犬戎)이 또 쳐들어오다니

       이거 정말, 큰일이로구나

 

       빨리 봉화(烽火)를 올려 제후들을 불러들여라.

       어서 서둘러 봉화(烽火)를 올리도록 하라

 

주평왕(周平王)은 여러 제후가 모인 자리에서, 견융(犬戎)

대한 대책을 논의하며, 막아낼 방법을 묻게 된다.

 

       성왕(成王)께서 호경(鎬京)에 도읍을 정하시고도

       왜 또 낙읍(洛邑)을 세우셨는지,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오

 

       낙읍(洛邑)은 지리적으로 천하의 중심지가 되므로

       천하의 조회를 열 때 제후들이 모이는 거리가

       서로 균등한 곳입니다.

 

       이에 성왕(成王)께서는 소공(召公) ()에게

       명하여 터를 잡게 하시고, 주공(周公) ()

       명하여 성을 쌓아 동도(東都)라 했습니다.

 

       동도(東都)의 궁실 규모가 이곳 호경(鎬京)의 것과

       같아서, 천자가 동도로 순행하여 제후들을 접견한

       이유는 곧 백성들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또한, 한동안 동도(東都)에 납시어 머무시면서

       공물을 받기도 하며 제후들을 접견하시었습니다.

 

       이제 호경(鎬京)의 궁궐이 불에 모두 탔으나

       사고(司庫)가 텅 비어 복구할 수도 없고

       융족(戎族) 들의 참화가 끊이지 않는 바이며

 

       지금도 융족(戎族)이 풍경(豊京)의 절반을 점령하고

       이제 호경(鎬京)을 노리고 있사옵니다

 

       이참에 낙읍(洛邑)으로 천도(遷都)하면 어떻겠소

       천도(遷都) 문제에 대하여 누구나

       자기 생각을 거리낌 없이 이야기해보시오

 

주평왕(周平王)은 여러 날을 고민한 끝에 현실을 타개하기 위하여,

호경(鎬京)에서 낙읍(洛邑)으로 천도(遷都)하자는 제안을 하였다.

 

       신, 소주공(小周公) () 이옵니다.

       이처럼 궁궐이 불에 타 많이 무너졌으나

       안타깝게도 이를 복구할 재원(財源)이 없사오며

 

       백성들 또한 심한 노략(擄掠)질을 많이 당하여

       피폐(疲弊)한 생활을 겨우 이어오고 있사옵니다

 

       이제 궁궐을 무리하게 복구하고자 하여,

       만약에 지쳐있는 백성을 동원한다면,

       그 원성이 또한 하늘을 찌를 것이옵니다.

 

       요사이 융족들의 세력이 점점 커지고 있어

       침탈(侵奪)을 자주 일으키고 있사옵니다.

 

       이제는 더욱 감당키 어려우므로,

       마땅히 낙읍(洛邑)으로 천도하여야 하옵니다

 

       위() 나라 위무공(衛武公)은 무얼 생각하시오

       노() 사도(司徒)께선 어찌 한마디도 없으시오

 

여러 신료가 한마디씩 하는 사이, 내내 조용히 지켜보고만 있는

() 나라 위무공(衛武公)에게 의견을 말해보라고 하자, 그는

몇 발 앞으로 나와 말할 자세를 갖춘다.

 

       신은 나이가 이미 팔십이 넘었사오나?

       군왕께서 이 몸을 버리지 않으시어

       이제 벼슬이 육경(六卿)에 이르렀사옵니다.

 

       주상, 한 말씀 올리겠나이다

       신하 된 자로 사실을 알고도 말하지 않으면,

       주상께 불충이 되는 것이 오며,

 

       또한, 중신(重臣)의 뜻을 어기게 되면

       친한 우의(友誼)에 불화가 생긴다고 하였습니다.

 

       주상, 하오나 우의(友誼)에 불화가 생길지언정

       주상께 죄를 지을 수는 없어 한 말씀 올리겠나이다

 

       호경(鎬京)은 왼쪽에 효함(殽函) 땅이 있고,

       오른쪽에는 험준한 롱촉(隴蜀) 땅이 있는 바이며,

 

       뒤에서 험준한 기산(崎山)과 양산(陽山)을 해치고

       흘러나오는 물이 강물로 뻗었기 때문에

       천 리 길을 옥토(沃土)로 만들었나이다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천하에 둘도 없사옵니다.

       그리하여 삼천여 년을 이어온 천하의 왕국(王國)

       들이 모두 이곳에서 일어나 세워진 것입니다

 

       낙읍(洛邑)은 천하의 중심지이기는 하오나?

       지세가 평탄하여, 양 사방에서 적의 침입을

       받기가 아주 쉬운 곳이기도 하옵니다.

 

       이는 적으로부터 방패막이가 될 수 있는

       산들이 하나도 없다는 뜻입니다.

 

       성왕(成王)께서 두 곳에 도읍지를 만드셨으나,

       서경(西京)이 되는 호경(鎬京)은 천하에 왕업을

       펼치는 근본으로 삼으셨으며,

 

       동도(東都)인 낙읍(洛邑)은 그저 순시하실 때

       잠시 머무는 곳이었을 뿐이었습니다

 

       주상께서 호경(鎬京)을 너무 쉽게 버리시고,

       이제 낙읍(洛邑)으로 천도하신다면

       왕실이 쇠약해질까 너무나 두렵사옵니다

 

() 나라 무공(武公)이 왕도가 약해질 것이라며, 낙읍(洛邑)으로

천도하는 것을 극구 반대하였으나, 소주공(小周公) () 등은,

현실을 모면하기 위해서는, 천도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였다.

 

33 . 호경에 남느냐, 떠날 것이냐.